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기자회견과 이명박 대통령의 한상대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이 8월 12일 오전 10시, 정확히 같은 시간에 열린 것은 우연일까.

우연이라면 참으로 기막힌 타이밍이다. 언론과 시민들의 시선이 TV 생중계로 전해진 오세훈 시장 기자회견에 쏠려 있을 때 청와대는 부담스러운 인사절차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한상대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점은 어느 정도 예고됐지만, 실제 임명은 여론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도덕성과 자질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인물이라는 점에서 임명 강행은 ‘대통령의 고집’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8월 11일 성명에서 “청와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검찰개혁을 이뤄낼 의지조차 보이지 않으며, 공직자로서 기본적 도덕성조차 갖추지 못한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야당도 한상대 후보자 검찰청장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면서 청와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D-day를 8월 12일로 잡았고, 오세훈 시장의 기자회견이 열리던 바로 그 시각 임명장 수여식을 강행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비판여론을 분산시킬 수 있었다. 언론의 시선을 집중시킬 다른 굵직한 사안이 없을 때 한상대 검찰총장 임명식이 열렸다면 그 사안에 시선이 쏠릴 가능성이 크고 비판보도도 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8월 12일 오전 언론의 관심은 온통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기자회견이었다. 야당 역시 오세훈 시장 기자회견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고, 검찰총장 임명 강행 문제는 관심의 뒷전에 놓였다.

이날 야당의 논평도 오세훈 시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한상대 검찰총장의 취임사에 대한 비판 논평을 내놓기는 했지만 발표된 시점은 검찰에서 취임식을 열었던 8월 12일이 아닌 하루 늦은 8월 13일이었다.

민주노동당 논평이 8월 12일 나오기는 했지만 부대변인 논평이었고, 진보신당 대변인 역시 8월 12일 내보낸 논평 2건은 모두 오세훈 시장에 대한 내용이었다. 야당은 ‘한상대 검찰총장 임명 불가’를 내걸면서 청와대를 압박했지만, 정작 임명장 수여식 당일에는 오세훈 시장에게 관심이 쏠린 나머지 대변인 명의의 비판 논평도 내놓지 못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