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누리꾼이 있다. 네이버가 의도적으로 원본을 검색 결과에서 배제하고 있으며 심지어 검색 순위를 조작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공식 해명 자료를 내면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그는 계속해서 근거 자료를 쏟아내면서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언론에서 그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자 자신의 딸과 함께 웹툰을 그려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김인성 코아트리 이사는 그동안 공공연하게 떠돌던 네이버의 검색 조작 의혹을 끌어내 논쟁을 촉발시켰다. 네이버는 김 이사의 주장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지난 6월 외부 블로그를 검색 결과에 반영하기 시작한 걸 두고 김 이사의 비판을 수용한 결과라는 관측이 많았다. 김 이사는 ‘이명박 탄핵’이나 ‘촛불집회’ 등의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배제됐으며 일부 진보 성향 정치인들이 포함된 연관 검색어가 편집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은 김 이사와 일문일답.

- 왜 만화를 그리게 됐나. 당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게 뭔가.
“처음에는 오마이뉴스에 글을 실었는데 네이버와 몇 차례 반박이 오고 간 뒤로 글을 안 실어주더라. 글이 너무 길고 같은 주제가 반복된다는 게 게재를 못하겠다는 이유였는데 나로서는 수긍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언론사에 글을 보냈는데 역시 비슷한 이유로 안 실렸다. 사실 글이 너무 길기도 하고 논쟁이 계속되면서 복잡해지기도 해서 만화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네이버가 펌본을 원본보다 더 우대하고 있으며 검색 순위를 상시적으로 관리 또는 조작하고 있다는 거다. 네이버가 여러차례 해명을 했지만 본질을 피하고 있다고 본다.”

- 당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나. 검색 결과를 조작하고 있다는 비판은 포털 사이트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확실한 근거가 필요할 거 같다.
“2008년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탄핵’과 ‘광우병’, ‘촛불집회’ 등의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일이 있었다. 네이버는 10위 밖으로 밀려나 안 보이게 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검색어들이 몇 분 사이에 한꺼번에 밀려났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 이런 의혹은 NHN이 해마다 펴내는 ‘네이버 트렌드 연감’이라는 자료집에서도 확인된다. 1년 동안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기록한 자료인데 놀랍게도 2008년 연감에서는 ‘이명박 탄핵’이라는 키워드가 빠져있다. ‘이명박 독도’라는 키워드가 381위에 올라있는 것과 비교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이런 비판을 했더니 NHN은 여러 키워드 가운데 대표 키워드만 수록했다고 해명하더라. ‘탄핵’이라는 키워드가 3329위에 올라있긴 한데 시간대별 인기 검색어 통계를 보면 ‘탄핵’이 단 한 번도 1위에 오른 적이 없다.”

- 의도적으로 네이버가 ‘이명박 탄핵’이라는 키워드를 순위에서 배제했다는 이야기인가. 네이버가 굳이 그런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을까.
“포털 사이트가 검색 순위를 조작한다는 정황은 여러차례 적발된 바 있다. 지난 3월 신정아씨 자서전이 출간됐을 때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가 삭제돼 논란이 됐다. NHN은 진 의원이 자신의 이름을 연관 검색어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직원이 이를 오해해서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도 진성호라는 키워드를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이게 뭘 의미한다고 보나. 네이버는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실수로 지울 수 있을 정도로 일상적으로 인기 검색어 순위에 손을 대고 있다는 이야기다. 2008년 교육감 선거 때는 ‘서울시 교육감’을 검색하면 다른 후보들 이름이 연관 검색어로 뜨는데 ‘주경복’ 후보만 빠져 있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는 후보자들 이름을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에서 삭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나는 정치·자본 권력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키워드들이 인위적으로 편집되고 있다고 본다.”

   
 
 

- 충분히 가능한 문제제기지만 일부의 사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견해도 많다. NHN에서는 자신들 검색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비판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검색 결과를 조작한다는 비판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트렌드 연감’이 확실한 증거다. 통계가 조작됐다기 보다는 ‘이명박 탄핵’을 애초에 인기 검색어에서 배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와서 검색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걸 인정하는 건 논쟁의 본질에서 벗어난다. 내가 제기한 문제들에 NHN은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펌본을 원본보다 더 상위에 노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못해서가 아니라 안 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 그게 NHN의 수익구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을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고 계속 네이버 안에서 머물도록 하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상위에 노출시켜 왔다. 내가 쓴 내 블로그의 글은 검색 결과에 없는데 내 글을 펌질한 네이버 블로그의 글이 뜬다. NHN이 한국 인터넷을 망치고 있다.”

- 당신이 제기하는 문제제기는 두 가지다. 정치 관련 검색 결과를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이 첫 번째고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 등 내부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두 번째다. 두 가지를 구분해서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좀 더 과학적인 비판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두 가지 모두 조작이라고 본다. 정치적 조작이 더 큰 문제지만 포털이 자기들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임의대로 카테고리를 편집하는 것도 문제다. 네이버가 검색 결과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인터넷의 네이버 종속이 심화되고 있다. 콘텐츠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못한 데는 네이버 책임도 크다. 네이버가 벌어들이는 검색 광고는 독점의 결과다. 네이버가 원본을 배제하고 트래픽을 가둬두는 건 원본이 가져갈 이익을 편취하는 행위다. 나는 이것도 범죄라고 본다. 포털이 그래서는 안 된다.”

   
 
 

- 앞으로 어떻게 싸울 생각인가.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우선은 웹툰을 꾸준히 그려 한국 인터넷의 여러 문제들을 알기 쉽게 풀어낼 생각이다. 아무리 영리기업이라고는 하지만 포털에게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 최소한의 객관성을 지켜야 한다. 아무도 비판하지 않으니 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네이버도 구글처럼 검색 트렌드 데이터를 좀 더 폭넓게 공개해야 한다. 떳떳하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나는 검색 결과가 불특정 다수 수많은 사용자들의 의지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트래픽이 공정하게 배분되고 콘텐츠 생태계가 살아난다. 나는 필요하다면 네이버의 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싸울 생각이다. 네이버는 과도한 권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남용하고 있다.”

NHN은 김 이사의 문제제기 이후 공식 해명을 통해 원본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지 않으며 이는 끊임없이 보완·개선해 나갈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인기 검색어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갱신 주기의 차이로 갑작스럽게 순위가 바뀐 것처럼 보였을 뿐 인위적으로 순위를 조작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지방선거 때 검색어 자동 완성에 후보자의 이름이 뜨지 않았던 건 순위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배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서로 ‘조작을 하고 있다(김인성)’,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NHN)’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추가 근거 자료가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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