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지역신문들이 기존의 대판 신문을 베를리너 판형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베를리너 판형으로 바꿀 경우 지대와 잉크값 등 인쇄 제작비가 다소 줄지만, 판형을 독점하고 있는 중앙일보가  대폭으로 인쇄비 인상을 요구할 경우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옥천신문 이안재 대표는 “풀뿌리 지역신문 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의 때 중앙일보 관계자가 참석해 베를리너 판형 변경과 콘텐츠 협약 등에 대해 몇 차례 얘기한 적이 있다”며 “중앙의 제안은 지역 주간신문을 살려 풀뿌리 언론을 육성하겠다는 것보다는 상업적 목적이 더 크다고 생각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중앙에서 대판 인쇄비에 근접한 비용으로 인쇄를 해 준다고 하는데, 이 판형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인쇄비 인상을 요구하게 되면 지역신문으로서는 꼼짝 못하게 된다”며 “지역신문이라 몸집이 가벼우니 언제든지 판형을 다시 바꾸면 된다고 하지만, 독자를 생각하면 쉽게 결정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3월2일자 중앙일보 18면
 
지난해 베를리너 판형으로 바꾼 양산시민신문 김명관 대표는 “판형 변경에 앞서 제일 먼저 한 고민이 ‘독점이다 보니 일방적으로 인쇄비 인상을 요구하면 속수무책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면서도 “일간지처럼 덩치가 크면 중앙쪽 요구에 끌려가겠지만, 만에 하나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요구를 하면 베를리너 판형으로 바꾼 지역신문들과 함께 다시 대판이나 타블로이드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대판 12면을 찍다가 베를리너 판형으로 바꾸면서 20면으로 늘려 사실상 4면이 늘어났고, 컬러면은 6면에서 10면으로 늘었는데 인쇄비는 대판 때와 비슷하다”며 “2년 동안 잉크값이나 물류비가 약간 오른 적은 있지만 만 원 안팎이었고, 인쇄비와 지대는 인상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수익을 내기 위한 사업이라기보다는 대판 중심인 신문시장에 베를리너판을 확산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일인 만큼 인쇄비 인상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라며 “시장 가격이 있어 중앙일보가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2009년 3월 베를리너판으로 판형을 바꾼 중앙일보는 전국의 대학신문에 베를리너판을 보급하기 위해 같은해 12월 ‘대학보 확산 TF’를 발족했다. 이후 중앙은 베를리너판에 대한 인지도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지역신문의 판형 변경에도 적극 나섰다. 현재 베를리너판으로 판형을 바꾼 신문은 지역신문 15개, 대학보 26개, 전문지 17개 등 모두 58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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