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방송사, 위키리크스 MB, BBK…의도적 외면”
“방송사, 위키리크스 MB, BBK…의도적 외면”
김용진·노종면 “침묵은 주류 언론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

위키리크스가 지난 2일 미국 국무부의 외교 전문 ‘무삭제판’ 25만여 건을 전격 공개한 후 몇몇 국내 언론들과 블로그, SNS를 통해서도 주한 미 대사관이 작성한 1,980건의 전문 일부가 전해졌다. 그러나 주요 언론들은 이 내용을 단순한 가십거리로 소개하거나 선별적으로 보도하는 데 그쳐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BBK의 관계에 대한 문서 등 현 정권에게 ‘민감한 문제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작년말 ‘G20 과잉홍보 방송’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가 KBS로부터 정직 등의 중징계를 받았던 김용진 KBS 기자(전 탐사보도팀장)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한국 주류 언론, 위키리크스 외면 참담하다>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 주류 매체는 지금까지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한국 관련 문건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내용이 주로 담겨 있는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김 기자는 “특히 KBS와 MBC, SBS 등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 미 대사관 전문에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공개가 시작된 이후 지난 열흘 동안 각 방송사 메인 뉴스가 보도한 위키리크스 공개 전문 관련 리포트는 각각 1건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지상파 3사와 YTN의 관련 보도를 갈무리 해 6일 자신이 운영하는 ‘용가리통뼈뉴스(@YoToNews)’에 올렸다. 노 전 위원장은 “김정일 경호만 방송... MB·BBK·쇠고기개방은 기자가 기사 써도 방송 안 해”(SBS), “MB·BBK·쇠고기개방은 전혀 보도 안 해... ‘소련, 한국과 수교 검토’, ‘북, 핵실험 전 중국 통보’만 방송”(KBS), “‘MB, 방미 전 쇠고기개방 언질’ 1건만 보도, BBK와 다른 MB관련 내용은 보도 안 돼”(MBC), “MB·BBK·쇠고기개방은 전혀 보도 안 해...‘2006년 한미 대북정책 마찰’만 방송”(YTN) 등의 글을 올리며 각 방송사의 위키리크스 관련 보도를 비판했다.

   

▲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 미 대사관 작성 문서 목록. 총 25만여 건의 문서 중 주한 미 대사관에서 작성한 전문은 1,980건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BBK 관련문건'은 약 2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http://wikileaks.org/origin/52_0.html)

 
김 기자는 앞서 언급된 글에서 “방송사의 침묵은 무관심이나 무지보다는 의도적인 외면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면서 “계속되는 침묵은 오히려 주류 매체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방송사들이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넘어선 근본적인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노 전 위원장은 “위키리크스 폭로 문건엔 MB가 시장 때 미국대사 만나 노무현, 박근혜 흉보고 교수들이 정치 분석해줬다고 나온다”며 “이것들은 고스란히 미국 대사관의 첩보활동에 쓰였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노 전 위원장은 “욕 한 마디하고 넘길 일(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 기자가 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의 전문이다.

<한국 주류 언론, 위키리크스 외면 참담하다>

2011.9.6  KBS 김용진 기자 

위키리크스 공개 주한 미 대사관 전문 1980건,
2급 비밀 및 3급 비밀 전문이 전체의 55%

비밀폭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미 국무부 외교 전문 251.287건을 지난 2일 자로 모두 공개됐다. 지난해 11월 28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위키리크스 측으로부터 전문을 독점적으로 제공 받은 뒤 뉴욕타임즈, 슈피겔 등과 제휴해 전문 내용을 동시에 보도한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한국과 관련된 전문 공개는 그 동안 극소수에 그쳤는데, 지난달 25일 주한 미 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전문 9백여 건이 공개된 데 이어, 지난 2일 나머지 천여 건도 모두 위키리크스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필자가 위키리크스 공개 전문 25만 건을 검색해 확인한 결과 주한 미 대사관이 작성한 전문은 모두 1,980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급 비밀(secret)이 127건으로 전체의 6%, 3급 비밀이 966건으로 전체의 49%, 문서 분류 상 비밀 등급으로 지정은 되지 않았지만 일종의 대외비 성격인 ‘unclassified/for official use only’로 분류된 전문이 241건으로 전체의 12%이고, 나머지 646건 33%는 일반 문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06년 이전에 생산된 전문이 10건, 2006년 431건, 2007년 380건, 2008년 367건, 2009년 690건, 2010년 1월부터 2월말까지 102건이다.

즉, 위키리크스가 이번에 공개한 주한 미 대사관 외교 전문의 생산 연도는 2006년 이전의 10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2006년 1월부터 2010년 2월말 사이에 분포돼 있다. 전문을 살펴보면 비밀 분류 문건의 경우 보통 해제기한을 10년 이상으로 명기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생산된 지 5년 이내의 한국 관련 미국 비밀문서가 이처럼 무더기로 공개된 것은 문자 그대로 ‘유사 이래’ 처음이다. 가히 쓰나미급 태풍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된 지 5년 미만 비밀문서 무더기 공개, 쓰나미급 

지난해 말 가디언과 뉴욕타임즈, 슈피겔 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이 수십 명의 베테랑 기자와 리서처 등을 동원해 특별 취재반을 구성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 특집면을 배치해 한 달 넘게 미 국무부 케이블 내용을 집중 보도할 당시를 상기해보라. 위키리크스 공개 문서의 기사 가치를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위키리크스가 지난 3년간 터트린 특종이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30년 동안 터트린 특종보다 더 많다는 소리가 그냥 빈말이 아닌 것이다.

여기서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우리 주류 언론의 태도를 보자. 지난달 25일부터 위키리크스가 트위터 등을 통해 미국 외교 전문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후 실제 무더기로 외교문서를 공개하기 시작한지 열흘이 지났다. 이 소식은 외신을 통해서도 잇따라 들어왔고 미국 정부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뒤따랐다.

지난주에는 우리 외교부가 한국 관련 문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위키리크스 공개 전문은 컴퓨터에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주류 매체는 지금까지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한국 관련 문건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내용이 주로 담겨 있는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KBS, MBC, SBS 지난 열흘 간 위키리크스 보도 불과 1건 

특히 KBS와 MBC, SBS 등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 미 대사관 전문에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개가 시작된 이후 지난 열흘 동안 각 방송사 메인 뉴스가 보도한 위키리크스 공개 전문 관련 리포트는 각각 1건씩에 불과하다. 그나마 KBS, SBS는 북한 관련 내용이었고, MBC만 쇠고기 개방 문제를 다뤘다.

웃기는 것은 KBS와 MBC의 경우 이 소식을 특파원 리포트로 전했다는 것이다. 안방에 앉아서도 위키리크스 문서를 전부 검색하고, 분석할 수 있는데 바쁜 해외 특파원을 왜 동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방송사들의 위키리크스에 대한 침묵이 단순한 무관심이나 무지의 소산인지, 아니면 의도적 회피인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지난 열흘 간 일부 인터넷 언론이나 비주류 매체를 통해 쇠고기 개방 문제나, BBK 관련 전문의 내용이 일부 공개되기 시작하고, 이것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는 것을 볼 때 방송사의 침묵은 무관심이나 무지보다는 의도적인 외면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우리 방송사들이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넘어 저널리즘 기관으로서의 존재 이유나 가치에 근본적인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한 주류 언론 매체들이 미국 외교 문서를 외면하다고 해서 그 존재가 가려지는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벌써 SNS 등을 통해 전문의 내용들이 퍼지고 있다. 계속되는 침묵은 오히려 주류 매체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사족)

과거 몇 차례 미국 정부 비밀문서를 취재한 경험과 최근 며칠간 위키리크스 공개 전문을 살펴본 소견을 여러 가지 부족하나마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1. 최근 주한 미 대사관 전문 내용을 다루는 기사들을 보면 각 매체의 정파성에 따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전문을 골라내 보도하는 경향이 보인다. 미국 외교 전문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펼치는 게임의 내막을, 즉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핵심 플레이어들의 각축을 통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의미있는 취재 자료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한반도에 개입한 이래로 대통령부터 시민단체까지 모든 층위의 파워 엘리트와 오피니언 리더를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듣고, 행동을 관찰해 본국에 보고했다. 또 크고 작은 정치, 사회, 경제적 동향을 파악해 미국의 정책 결정자 책상에 올렸다. 그렇게 하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바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다.

미국과 접촉한(주로 접촉당한) 우리 측 인사들도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관찰만 당한 것은 아니다. 미국 외교관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름대로 우리의 국익을 지키고, 때때로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움직였다. 문제는 이런 내밀한 상호작용, 즉 무대 뒤의 치열한 게임 속에 우리 일반 시민들 모르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일들이 결정되곤 한다는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은 이런 이면의 일들에 대한 알권리를 우리에게 부여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미국 측은 당선자 측근과 대통령직 인수위를 상대로 집요하게 쇠고기 개방 압력을 가했고, 한미 양측은 우리 시민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쇠고기 시장 개방과 한미 정상 회담을 연계해 논의했고, 이명박 정부는 또 이런 사실을 2008년 총선 민심을 우려해 감춰왔다는 정황이 주한 미 대사관의 전문 대화록에 들어있다.(필자의 블로그 포스팅: 위키리크스 공개 전문: 한미, 쇠고기 개방 물밑 접촉 전말⑴ 참조)

이런 사실은 이미 지나간 일이더라도 주권을 가진 우리 시민들이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하는 일이다. 우리는 정부에 속지 않을 권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미국 전문에 접근할 때 정파적 시각 보다는 미국과 한국의 상호 작용과 시민들의 알권리라는 측면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2. 다음은 기술적인 부분이다. 미국 전문을 보면 앞서 언급했듯이 수많은 사람과의 대화가 기록돼 있는데 이를 옮긴 미 외교관이 그 대화 내용에 대한 ‘팩트 체크’를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항상 숙지해야 한다. 미국 문서를 봐 온 경험으로 볼 때 미국 대사나 기타 전문 작성자가 외교 전문에 특별하게 사실을 왜곡하거나 허위 사실을 기재할 이유는 없고, 그런 사례도 거의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들도 인간인지라 자신의 주관이 전문 기술 과정에 스며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 미국 전문 내용과 한국인 참석자의 기억이 일부 다른 경우를 필자는 경험한 바 있다. 그래서 중요한 팩트는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미국 외교문서라고 해서 전부 검증된 사실만 기재돼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정보원의 신뢰성도 잘 살펴봐야 한다. 대북 관계 정보 등이 그렇다.

3. 앞서 본문에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 미 대사관의 연도별 생산 건수를 분석해 언급했는데, 주의할 점은 이것이 해당연도에 생산된 모든 주한 미 대사관의 전문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밀 등급 분류에서 알 수 있지만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 미 대사관 전문에는 일급비밀(top secret)로 분류된 문건은 없다.

이 전문들은 잘 알려진 대로 미군 사병 브래들리 매닝이 미 국방부와 국무부 등 정부 부처 간 정보공유 네트워크인 ‘SIPRNet(The Secret Internet Protocol Router Network)’에서 다운 받아 위키리크스 쪽에 유출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부 부처 간 공유 네트워크의 성격 상 각 부처에서 보안 상의 이유로 공유 네트워크에 올리지 않는 정보들은 이 유출 본에 당연히 빠졌을 것이다.

필자가 주한 미 대사관 전문의 문서 고유 번호를 살펴본 결과 2006년도에 생산된 문서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검색되는 12월 29일 자 전문의 일련번호는 '06SEOUL004412‘으로 나타났다. 문서 일련번호로 볼 때 2006년에 적어도 4412건 이상의 문건이 생산된 것으로 보이는데,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6년도 주한 미 대사관 전문은 431건에 불과하다. 해당 연도 전체 생산 전문 가운데 10% 미만이 공개된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역산해본 결과 2007년도 전체 생산 전문의 10% 정도만 위키리크스 공개 전문에 담겨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2008년은 14%, 2009년은 35%로 추정된다. 2010년은 안타깝게도 2월 25일까지 생산된 전문 102건만 공개 됐는데, 문서 번호로 봐서 그 기간 동안 생산된 문서의 3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어떤 사안에 대해 미국 전문이 검색되지 않는다하더라도 주한 미 대사관이 그 사건에 대해 전문을 생산하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4. 검색 사이트:

http://www.wikileaks.org/
http://www.cablegatesearch.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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