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회가 5일 뉴스데스크의 < PD수첩 > 대법원 판결 관련 ‘사과 방송’을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회는 8일 ‘누구한테 사과한 것인가? 시청자인가, 정권인가?’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뉴스데스크에서 < PD수첩 > 판결에 대한 사고(社告)와 관련 리포트가 나간 뒤 연일 시청자 게시판에 실망과 분노의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다”며 “부끄럽다고 참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는 법원이 일부 방송내용에 정정보도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선 “사실을 생명으로 여기는 기자들이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보도에 일부 오류가 있더라도 사소한 실수이니 용납될 수 있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확한 보도를 위한 다짐과 왜곡된 자아비판은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회사 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 PD수첩 > 판결은 유죄가 아닌 무죄 판결이며 대법원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감시와 비판을 인정한 게 핵심”인데도 경영진과 보도국 핵심간부들은 “이는 외면한 채 ‘석고대죄’하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 PD수첩 >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MBC의 '사과' 입장을 전한 5일자 뉴스데스크.
 
기자회는 또 뉴스데스크의 이번 보도가 “보도국 편집회의의 정상정인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토론이 생략된 채 오후 늦게 큐시트에 추가됐을 뿐 부장들도 내용을 몰랐다. ‘확실하게 매듭짓자, 이왕 사과할 거면 확실하게 털고 가자’는 경영진과 보도국장의 입장만 확고했”다는 주장이다.

기자회는 MBC의 ‘침묵’도 질타했다. “민사법정에서나 다퉈볼 사안을 무리하게 검찰권을 동원해 언론의 비판을 잠재우려한 정부나, 수갑 찬 모습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체포와 구금으로 몰아붙인 검찰의 폭압적 태도에 대해 입을 닫았다”는 것이다.

기자회는 “반면 판결의 정확한 취지와 보도 내용 사이의 구별점을 가려내는 최소한의 노력을 저버림으로써 공정한 자세로 우리의 잘잘못을 따지고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개탄했다.

기자회는 이어 “경영진은 < PD수첩 >보도가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받아들인다며 사실상 ‘촛불정국’의 책임까지 지려 했다”면서 “그렇다면 MBC의 이번 사과에 누가 흡족해 할 것인가? < PD수첩 >‘사회적 흉기, 음주운전’이라고 빗대던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광우병 보도는 정부의 명줄을 끊기 위한 것’이라고 했던 한나라당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정권에 사과를 한 것과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MBC는 지난 5일 밤 뉴스데스크에서 “최근 대법원이 MBC < PD수첩 >의 광우병 보도 일부 내용이 허위라고 최종 판결한 데 대해, 오늘 MBC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며 머리기사를 포함 연속으로 두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이번 기자회 성명은 노조와 시사교양국 평PD협의회의 5·6일 성명에 이은 것으로, MBC 안팎에서는 “그간 공식 대응을 자제해왔던 기자들마저 나선 것은 그만큼 회사에 대한 내부 여론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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