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번 개각에서 1년 밖에 되지 않은 진수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임채민 신임 장관으로 내정한 것을 놓고 영리병원 도입을 밀어붙이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진 장관은 정부여당의 영리병원 도입정책에 국민의 건강권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지만, 임 신임 장관 내정자는 국무총리실장 시절부터 영리병원 도입을 강하게 주장해온 산업론자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임 장관 내정자가 보건의료 전문가가 아닌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임 장관 내정자는 (구)상공부와 (구)통상산업부, (구)산업지원부, 현 지식경제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보건의료단체들은 1일 이런 이유를 내세워 임 신임 장관 내정자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보건의료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영리병원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영리병원 도입과 의료민영화의 첨병이 될 임채민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보건의료연합은 “우선 국민의 건강과 복지 문제를 책임지는 주무부서 최고 책임자 자리에 의료산업화를 주장하고 있는 경제부처 출신 관료를 임명한 현정권의 복지와 의료에 대한 몰이해에 개탄한다”면서 “또한 이러한 인사결정은 현 정권이 민의를 거슬러 마지막까지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CBS노컷뉴스
 
보건의료연합은 “기자들이 경제관료의 보건복지부 장관 임용에 의문을 표시하자, 청와대는 ‘새로운 시각으로 복지문제를 바라보기 위한 것’이라고 내정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면서 “청와대가 말하고 있는 ‘새로운 시각’ 은 이번 무상급식과 관련된 투표에서도 확인된 국민들의 복지확대 요구에 역행하는 의료민영화 등일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연합은 이어 임 장관 내정자의 전문성과 도덕성, 자질 등 세 가지를 문제 삼았다. 지난 3월 국무총리실장 역임시 제주도 영리병원 도입을 강력하게 지지한 지경부 출신 경제관료인 임 내정자가 복지부 장관까지 맡는다면 영리병원은 물론이고 안전성이 의심되는 원격의료도입 등 경제부처의 이해가 걸린 의료법 개정안이 국민 건강권보다 경제논리로 결정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보건의료연합은 임 내정자에 대해 국무총리실장 임명당시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등을 목적으로 한 10여 차례의 위장전입을 시인하는 등 도덕성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연합은 이어 임 내정자의 임명소식에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들이 환영한 것을 지적하면서 “영리병원 도입에 열광하는 중앙일보 등의 환영인사에서 보듯이 이번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은 이명박 정권이 인수위부터 줄기차게 시도해왔던 의료민영화 추진, 특히 이번 7월부터 청와대가 영리병원 도입의지를 재차 천명한 것에 부응하는 사실상의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수순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임명철회를 촉구했다.

한편,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는 별개로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이날 전국단위종합일간지 등에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의료윤리를 무너뜨리는 영리병원을 반대합니다>라는 광고를 게재하고 본격적인 반대운동 돌입을 밝혔다.

치과의사협회는 이 광고에서 “의료에 무한 돈벌이를 허용한다면 국민건강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경제적 실익 없이 국민건강에 대한 걱정만 증가시키는 영리병원 법안의 철회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1일 일간지에 낸 영리병원 반대 광고.
 
치과의사협회 김홍석 공보이사는 “최근 발암물질 사용으로 논란이 됐던 영리병원 형태의 ○○치과그룹의 경우 의사들에게 환자수에 따라 순위를 매겨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의사들이 불필요한 진료나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고비용의 치료를 유도하는 과잉진료가 발생하는 등 폐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치과의사협회 쪽은 문제의 치과그룹의 보험진료비율은 9%, 일반치과는 35%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정부 쪽에서는 의료선진화와 외화벌이 등을 이유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건의료단체들은 영리병원이 도입될 경우, 현행 국민보험 체계가 무너져 의료부문에서도 빈부격차가 발생할 것이라고 반대해 왔다. 지금도 병원비 문제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영리병원이 전국에 확산되면 서민들이 병원 문턱을 넘는 것은 더 힘들어 진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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