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종편·조중동이 '쌍칼’들고 협박하면 버틸 기업 없을 것”
"종편·조중동이 '쌍칼’들고 협박하면 버틸 기업 없을 것”
[인터뷰]한겨레 이승진 애드국장 “종편, 이미 신문사 간부와 광고영업"

“지금처럼 시간끌기로 나가는 것 자체가 한나라당과 정부의 작전인 것 같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조중동 눈치를 보고 있고, 한나라당 역시 선거를 앞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겨레 광고국에서 만난 이승진 애드국장(광고국장)은 국회에서 미디어렙에 종합편성채널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 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국장은 “종편은 벌써부터 신문사 간부와 함께 광고 영업에 나서고 있다”며 “미디어렙이 있으면 렙사가 시청률 정보를 제공하고 단가를 책정할 텐데, 직접 영업을 허용하게 되면 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업이 정상적으로 광고비를 집행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로도 광고주나 기업은 큰 부담을 느끼는데, 여기에 조중동매는 종편이라는 ‘무기’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며 “종편 출범 초기 시청률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조중동과 종편이 ‘쌍칼’을 들고 협박하면 버틸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국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이승진 한겨레 애드국장
 
- 종편이 출범 3개월 전인 9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실상은 어떤가.

 “주요 그룹사 얘기를 들어보니, 종편이 광고영업을 하면서 아직은 정확한 금액을 요청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저 개국 준비 상황을 얘기하며 미디어렙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직접 영업을 하게 됐다는 식으로 접대를 한다고 한다. 기업의 광고 담당자들은 종편이 아직 실체가 없는 언론이라 (접대를)피하고 싶은데, 종편 보도본부장에다 신문쪽 고위 간부까지 나오니 빠져나갈 수가 없다고 한다.
12월 개국을 앞두고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영업을 할 텐데, 규제 법규가 없기 때문에 신문과 방송의 구분 없이 총체적으로 달려들 것이다. 종편 출범을 감안해 올해 별도의 예산 책정을 해 놓은 기업은 그걸 집행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하반기 예산 집행을 미루다 종편에 몰아줄 것이다. 출범 초기 시청률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조중동과 종편이 '쌍칼’을 들고 협박하면 버틸 기업이 없을 것이다. 올해 상반기 신문 광고가 마이너스 성장이긴 했어도 종편 때문만은 아니었는데, 하반기는 얘기가 달라질 테고 내년엔 ‘확실하게’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개국 이후 시청률로 종편의 ‘우열’이 나뉘기 때문에 더욱 신문-방송 가리지 않고 광고 영업에 총체적으로 ‘올인’할 것이다. 또, 정부에 각종 방송 광고 금지 품목을 풀어달라는 등 각종 민원을 넣을 가능성도 높다.”

- 기업들이 종편이 출범하면 광고를 줘야 한다며 광고비 집행을 꺼리고 있다는데.

“그런 분위기는 올 초부터 있었고, 광고 집행을 줄였거나 종편이 출범하는 하반기에 집행하려고 하는 곳도 있다. 실제로, 6월 이후부터 기업별 편차는 있지만 일반광고가 빠지고 있다. 요즘 지상파 뉴스를 보면 중소 그룹사 기사가 계속 나가던데, 다 종편과 기업과의 관계를 의식한 것 때문 아니겠나.”

- 종편 출범으로 기업이 광고 예산을 늘릴 가능성은 없나.

“광고주는 새로운 언론이 생긴다고 해서 예산을 늘리지 않는다. 그저 있는 광고 예산에서 일부를 ‘전용’해 쓰는 방식일 것이다. 가뜩이나 지금은 경기가 극도로 안 좋아지고 있고, 내년엔 선거 정국이라 기업들이 광고 예산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 정국에선 기업들이 항상 보수적으로 광고 예산을 집행해 왔기 때문이다. 총선에 이어 곧바로 대선 정국으로 가면 정치 구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홍보성 예산을 가진 기업은 대단히 보수적인 예산 편성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금융위기 등으로 경기 자체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고,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이 해마다 광고․홍보 예산을 줄여왔기 때문에 내년 광고 예산이 올해보다 절대 커지지 않을 것이다. 종편이 4개나 무더기로 출범해도 이러한 예산 편성 기조는 마찬가지다.”

- 종편에 출자한 기업들도 있는데, 광고 물량을 밀어줄 가능성도 있나.

“기업들은 이미 종편에 대한 출자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대한항공처럼 ‘용감하게’ 직접 종편에 출자한 곳도 있지만(대한항공은 TV조선에 9.7%(총자본금 3100억 원 가운데 300억 원 가량)의 지분을 참여, 3대 주주가 됐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협력업체를 통해 적당히 출자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모 일간지의 주요주주가 정부여도 광고는 못 밀어주는 것처럼, 종편에 참여한 기업들도 몇억 원 수준이 아닌 광고를 밀어주긴 어려울 것이다.”

- 결국 제한된 광고비를 종편과 나누려니 피해를 보는 언론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광고주 입장에선 같은 파이를 어떻게 쓸까 고민할 수밖에 없고 방송, 신문, 인터넷, 뉴미디어 등 각각 할당된 광고비에서 가장 취약한 매체인 신문, 지역언론, 종교방송의 광고비를 끌어다 종편에 줄 가능성이 높다. 종편도 광고영업을 ‘투 트랙’으로 할 텐데, 하나는 신문 쪽 예산을 빼 자기들에게 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상파나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방송 쪽 예산을 당겨 달라고 할 것이다.
기업들도 신문의 광고 물량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종편의 시청률을 본 뒤 그에 따라 과학적으로 집행하겠다고 하지만, 신문 쪽에 책정된 광고비를 종편 쪽으로 ‘전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광고 의존도가 높은 군소 언론이 광고비 감소로 경영난을 겪게 될 테고, 민주주의의 근간이 여론 다양성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 신생 매체인 데다 출범 초기엔 시청률도 부진할 텐데 광고주들이 과연 종편에 광고를 집행할까.

“지금도 조중동매는 주요 광고주를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 여기에 보도, 드라마, 예능 등이 가능한 종편까지 가세하면 기업은 자기 의지로 광고 집행 여부를 관철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미디어렙이 있으면 시청률에 따라 철저히 광고단가와 광고비를 책정할 텐데, 출범 초기엔 시청률이 거의 안 나오기 때문에 신문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단가를 높이거나 광고 영업을 할 것이다. 지금처럼 시간끌기로 입법에 손놓고 있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법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종편이 직접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방통위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헌법재판소가 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 지상파 광고를 코바코가 대행하고 있듯이 말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은 지난 6월 2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조중동 종편 직접 광고 영업 금지를 전제로 한 미디어렙 법안 제정을 촉구하고 KBS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종편 출범은 신문업계에서 어느 정도 예견해 왔던 것 아닌가.

“물론 그렇다. 이미 지상파와 수많은 PP들이 있어 시청자의 선택권 보장에 큰 문제가 없는데도 종편을 허가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정부가 순수하게 ‘마케팅’ 차원에서 종편을 하겠다는 곳은 떨어뜨리고 광고주와 기업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신문들을 종편 사업자로 선정한 만큼 앞으로 광고 시장은 물론 신문 시장의 질서도 흐트러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종편의 직접 광고 영업이 가져올 폐해라도 차단해야 한다. 그것이 미디어렙 법이다. PP와 달리 의무송신이라는 혜택을 받게 될 종편은 시청자 입장에선 지상파와 종편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종편도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하는 게 당연하다.”

- 종편의 직접 영업에 대해 지나친 우려를 하는 것 아닌가.

“종편 신문사의 사주가 방송광고를 신문 쪽에서 같이 하라고 했다가 내부에서 메커니즘이 다른 방송 광고 업무를 신문사 광고국이 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반발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얘기겠는가. 신문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신문 광고 영업 하듯이 방송 광고도 하라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 것 아닌가. 종편 광고에 있어 신문을 ‘무기’로 쓰겠다는 생각인데, 이게 바로 종편이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 종편 출범으로 인해 받을 타격이 얼마나 될 것으로 보나.

“광고 매출 차원에서만 본다면, 지금으로서는 그 감소폭이 얼마나 될지 감을 잡기 어렵다. 다만, 한겨레는 내년 전체 광고 매출 가운데 10% 정도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같이 중견 그룹사 이상의 광고가 전체 광고 매출의 40~50%를 차지하는 신문은 8~10% 정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래도 한겨레는 신문시장에서 매출 구조가 안정적인 편이다. 구독률이나 영향력이 높아 상대적으로 종편의 광고 침식에 대항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다른 신문사들은 타격이 더 클 것이다. 문제는 다른 군소매체다. 종편은 없어도 그 역할을 할 다른 언론이 있지만, 지역언론이나 종교방송 등은 대체재가 없다. 유일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거다. 종편 때문에 이런 언론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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