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해 우리 정부가 최대의 동맹국임을 과시했던 미국에 대한 배신감과 우리 외교력의 실패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 같은 국민적 분노와 함께 실제 ‘동해’가 수백년 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심지어 일본의 고지도에서조차 ‘조선해’로 쓰였다는 사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에 어느 나라에서나 쓰이는 일반명사인 ‘동해’ 보다 역사적 근거가 있는 ‘조선해’와 같은 고유명사로 바꿔 표기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일 독도본부 등 독도연구단체에 따르면, 일본 에도 시대 천문학자인 다카하시 가게야스(高橋景保)가 1809년 제작한 ‘일본변계약도’를 보면, 동해는 ‘조선해(朝鮮海)’로 큼지막하게 표기돼 있다. 조선해엔 울릉도와 천신도가 조선령으로 기재돼 있다.

이밖에 다카하시는 그 이듬해에 제작한 지구만국전도에서도 동해를 조선해로 표기했다. 이같은 사실은 올해 초 영남대 독도연구소가 개최한 ‘일본 죽도의 날 제정의 허구성’ 토론회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이상태 국제문화대학원대학 교수가 밝히면서 알려지게 됐다.

   
에도막부시절 일본 관리(천문학자)인 다카하시 가게야스가 1809년 제작한 일본변계약도
 
이 교수는 당시 “일본 관리였던 다카하시는 막부의 명에 의해 ‘일본변계약도’와 ‘지구만국전도’를 각각 제작했으며 이 두 지도에서 ‘동해’를 ‘조선해’로 표기했다”면서 “조선해 표기 때문에 울릉도와 독도를 표시할 자리가 없자 두 섬을 원산만 쪽에 표시”했다고 말했다.

또한 서양의 수많은 고지도들에도 동해는 ‘Corean Sea’ 또는 ‘Sea of Corea’로 기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이와 관련해 독도본부는 10일 “동해 바다의 명칭이 중요한 것은 우리 독도의 영유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며 “Korean Sea에 있는 독도는 당연히 한국영토이지만 Japan Sea에 있는 ‘독도’는 어느 나라 영토인가. 독도에 아무 지식이 없는 외국인들이 한국 땅이라 대답할 확률은 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도본부는 “지금 바다 이름을 지켜내지 못하면 장차 독도를 내어주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동해명칭(동해·East Sea)로는 일본해(Japan Sea)를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일본해를 이기기 위해선 동서양에서 오래 전부터 통용됐던 ‘조선해(Korean Sea)’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며 “특히 중국과 일본 사람들조차 ‘일본해’ 보다 훨씬 앞서서 널리 썼던 명칭”이라고 밝혔다.

독도본부는 “미국과 영국의 ‘일본해 단독 표기 지지’는 한국 정부와 일부 단체의 잘못된 전략과 정책이 필연적으로 불러온 인재임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소설가 이외수씨는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로 만들 때까지 우리는 열심히 4대강을 파고 있었습니다”라고 현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조수빈 KBS 아나운서도 이날 트위터에서 “일본 대지진 때 호의를 베풀었는데 일본 정치인들은 울릉도 방문 소동을 피우고 반한류 시위도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동해를 일본해 단독표기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왼쪽 뺨 맞으면 오른쪽 뺨 내미는 게 맞나요. 양쪽 뺨 다 맞은 기분은”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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