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언론들의 관심은 박 상임이사가 50%대에 육박했던 안 원장의 지지도를 과연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에 모아졌다.

단일화 직후인 7일, 언론들은 박 상임이사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의견과, 일정 부분 상승 효과가 있긴 하겠지만 파괴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엇갈린 분석을 함께 소개하며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 분석에 매달렸다.

한겨레는 2면 <‘시민운동의 상징’ 여세 몰아 범야권 평정할까> 기사에서 “박 변호사가 인지도가 높은 안 원장과 단일화함으로써 한꺼번에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안 원장을 지지하는 중도층이 선뜻 진보 쪽으로 가지 않았는데, 이 중도층이 움직이면서 20%대로는 금방 갈 것”이라는 신율 명지대 교수의 분석과, “안 원장의 경우 중도층은 물론,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호응까지 받고 있는 반면, 박 변호사는 ‘진보 인사’ ‘범야권 인사’로 인식돼 상대적으로 표의 확장력에 한계가 있다. 단일화로 치고 올라가겠지만, 50%를 넘나드는 안 원장의 지지율만큼은 아닐 것”이라는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의 설명을 전했다.

다만, 한겨레는 “박 변호사가 민주당 후보와의 2단계 단일화를 통해 야권통합후보가 된다면, 승산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고 봤다. “안 원장의 지지층에다, 범야권 지지층, 진보적 시민사회 세력까지 모두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이것이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도 4면 <‘안풍’ 올라탄 박원순…단일화 시너지 얼마나> 기사에서 “두 사람의 단일화 효과로 박 상임이사 지지율에 탄력이 붙으면서 상승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면서 “문제는 상승폭”인데 “이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9월7일자 경향신문 4면
 
경향은 “안 원장의 지지층에서 60%대 가량이 박 상임이사를 지지할 것”이라는 안택수 리얼미터 대표의 분석을 저했다. 안 대표는 “박 상임이사와 민주당 후보의 2차 단일화까지 이어진다면 그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이는 “박 상임이사가 야권통합후보가 된다면 승산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는 한겨레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경향은 이어 “안 원장은 특정 정당․세력의 지지라기보다는 자신의 이력이나 호감에 의해 높은 지지도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다른 성공적인 후보 단일화만큼의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의 전망을 전했다. “안 원장의 높은 지지율이 개인의 호감도에 기인하고 있어 박 상임이사로의 큰 폭의 이동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보수신문의 분위기는 달랐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 <‘9%>55%’의 단일화> 기사에서 ‘‘55% 후보’와 ‘9% 후보’ 가운데 '‘9% 후보’로 단일화됐기 때문에, 그 자체로 선거 판도를 좌우할 만한 파괴력을 갖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전하면서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평가절하했다.

조선은 “내일 당장 조사하더라도 단순지지도(모든 후보를 대상으로 한 선호도)가 10%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본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박 변호사가 누구이며, 안 원장이 박 변호사를 왜 지지하는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박 변호사는 안 원장 지지자의 30% 이상을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월드리서치 박승렬 대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단일화 효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좀 더 무게를 두면서 단일화 초반부터 '박풍 차단'에 나선 모양새다.

   
9월7일자 조선일보 1면
 
하지만 이러한 전망은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기대'에 불과했다.
조선일보․동아일보가 7일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박 상임이사가 한명숙 전 총리와의 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경우 박 상임이사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지하겠다는 응답보다 훨씬 많게 나온 것이다.

8일 조선일보는 <안철수 지지표 70% 박원순에게 갔다> 기사에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7일 실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전날 불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지지했던 표의 다수가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이 조사에서 서울 시민들은 '안 교수가 박 변호사를 지지하기로 하고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에는 누가 서울시장이 되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가'란 질문에 48.8%가 '무소속 안철수 교수'라고 답했"으며, "안 교수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오는 10월 26일에 열릴 서울시장 보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경원 최고위원과 야권 단일후보로 박원순 변호사가 맞대결할 경우에 '박 변호사를 지지하겠다' 69.8%, '나 최고위원을 지지하겠다' 18.4%"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안 원장의 지지층에서 60%대 가량이 박 상임이사를 지지할 것”이라며 단일화 효과를 크게 내다봤던 안택수 리얼미터 대표의 분석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안 원장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여권 단일후보로 한 전 총리가 나설 경우에도 58.6%가 한 전 총리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9월8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은 이번 조사에서 박 상임이사가 한명숙 전 총리와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의식해 박 상임이사가 나 최고위원과의 양자 대결을 할 경우, 한 전 총리가 나 최고위원과 양자 대결을 할 경우를 가정한 조사도 했다.

그 결과 박 상임이사는 51.1%의 지지를 받아 32.5%를 얻은 나 최고위원보다 18.6%포인트나 앞섰다. 안 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인 지난 3일 조사에서 박 상임이사와 나 최고위원의 지지도는 28.9% 대 41.2%였다. 한 전 총리로 단일화됐을 때도 한 전 총리에 대한 지지도가 46.5%로 나 최고위원(40.5%)보다 6.0%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RDD(Random Digit Dialing·임의번호 걸기) 방식을 이용해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이러한 현상은 동아일보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동아는 8일자 1면 <'안철수 바람' 탄 박원순, 지지율 급상승> 기사에서 "동아일보가 6, 7일 코리아리서치(KRC)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 변호사는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의 3자대결은 물론 나 최고위원, 한 전 총리와의 양자대결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순 선호도에서도 박 변호사(19.8%)는 한 전 총리(13.2%)와 나 최고위원(12.6%)을 앞섰다"고 전했다.

   
9월8일자 동아일보 1면
 
이번 조사는 서울지역 500명, 그 외 지역 500명 등 모두 1000명을 대상으로 직접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선․동아가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과 달리 중앙은 CBS 조사 결과를 인용해 1면에 보도했다. CBS는 지난 6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 최고위원이 41.7%, 박 상임이사가 37.3%의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리얼미터는 전국 19살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가구전화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조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서 ±3.7%포인트이다.

그러나 CBS와 동아일보가 '박근혜 vs 안철수'라는 대선 구도에 대한 조사를 병행하느라 여론조사 대상을 전국의 성인남녀로 잡은 것과 달리, 조선일보 조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실질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서울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결과에 현재의 '표심'이 상대적으로 정확하게 드러났을 가능성이 높다. '안풍'이 남의 일이 아니었듯, 보수신문에겐 '박풍'도 '빨간 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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