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KBS 사장이 자신의 취임 이후 줄곧 함께 해온 부사장 2명이 제출한 사표를 전격 수리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김영해·조대현 부사장은 김 사장 취임 직후 1년10개월간 동고동락한 주요 임원이라는 점에서 김 사장이 이들을 돌연 교체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KBS 이사회와 KBS 이사들에 따르면 김인규 사장은 지난 7일 오후 김영해·조대현 부사장이 제출했던 사표를 수리했다.

이에 따라 KBS 이사회는 오는 10일 오전 7시30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새 부사장 임명 동의안 처리를 위해 긴급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진홍순 KBS 이사는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최근 새 노조의 노보 등에서 김영해 부사장과 관련해 언급됐던 일이 요인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김영해 KBS 부사장. ⓒKBS
 
   
조대현 KBS 부사장. ⓒKBS
 
이에 대해 이상인 KBS 이사회 대변인(이사)은 8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두 부사장의 해임이 싸움 문제 때문에 이뤄졌겠느냐”며 “김인규 사장 취임 2년이 다 돼가고, 지난해 밝혔던 ‘1년 뒤 조직개편 및 인사’ 방침을 더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이번에 인사(부사장 교체)하게 된 큰 이유로 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김영해 부사장의 광고 판촉물 관련 감사 의혹에 대해 “지난 간담회 때 공식 보고된 것은 아니었고, 일부 소문이 있었던 내용들”이라며 “사무국 차원에서 확인해보니 일부 (KBS 내부) 감사가 있었다는 것을 파악한 정도”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KBS 감사실은 김영해 부사장의 광고 판촉물과 관련해 감사를 실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배재성 KBS 홍보실장이 8일 오후 전했다.

후임 부사장과 관련해 이 대변인은 “아직 파악이 안돼있고, 오늘 오후 쯤 돼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자로 발행된 KBS 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보에는 지난달 10일 김 부사장과 최 국장이 KBS 본관 6층 사장실 앞에서 싸웠던 내용이 담겨있다. KBS 새노조는 “얼마나 크게 싸웠으면 본관 6층 근무자는 물론 사장실에 있던 김인규 사장까지 다 들을 정도였다”며 “싸움을 지켜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KBS 새노조는 “대한민국 최대 공영방송사 사장이 집무하는 공간 바로 앞에서 이른바 KBS의 ‘실세들’이 공개적으로 싸움을 하고, 사장이 직접 나서서 싸움을 말리고…공영방송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믿기 힘들다”며 “조직의 위상이 외부적으로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도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사태가 발생하고 만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인규 KBS 사장
 
당시 싸움의 발단에 대해 KBS 새노조는 KBS 시큐리티 직원의 임금 인상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KBS시큐리티 송원섭 사장이 김영해 부사장의 구두 약속을 근거로 KBS 계열사 정책부의 가이드라인(5.9% 인상안)을 무시하고 13.3%의 임금인상을 했으나, 문제는 임금 인상 권한이 있는 시큐리티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새 노조는 전했다.

KBS 새노조는 시큐리티 이사회 이사이기도 한 최철호 국장이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전면전에 나선 것이라면서도 “수신료 인상 정국에서 시큐리티를 자회사로 이관한 뒤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임금 인상은 불가피했고 이사회가 열리기가 여건상 좀 힘들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장실 앞 싸움은 단순한 의견 충돌이 아니라 이른바 실세라고 불리는 둘 사이의 권력 다툼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새노조는 평가했다.

이밖에 지난달 17일 열린 이사회 간담회에서 일부 여당추천 이사가 김인규 사장에게 김 부사장의 비위와 관련된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KBS 새노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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