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환경이 급속히 바뀌면서 인터넷은 중요한 미디어 중 하나가 됐다. 여기에 1인 미디어 역할을 하고 있는 SNS는 개인 간의 친목을 넘어 하나의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사회 연계망을 복잡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21세기 한국에서는 역사 이래 가장 복잡한 미디어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인 활자에서, 유선, 무선, 케이블을 넘어서 이제는 소셜 미디어와 미디어 컨버전스(media convergency)로 융합된 새로운 미디어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다. 광고와 정보, 콘텐츠가 동시 전송되고 스마트폰과 SNS로 실시간으로 로그온되어 있는 ‘스마트 미디어 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인터넷이 진화하면서 정보는 무한대로 생산되고 확산되고 있다. 이미 수치로 확인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터넷 정보와 콘텐츠가 네트워크를 떠다니고 있다. 그리고 이 정보 중에서 일부는 지식을 생산하는 중요한 소스가 되기도 하지만 아주 소수의 저질 정보도 같이 생산된다.

무분별한 정보 확산과 2차 피해

그런데 인터넷 정보가 유용한 것이 많지만 일부 문제도 발견된다. 악성 댓글, 명의 도용, 중독, 피싱사기, 바이러스, 허위와 비방, 스팸메일, 위치기반 서비스와 프라이버시 침해, 명예훼손 등 관련된 문제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 필자가 최근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은 바로 디지털 주홍글씨(Digital Scarlet Letter)이다. 너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에서 여주인공은 간통했다는 이유로 공개된 장소에서 간통을 뜻하는 ‘A(adultery)’자를 가슴에 달고 일생을 살라는 형을 선고받는다. 그야말로 그 여성을 공동체에서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반인권적인 형벌이다.

이런 문제는 과거 17세기 중반 미국 이야기만이 아니다. 21세기 인터넷 공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 잘못을 저질렀거나 혹은 잘못된 모함으로 인터넷에 오르내릴 경우,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나중에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더라도 여전히 정보는 남는다. 물론 사실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과연 한 사람의 잘못된 행위가 영원히 인터넷 공간에서 주홍글씨가 된다면 그로 인한 2차 피해는 없을까?

이와 유사한 사례는 국내외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잘잘못을 따지고 판결이 나기 전에 인터넷에서는 이슈화가 끝나버리고, 뉴스와 인터넷 게시글은 확산된다. 그리고 이 정보는 추후에 무고함이 밝혀져도 계속 남아 2차, 3차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한 여학교 교장의 무죄가 결정되었지만 검색이 되어 혼사가 파경에 이른 적도 있다. 그리고 여전히 일부 정보와 사진이 시효 만료도 없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인터넷의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터넷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점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사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국내외의 많은 시민, 언론단체에서 인터넷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사업자와 네티즌들에게 자율보다는 규제 위주 정책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했다.

장기적인 대안 마련과 사회적 고민 필요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그 이유는 방통위가 인터넷의 발전, 자율적인 생태계를 어떻게 보존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정치적 판단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주홍글씨와 같은 조금만 생각해도 예방할 수 있는 문제는 도외시한 것이다. 이제라도 인터넷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시나리오를 짜고 사전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방통위가 존립하는 근거다.

그리고 시민사회에서도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에 너무 매몰될 경우 디지털 주홍글씨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도 죄를 저질러도 복권이 되는데 잠시의 실수나 잘못을 평생 단죄한다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관련 단체와 학계의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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