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종합편성채널 출범을 앞두고 기업들이 벌써부터 광고비 지출을 줄이고 있다. 조중동매, 신문시장 점유율 상위 업체들이 방송에 진출하면서 신문의 영향력이 방송으로 그대로 넘어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시청 점유율과 광고 효과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양윤직 오리콤 미디어컨설팅팀 부장은 “온갖 특혜가 쏟아지겠지만 현실적으로 시청 점유율 1%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3~5년 뒤 2개 정도 채널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 부장과 일문일답.

- 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광고 시장이 어떻게 될 거 같은가. 기업들이 종편을 대비해 광고비 지출을 줄이면서 벌써부터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 방송 광고는 대기업 의존도가 너무 높다. 상위 5% 광고주가 전체 광고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파레토 법칙에서 말하는 20 대 80 비율 보다 훨씬 높다. 대기업 계열 광고 대행사의 광고 취급액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거 같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광고시장 규모를 광고 집약도라고 하는데 IMF 이후 1% 이하로 떨어진 뒤 계속 더 떨어지는 추세다. 광고시장 성장률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수출 중심인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광고시장 규모가 적당한 수준일 수도 있다. 적정 광고비보다 더 쓰는 건 언론사들 먹여살리기 위한 거다. 그런데 종편+보도 모두 5개의 채널이 새로 생긴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의 광고를 줄여서 나눠줄 수밖에 없다. 언론사들이 먹고 살기 더욱 힘들어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

- 종편 사업자들 전망은 어떻게 보나. 종편을 안 하면 천천히 죽고 종편을 하면 빨리 죽는다는 한 신문사 사장 이야기도 있었는데.
“지금도 지상파와 유료 방송의 경쟁이 치열한데 여기에 종편까지 나눠먹기를 하려는 상황이다. 최근 슈퍼에서 의약품 판매를 허용한 것도 종편에 광고를 밀어주려는 수순일 가능성이 크다. 제약회사들이 약사들에게 쏟아붓는 영업비용을 광고시장으로 돌리겠다는 계산일 텐데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S 수신료 인상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KBS 2TV가 광고를 안 받게 되면 우선은 MBC와 SBS가 반사이익을 볼 거고 일부가 종편으로 흘러가겠지만 한계가 있을 거다. 그보다는 간접광고를 허용하고 협찬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드라마인지 광고인지 모를 정도로 간접 광고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종편이 출범하면 더욱 혼탁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병원 광고도 허용되지 않을까. 케이블 채널 사업자들이 대부업 광고로 먹고 사는 것처럼 종편도 먹을거리가 필요한 상황이니까.”

   
양윤직 부장은 "종합편성채널은 매체력보다는 영향력을 바탕으로 톱다운 방식의 영업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광고 보다는 협찬과 신문 패키지 판매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그래서 종편이 쉽게 안착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는 것 같다.
“글쎄, 나는 부정적이다. 지금 광고 시장도 이미 공급 과잉 상태다. 규제 완화를 한다고 해서 광고가 크게 늘어날 거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음성적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신문 광고 시장에서 광고 없이 현금만 오고 가는 협찬이나 후원 비중이 늘고 있는 것처럼 방송사들도 홍보성 프로그램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말이 협찬이지, 당장은 의료 광고가 안 되니까 병원이나 의사들을 간접 홍보하는 프로그램이 쏟아질지도 모른다. 트루맛쇼가 아니라 트루병원쇼, 트루골프쇼, 트루자동차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런 시장도 한계가 있을 거다. 소비자들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 벌써부터 외주 제작사들 몸값이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편으로는 저녁 시간 드라마와 주말 오락 프로그램에 올인해서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비용을 최소화하면 승산이 있다고도 하던데.
“2012년 기준으로 시청 점유율이 3%는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종편 시작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하루에 TV 두 시간 보던 걸 세 시간으로 늘릴 거 같나. 결국 지금 3 대 1의 경쟁이 7 대 1의 경쟁으로 바뀌게 된다. 드라마 한두 개가 뜨면 나머지는 모두 바닥을 찍을 것이다. 재방송 채널에서 소비되기도 하겠지만 대박을 치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게 된다. 그렇잖아도 드라마 시청 점유율은 해마다 감소 추세다.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2006년 ‘주몽’만 해도 50%가 넘기도 했지만 지금은 20%만 넘어도 대박이다. 내년부터는 10% 넘기도 쉽지 않을 걸로 보인다.”

- 종편도 걱정이겠지만 이제 채널이 무한대가 되는 시대로 가고 있지 않나. 스마트TV 시대가 되면 방송산업의 수익모델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지상파 채널의 시청 점유율이 50% 밑으로 추락한 지 오래지만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송되는 비율을 더하면 지상파 콘텐츠의 지배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이유가 뭘까. 시청 점유율이 제작비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좋은 콘텐츠가 팔리는데 좋은 콘텐츠는 비싸다. 종편이 지상파처럼 연간 4천억원씩 투자할 수 있을까. 아마 1500억원에서 많아 봐야 2천억 정도를 쓰겠지만 그 정도 투자로는 시청 점유율 1%를 얻기도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그 중에 한두 개는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들이 관리 차원에서 섭섭하지 않은 수준으로 광고를 배정하겠지만 그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 중심의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할 거라고 본다.”

- 종편의 광고 단가는 어느 수준이 될 것 같은가. 신문광고가 크게 위축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올해 광고가 줄었다고 난리들이다.
“시청 점유율이 1%라면 광고 단가는 지상파의 20%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그런데 아마도 지상파와 케이블의 중간 수준에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신문사를 끼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연간 1천억원 정도, 적정 단가의 두 배 정도를 지출할 거라는 이야긴데 어디서 그 비용을 마련하겠는가. 당연히 신문광고부터 줄일 거다. 지상파도 타격이 있을 거고. 가장 큰 타격은 독립 유선방송 채널 사업자들. CJE&M이나 티캐스트 소속이 아닌 채널들은 굉장히 어렵게 될 것 같다. 인수합병도 늘어날 거고. 미국에서 5년 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면 된다.”

- 시청 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질 것 같다. 선정성 경쟁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은데.
“주문형 비디오 시장이 확산되면서 본방 사수가 의미없게 됐다. 생방송이 의미 있는 건 뉴스와 스포츠 정도? 드라마는 하락 추세다. 제작비도 많이 들고 그만큼 광고도 많이 받았는데 이제 드라마로 돈 벌기가 갈수록 힘들어질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드라마를 유난히 좋아하긴 하지만 본방 사수는 갈수록 줄어들 거다. 다른 수익원을 찾아야 될 텐데, 본방 사수도 늘려야 하고. 뭐가 있을까. 그래서 나온 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투표를 해야 되니까. 시청자들을 TV 앞에 붙잡아 둘 수 있으니까. 이런 프로그램들은 협찬 받기도 좋고 프라임 타임에 편성하기도 좋다. 시청자들 충성도도 높다. 그래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것도 미국을 그대로 따라가는데 자칫 선정성 경쟁으로 치닫을 위험도 있다. 종편 초기에는 균등하게 광고를 배분 받겠지만 2~3년 뒤부터는 시청 점유율을 기준으로 차등 배분을 받게 될 것이다. 3~5년 뒤 2개 사업자 정도만 살아남을 거라는 의견이 다수다.”

미디어오늘은 오는 25일 ‘미디어 빅뱅이 다가온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전면 수정하라’는 주제로 전략 컨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양윤직 오리콤 미디어컨설팅팀 부장과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전략기획국 기자, 이성규 뮤즈얼라이브 대표, 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황성연 AGB닐슨코리아 연구원, 홍준 퓨처스트림네트워크 본부장, 정윤호 유저스토리랩 대표 등이 종합편성채널 출범과 미디어 헤게모니 변화, 민영 미디어렙 도입 이후 시나리오별 광고 시장 전망, 소셜 플랫폼과 뉴미디어 스토리텔링 기법, 뉴미디어 광고 플랫폼 동향과 전망, 소셜 네트워크 모니터링 방법론 등을 설명합니다.

8월 25일 오전 10시~오후6시.
홍대입구역 카톨릭청년회관 니콜라오홀.
참가비 : 12만원. (부가세 별도)
문의 : 02-2644-9944, (내선 103, 정재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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