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안철수 현상’이 정치권을 휘감으면서 ‘박근혜 대세론’도 흔들렸다. 언론은 그 원인을 분석하는 데 지면을 할애했다. 한나라당은 자중지란을 이어갔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황우여 원내지도부를 출범시키면서 약속했던 ‘반값등록금’은 결국 거짓말이 돼 버렸다. 정부와 여당이 등록금 완화대책을 마련했지만 학생들이 느낄 체감 등록금 인하율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책임 있는 여권 정치지도자가 약속했던 수많은 언론이 있는 그대로 전했던 그 약속이 거짓말이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

다음은 9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이 대통령 "안철수 현상, 올 게 왔다">
국민일보 <소득 하위 70% 등록금 평균 22% 인하>
동아일보 <야심 끓는 PK…"부산선 여 2명만 당선권">
서울신문 <검, 곽노현 교육감 이번주내 소환>
세계일보 <중산층 이하 등록금 평균 22% 경감>
조선일보 <비정규직 임금, 정규직의 80%로 추진>
중앙일보 <“대북선교사 단둥서 독극물 피살”>
한겨레 <"국민들 새정치 갈망…범야 단일후보 소중">
한국일보 <고지서엔 5% 줄어 "반값은 없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대학등록금 반값' 공언하더니

   
동아일보 5월 23일자 6면.
 

   
한국일보 9월 9일자 1면.
 
“당 쇄신의 핵심은 등록금 문제이다. 대학 등록금을 최소한 반값으로 했으면 한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지난 5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동아일보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지난 5월 23일자 6면에 <한나라 '반값 등록금 카드' 꺼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정치인은 말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을 지닌 원내 제1당이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분명히 반값 등록금 추진 의지를 밝혔다.

대학등록금 문제 때문에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귀에 솔깃한 얘기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한나라당의 ‘반값등록금’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9일자 주요 아침신문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8일 내놓은 등록금 대책에 대한 내용을 주요기사로 처리했다.

한국일보는 1면 <고지서엔 5% 줄어 "반값은 없다">라는 기사에서 “정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1조 5000억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또 대학이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방식으로 75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하도록 인센티브 방식으로 유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 "대학들이 정부 의도 따라줘도 낮아지는 등록금 5% 수준"

   
서울신문 9월 9일자 6면.
 
   
한국일보 9월 9일자 3면.
 
반값은커녕 등록금 고지서엔 5% 줄어드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정말 믿을 수 있는 내용인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한국일보는 3면 <내년 계획만 발표, 그 이후엔? 사립대에 강제할 장치 없어>라는 기사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한나라당과의 협의를 거쳐 8일 발표한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은 당초 정치권에서 밝힌 등록금 인하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정부 뜻대로 대학들이 75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한다고 해도 낮아지는 명목 등록금 수준은 1인당 38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장기적인 등록금 인하계획 부재, 불명확한 예산 확보 방안, 사립대학의 등록금 동결 및 인하를 강제할 장치가 없다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6면 <장학금 외 실제 등록금 인하는 연 38만원…반값은 없었다>라는 기사에서 “결국 '반값등록금'은 없었다”면서 “정부 의도대로 대학들이 따라 준다고 해도 낮아지는 등록금은 5% 수준에 불과하다. 액수로 따지자면 1인당 38만원 정도”라고 보도했다.

한겨레 "실망스러운 등록금 부담 완화 대책"

   
한겨레 9월 9일자 사설.
 
한겨레는 <실망스러운 등록금 부담 완화 대책>이라는 사설에서 “전체적으로 반값은 커녕 12~13% 정도 인하 효과에 불과하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마지못해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사 제목으로는 정부가 그럴듯한 대책을 내놓은 것처럼 보도한 언론도 있지만, 기사 내용은 또 다르다. 국민일보는 1면 <소득 하위 70% 등록금 평균 22% 인하>라는 기사에서 “대학이 자체적으로 등록금 7500억원을 인하한다는 전제로 계산돼 실제 인하율은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 '반값등록금'에서 출발한 등록금 절감방안이 저소득층 위주의 지원에 그쳐 용두사미라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면에 <내년 등록금 22% 낮춘다>라는 제목을 뽑았지만 기사에는 “등록금 고지서에 찍히는 '명목 등록금'도 5% 가량 낮아진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6면 <등록금 소득별 차등…최하위 3%, 연 546만원 혜택>이라는 기사에서 “정부가 8일 발표한 '대학생등록금 부담 완화방안'은 평균 B학점 이상인 대부분의 대학생에게 적용된다. 연간 최소 38만원에서 최대 약 546만원까지 등록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고작 5% 낮추려고 요란 떨었나"

   
세계일보 9월 9일자 3면.
 
동아일보는 등록금 인하율, 조선일보는 인하액에 초점을 맞춘 기사제목을 뽑았지만, 이는 특정 계층에 해당되는 효과라는 점에서 정부 발표의 문제점을 물 타는 보도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동아일보도 12면 <"반값 공언하더니…장학금 찔끔 주는 셈">이라는 기사에서는 “학생과 학부모, 시민단체는 정부의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처음에는 반값등록금을 공언했다가 결국은 장학금을 늘리는 수준에 그쳐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일보는 3면 <고작 5% 낮추려고…요란만 떤 '등록금 인하 잔치'>라는 기사에서 “일반 학생이 느끼는 등록금 인하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지적”이라며 “소득 3분위 이하더라도 이 장학금 혜택을 받으려면 B학점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나머지 장학금도 소득 수준보다는 성적순으로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 서울시장 후보 가이드라인 논란

   
동아일보 9월 9일자 1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일 밤 KBS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서울시장 후보 가이드라인을 언급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는 1면 <"행정해본 사람이 서울시장 돼야" 이 대통령 발언 가이드라인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서울시장 후보감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란 논란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3면 <"서울시장 행정경험자 바람직" 놓고 정치권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정치권을 '아날로그'로 폄하한 것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까지 포함한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됐다”면서 “정치권보다는 행정경험이 있는 인사가 적격자라는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김황식 국무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겨레는 4면 <"안철수 바람은 아날로그 정치 때문">이라는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이른바 '안풍'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안철수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거듭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한겨레, ‘곽노현 불구속’ 의견

   
경향신문 9월 9일자 사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법원은 불구속 수사가 진행되도록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곽노현 수사, 불구속으로도 충분하다>라는 기사에서 “곽 교육감은 검찰 조사에 충실히 응해온 데다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서 “수사와 기소권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검찰이 인신 구속으로 피의자의 방어권을 제한하는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곽 교육감 영장,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라는 사설에서 “공직자에게 도덕적 책임을 묻는 것과 법률적 책임을 따지는 것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면서 “법원은 이런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철저히 법과 양심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2면 <"박명기, 2억 대가성 인정한 적 없다">라는 기사에서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곽노현 교육감(57)과 후보 단일화를 해준 대가로 올해 2~4월 곽 교육감으로부터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53.구속)측이 '단일화는 아무런 조건 없이 한 것'이라며 '박 교수가 검찰에서 이 같은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8면에 <"박명기, 검찰에 2억 대가성 인정한 적 없다">라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검찰의 언론플레이 논란에 대해 “정말 나쁜 검찰이다. 허약한 소명자료를 내놓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곽노현 변호인단 의견을 기사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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