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과 이달, 경향신문이 사고를 통해 밝힌 오피니언면의 새 필진 명단을 꼼꼼하게 살펴본 독자라면 궁금증이 들었을 것이다. 최근까지 한겨레 필진으로 활동해 온 두 사람이 경향신문 필진으로 합류하게 됐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긴 호흡의 글로 신문 읽는 맛을 선사할 것”이라며 먼저 소개한 것은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다.

김 발행인은 8월 11일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한가로운 잡담을 하듯 두서없는 얘기를 해보고 싶”다며 <김종철의 樹下閑話(수하한화)>라는 제목의 칼럼을 처음 선보였다.한겨레 ‘세상읽기’ 코너에 한 달에 한 번 꼴로 칼럼을 써 온 김 발행인은 앞서 지난 7월 14일 한겨레에 쓴 마지막 칼럼에서 “책상서랍을 뒤적여 보니까 <한겨레>에 내가 글을 처음 쓴 것은 1994년 7월 9일치 ‘한겨레 논단’이었다”며 “꾸준히 쓴 게 아니라 어쩌다 간헐적으로 써왔기 때문에 전체 분량은 얼마 안 되지만, 아무튼 인연은 꽤 오래된 것 같다”고 밝힐 정도로 한겨레와의 인연이 깊은 인사다.

지난달 1일 경향신문이 공개한 필진 가운데는 김규항씨도 포함됐다. 김씨는 ‘주류의 시각에서 벗어나 소수자의 눈으로 한국사회를 바라보기 위한 칼럼’란인 한겨레 <야!한국사회>에 글을 써 왔다.

김씨는 앞으로 인터뷰어로 나서 “세상의 변화를 꿈꾸고 이를 실현하려는 활동가들, 진보와 쇄신을 실천하는 창의적인 예술가들, 세상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신념대로 살아가는 시민들을 발굴해서 그들의 꿈과 삶, 생각을 소개”하는 <김규항의 좌판>을  경향신문에 격주로 게재할 예정이다.

두 필진의 ‘이동’을 놓고 한겨레 일각에서는 “경향신문이 새 편집국장 취임 뒤 필진 보강에 공을 들여온 것은 알지만, 다른 매체에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을 한꺼번에 두 명이나 데리고 가는 건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의 한 관계자는 “필진 교체를 앞두고 편집국 기자들에게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많은 젊은 기자들이 김종철 발행인을 추천했다”며 “김규항씨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사태를 계기로 본인이 경향에 글을 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경향과 한겨레의 일부 기자들은 “진보 진영에서 검증된 필진이 몇 명 없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칼럼 필진을 개편할 때마다 ‘회전문’ 인사를 할 게 아니라 유능하고 참신한 논객을 발굴하는 것이 두 신문 모두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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