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한 인기강사의 근현대사 강의가 ‘반(反)대한민국적, 반미친소(反美親蘇)적이며 북한 우호적’이라고 4일 보도한 조선일보에 대해 EBS 노조가 성명을 내어 반발하고 나섰다. ‘문제의 강사’로 지목된 최태성(40) 대광고 교사는 “해당 언론사와 취재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정정보도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앞서 조선일보는 4일자 신문에 실린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부분의 강의가 반한(反韓) 친북(親北)적 입장으로 일관돼 있다”고 공정언론시민연대를 인용해 보도했다. 조선은 “A씨는 또 일부 근현대사 사건의 경우, 진압의 잔인함을 왜곡해 강조할 뿐 사건 본질에 대한 소개는 하지 않았다고 공정언론시민연대는 지적했다”면서 “수험생들이 많이 듣는 인강(인터넷 강의)에서 강사들이 이념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하는 사례는 EBS만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조선일보 8월 4일자 4면.
 

그러나 최 교사는 “일부 언론이 자신의 강의 가운데 북한의 입장과 주장을 소개한 것을 마치 개인의 주장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기사가 작성돼 있다”면서, 4일 자신의 EBS 강의게시판 공지사항에 조선일보의 기사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바로가기)

일례로 조선은 “북한에서는 분명히 민주개혁이라는 이름하에 토지개혁이 이뤄졌습니다. 무상 몰수, 무상 분배를 통해 북한 지역에 있는 농민들한테 토지가 나누어졌다 말이에요. 북한에서 지금 토지를 나눠주고 있는데 남한이라고 안 하면 안 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남한에서는 일부분만 했어요. 그것도 돈 받고 말입니다”라는 최 교수의 강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최 교사는 “남한이 더 개혁적”이라고 말한 부분은 조선이 제외했다고 반박했다.

   
EBS 아고라 서명.
 
또 조선이 “일제 강점기 시대 항일 무장 투쟁을 했던 지도부로 구성돼 있는 북한은 조국 해방을 위해 항일 무장 투쟁을 했듯이 미국의 식민지인 남한을 해방시키기 위해 여전히 투쟁해야 한다는 식의 식민지 해방론의 입장에 계속 있거든요. …1950년 6월 25일 그때 '땅!' 하고 전쟁이 터진 건 아니에요. 이미 38도선 경계로 남과 북이 소규모 전투는 계속하는 상황이었고, 이승만 정권도 북진통일을 외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거든요”라고 소개한 내용에 대해서도, 최 교사는 “이건 북한의 주장을 설명한 겁니다. 그리고 바로 뒤에 그들의 착각이라고 표현했는데 그걸 왜 빼시는지..”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위원장 류성우)는 5일 성명을 내어 “잘못된 기사에 대해 해당 언론사들이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기대, 그리고 명성과 사격에 걸맞은 후속조치를 해 줄 것을 간곡하면서도 엄중이 요청”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문제가 된 기사는 수능역사 근현대사 강의내용 중 특정부분만 발췌하여 마치 강의 내용이 좌편향적인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왜곡 보도하였”다면서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더구나 기사작성 과정에서 EBS 관계자나 해당강사 누구에게도 어떤 형태의 확인 작업도 거치지 않아 기사의 신뢰도를 낮췄”다고 꼬집기도 했다.

   
▲ 국민일보 8월 5일자 사설.
 

한편 조선일보의 보도에 뒤이어 다른 신문들도 나란히 EBS의 ‘편향 강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5일 국민일보는 <역사왜곡 EBS, 이러고도 수신료 받나>라는 사설에서 “실제 강의내용을 보니 편향의 정도가 심하다”면서 “(EBS는) 방송법에 따라 KBS 수신료 수입의 3%를 받는다”고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세계일보는 같은 날 사설 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한국 근현대사 교육이 가관”이라며 포문을 연 뒤 “전국 수험생들에게 이 황당한 강의를 전한 것은 공영방송인 EBS다”라고 비난했다. 서울신문도 “이런 ‘외눈박이’ 의식으로 교실에서, 또 방송에서 청소년에게 역사를 가르친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강사를 포함한 제작 관련 당사자에겐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까지 했다.

   
▲ 세계일보 8월 5일자 사설.
 
   
▲ 서울신문 8월 5일자 사설.
 

한편 조선일보는 작년 2월에는 최 교사를 ‘극찬’하는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조선일보는 작년 2월 13일자 지면에 실린 ‘맹렬 교사 열전’에서 “‘맹렬 교사’는 강의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랐다”고 최 교사를 소개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공정언론시민연대(공언련)는 “병풍, 탄핵풍, 촛불시위보도에서 보듯 언론의 위선은 한 사회를 송두리째 분열로 몰아넣고 파괴할 수 있다”면서 “일부 언론의 그 어떠한 위선에 대해서도 언론에 대한 사랑과 애국심의 발로에서 단호히 맞설 것”을 천명하며 2008년 9월 창립됐다. 공언련에는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현 뉴데일리 고문)과 봉두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rediscra)은 “말 많고 탈도 많지만 EBS 인강은 전국민 의료보험같은 것이다. 조선일보의 EBS인강 흔들기는 사교육 시장에서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의도와 같은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현재 다음 ‘아고라’에는 ‘최태성선생님에 대한 조선일보의 사과 및 정정보도요청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서명이 진행중이며, 5일 오후 1시 30분 현재 4,115명이 서명해 목표 인원 5,000명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 조선일보 2010년 2월 13일자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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