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시신이 안치된 종로구 혜화동 서울대병원 영안실. 고인이 별세한 이튿날인 4일에도 아침부터 시민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았다. 조문객들은 고인의 영면에 침통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인을 기억하며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조문객들의 면면도 매우 다양했다. 고인과 동시대를 살아온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중년의 부부, 젊은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모두 애도의 물결에 함께 했다. 고인의 영정 앞에 국화꽃 한 송이를 놓고 묵념을 하는 조문객들의 얼굴에는 숙연함이 묻어나왔다.

   
▲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영안실 앞. 고인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백경빈 기자
 

조문객들은 고인의 뜻을 기리고 고인이 원했던 세상을 아직 이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죄스러움을 표했다. 통일운동가 안재구 선생(79·전 경북대 교수)는 "허물어지지 않고 아들의 뜻을 이어 남은 인생을 보내신 데 대해 존경한다”면서도, 40년 전과 지금의 노동현실에 대한 질문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통탄했다. 그는 “오히려 지금은 노동착취의 방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어서 걱정이다”며 “비정규직이 마구 생기는 현실의 처참함”을 거듭 언급했다.

서울 신도림에서 온 대학생 강홍구씨(남·23)는 2009년 용산참사 때 단상에 올라 발언하신 이소선 여사를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노동문제가 전혀 안 바뀌었다 하면 틀린 말이겠지만 바꿔나가야 할 과제는 너무나 많다”며 “당장 눈앞에 정리해고, 청년실업의 문제 등이 있지 않나”고 말했다.

강동경씨(남·26)는 3년 전 전태일 평전을 읽으면서 이소선 여사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대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 않지만 노동현실은 곧 우리의 문제”라며 “자기의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에 스스로 빈소를 찾게 됐다고 했다.

김아무개씨(여·22)는 동아리 친구들 3명과 함께 왔다고 했다. 그는 “올초 전태일 평전을 읽으면서 고인을 알게 되고 지난 5월 노동자대회 때 직접 뵀었다”고 전했다. 이소선 여사를 직접 뵀을 때의 느낌을 묻자 “뭔가 설명할 수 없지만 가슴 벅찼다”며 “저희 어머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또 “주위를 둘러보면 무관심한 사람이 너무 많다”고 했다. 공감이 필요한 것이냐는 질문에 “공감을 넘어 실천까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표현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수많은 시민이 이소선 여사의 별세를 애도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 백경빈 기자
 

고인의 유족과 친분이 있어 평택에서 올라왔다는 최아무개씨(여·39)는 생전 고인의 삶에 대해 “밖에서나 집에서나 언제나 같은 모습이었다”며 “(노동)운동을 한다기보다 고인에게 그것은 그냥 삶의 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소선 여사가 어느 발언대에 올라 정규직들을 모아놓고 ‘비정규직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정오를 넘기면서 빈소는 오전보다 더욱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언론의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재오 전 특임장관,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와 법륜스님, 방송인 김제동씨가 빈소를 찾았다.

   
▲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장례일정 및 추모행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백경빈 기자
 

한편, 유족과 전태일재단, 유가협,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은 장례위원회를 꾸리고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민주사회장’의 장례일정 및 추모계획을 밝혔다. 장례위원회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계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이소선 어머니의 살아생전 오랜 숙원이었던 단결과 통합의 기운을 북돋우는 장례가 될 것”이라며 “장례는 5일장이고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례위원회는 7일까지 추모기간으로 정해 다양한 ‘시민참여형’ 장례를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5일 시민참여 행사로 ‘어머니의 길 걷기(평화시장~전태일분신지~창신동전태일재단~어머니 마지막 살던 집 등)’를 비롯해 6일 저녁 전국에서 ‘추모의 밤’ 행사를 연다. 장례위원회는 6일 고인이 살아생전 꼭 가보고 싶어했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고인의 영정을 싣고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 장례식은 7일 오전 발인을 시작으로 영결식, 노제, 하관식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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