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특보 출신 MBC 사장의 사퇴쇼 ‘방송장악 완결판’
MB특보 출신 MBC 사장의 사퇴쇼 ‘방송장악 완결판’
결국 창원·진주MBC 통폐합…여당도 반대…“사장 업적쌓기”

언론노조 ‘무효투쟁’ 나서

진주MBC가 흡수·합병됐다. 1968년 5월 개국한지 43년 만의 일이다. 합병계약서에 따라 진주MBC는 창원MBC에 흡수되며 명칭도 ‘진주’가 빠진 (주)MBC경남으로 바뀌게 된다.

통합을 추진해온 MBC(서울)는 수익성 개선을 내세워 환영했다. 그러나 서부경남지역민들은 지역민심을 대표하던 언론 하나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개탄하고 있다. 진주MBC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지역MBC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쏘아졌다는 한숨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지난 8일 진주·창원MBC의 통폐합 안건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김충식·양문석 야당추천 상임위원들이 일방적인 안건 상정에 항의했지만 무기력하게 머릿수에 밀렸다. 수적으로 우세한 여당추천 상임위원과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연기를 요구한 야당추천 위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붙여 통과시켰다. 이 사태로 야당추천 위원 두 사람은 회의장에서 표결강행에 항의하고 퇴장했고, 이후 일정을 모두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재철 MBC 사장이 밀어붙이고 있는 지역MBC 통폐합 승인 때문에 대통령직속기구인 방통위의 일정이 모두 멈춰버린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김재철 사장에게 있다.”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김 사장의 사표소동이 방통위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물론이고 여당 모두에게 부담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방통위가 지난달 21일 지역민들의 반대여론을 고려해 진주·창원MBC 통폐합 승인을 보류하자 8일 뒤인 29일 전격적으로 사표를 던졌다. 사의표명 이유도 오락가락했다. 처음에는 ‘승인보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했다가 몇 시간 뒤에 ‘항의의 표시’였다고 말을 바꿨다. 당장 방문진에 비상이 걸렸다. 임원의 경우 사표를 내는 순간 효력이 발생하지만 여당추천 방문진 이사들은 재선임이라는 편법으로 김 사장을 보호하느라 비난여론까지 감수해야 했다. 결국 압박을 느낀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과 여당추천 위원들도 강행처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파국을 불렀다는 것이다. 김 사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놓고 여야 정치권 모두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MBC가 보통 방송사도 아니고 공영방송사인데, 공영방송의 사장이 사표를 그렇게 함부로 던져도 되느냐”며 “사의표명 배경으로 경남 사천 출마 의혹까지 불거진 것은 여야 구분을 떠나 비판받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MBC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MBC 통폐합의 근거 또한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진주·창원MBC 합병의 목적은 ‘상호 전략적 사업성장을 통한 경영합리화 도모 및 경쟁력 강화를 통한 주주 가치의 극대화 추구’다. 쉽게 말하면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게 이번 통폐합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MBC 대주주인 방문진의 설립근거 어디에도 ‘주주 가치의 극대화’를 MBC에 요구하는 조항은 없다. 오히려 방문진법 제1조(목적)에는 ‘방송사업자의 공적책임을 실현하고…건전한 방송문화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쓰여 있다. 자본의 극대화가 아니라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최우선 가치로 둔 것이다.

또, 진주MBC와 창원MBC는 통폐합을 단행할 정도로 경영상황이 나쁘지 않다. 창원MBC와 진주MBC는 지난해 흑자를 냈다. 더군다나 MBC는 지역반발이 거세지자 애초 진주와 창원MBC 통합계획과 다르게 본사를 진주에 두고 제작과 보도기능도 축소하지 않기로 했다. 또, 광고총량 유지와 고용보장 등도 조건으로 내걸었다.                

조직개편과 경영수지 개선을 통폐합의 주목적이라고 하면서 통합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후속조치를 일체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한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방통위에서조차 이런 식의 통폐합이라면 아무런 실효성이 없으며, 지역민 갈등만 조장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그래서 통폐합 비난여론이 수그러들면 MBC가 약속을 파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위원장은 “통폐합이 되면 자연스럽게 광고배분율(수익배분)이 줄고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게 정해진 수순”이라며 “향후 종편출범으로 인한 광고시장 재편 압박을 지역에 떠넘기고 본사(서울)만 배를 불리겠다는 게 지역MBC 통폐합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진주·창원에 이은 강릉·삼척, 청주·충주 합병 등 김재철 사장과 MBC 일부 간부들이 지역MBC 통폐합을 하나의 업적으로 삼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향후 법적 투쟁을 통해 잘못된 결정을 되돌린다는 방침이다. 이미 진주MBC 주주와 언론노조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며, 헌법소원과 합병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도 진행 중이다. 언론노조는 합병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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