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 주민 "우리가 사회 리더로서 …"
타워팰리스 주민 "우리가 사회 리더로서 …"
[현장] 무상급식 '기록적 투표율' 반응…“여기 안 살아보면 몰라, 세금폭탄 우려 ”

오세훈 서울시장은 결국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물러났다. '아이들 점심밥' 논란에 대해 서울시민의 민심은 주민투표함 개봉조차 허락하지 않는 표심으로 나타났다. 허나 평균적 서울시민의 관심과 구별되게 유독 높았던 대한민국의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투표율 59.6%의 정체성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들을 만났다. 이유를 들어봤다.

타워팰리스 주민들 대부분은 ‘잘 사는 아이들이 공짜로 밥 먹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고, '사회의 리더'라는 우월적 자의식이 드러나는 경향도 있었다.  

26일자 한겨레는  <‘부유층 대명사’ 타워팰리스 59.6% ‘다세대 원룸 밀집’ 역삼1동 19.5%>에서 “비싼 주상복합아파트의 대명사가 됐던 타워팰리스가 있는 강남구 도곡2동도 48.2% 투표율로 5위를 기록했다”며 “타워팰리스 A동에 마련된 도곡2동 제4투표소는 무려59.6%로, 서울시 평균 투표율(25.7%)의 2배가 넘었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26일자 3면 기사
 
타워팰리스 E동 앞에서 만난 신봉수 씨(26)는 “무상급식 자체가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 단계적 방안이 낫다고 생각해서 투표했다”고 밝혔다. 신 씨는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복지논쟁’에 대해서는 “복지정책으로 혜택받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며 “그래도 이 정도 경제수준이면 어느 정도 복지는 필요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57세의 한 주부도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자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상처받는다는 이유를 드는데 너무 시야가 좁다”며 “재정이 넉넉하면 전 백성이 다 먹어도 되지만 나중에 세금을 어떻게 감당하느냐. 잘 사는 사람들이 시야가 넓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잘 사는 사람들을 깎아내리려는 문화가 있다”며 “오세훈 시장도 어느 정도 사는 것으로 아는데, 그래서 오 시장이 하는 모든 것을 반대한다”고 서민에 대한 불신감을 내비쳤다.

오세훈 시장의 사퇴에 대해서는  “이명박이나 오세훈은 자기 주머니를 채우려고 하지 않고 애국심을 가지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정치 싸움에 의해 그렇게 됐다”고 그는 아쉬워했다.

B동에 사는 한명자 씨(56)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은 반대한다”며 “전면 무상급식이 좋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금 유럽이 힘들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 씨는 또 “다음 선거에서 집권당을 꼭 찍지는 않겠지만 무상복지를 말하는 후보는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워팰리스 주민들은 이곳 투표율이 높다고 전한 언론보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F동에 사는 한 주민은 “언론이 가관도 아니다. 타워팰리스에 무슨 재벌이라도 사는 것처럼 말하는데, 왜 이번 투표에서 타워팰리스를 콕 집어서 말하느냐”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 기사에 대해 난리다. 재벌도 있겠지만 우리는 소박하게 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번 투표가 ‘계급투표’였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계급투표 NO! 그래도 이곳 사람들은 이성판단이 나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투표했다”며 “투표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언론보도를 비판했다. 

타워팰리스의 투표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기 안 살아보면 모른다”며 “나는 이곳 사람들은 가치관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리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는 환경과 국가관은 연결돼 있다”며 “우리나라가 망하지 안해야 되는 과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 내 손자가 나중에 (무상급식으로 인한) 빚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우려했다.

‘저소득층을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하며 “우리나라 세금이 과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집 한 채인데, 미국은 40억짜리 집에 살아도 1주택자에게는 세금을 이렇게까지 안 매긴다”고 말했다.   

   
타워팰리스 야경.
 

물론 이곳에 사는 모든 주민들이 ‘단계적 무상급식’ 방안 만을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밝힌 40대 후반의 김숙희 씨는 이곳의 투표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다들 투표하라는 분위기였다. 다들 세금을 더 내기 싫어 투표했다”며 “주변에 투표를 안 한 사람은 나와 남편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이들 부모가 부자인지 여부가 밥 먹이는 문제와 무슨 상관이냐”며  “기본적으로 국가가 교육과 먹는 문제는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안에 찬성했지만 이번 주민투표 시행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B동에 사는 한명자(56) 씨는 “투표는 했지만 주민투표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며 “두 가지 안의 차이가 크지 않은데 유난을 떨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A동에 사는 김 모씨(47)는 투표율이 높지 않은 이유에 대해 “투표할 필요가 없으니 안 했을 것”이라며 “주민투표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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