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부른 대우조선 노무관리
죽음부른 대우조선 노무관리
직·반장 통해 근로자 철저통제

금딱지제도로 상호 불신 조장도

회사측 신경영 앞세워 노동강도 강화 비극 불러


대우조선 박삼훈씨(41·특수선 생산1부)의 분신 사망사건은 대우그룹이 내세우고 있는 ‘신경영’ 전략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 노동계는 설명하고 있다.

6월 21일 숨진 박씨는 유서를 통해 ‘집회 참석까지 방해’하는 회사에 대한 분노를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우리도 인간답게 살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며 절망스럽게 외치고 있다.

대우조선에서의 노동자 자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탑재부 문남규 반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유족과 노조는 문반장이 회사쪽의 병영적 감시 체제를 못견뎌하며 상급자와 반원들 사이에서 괴로움을 겪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회사가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며 회사쪽에 강력한 항의를 한 바 있다.

이같은 절망적인 상황은 지난 90년부터 대우조선이 이른바 ‘신경영’ 전략을 들고 나오면서 심화되었다는 것이 지역 노동계의 진단이다.

영남노동운동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적자에 허덕이던 대우조선이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본식 노무·사업장관리 체계를 도입, 노동 강도를 급격하게 높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새로 도입된 노무관리의 핵심은 6~8명 정도로 구성된 작업 ‘반’을 만들고 이들 반 4~5개를 묶어 ‘직’을 두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들 반과 직을 통괄하는 반장과 직장에게 인사고과권과 근무실적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대우측에선 이를 두고 노조와 조합원이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자율’적인 노무관리 체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직이 작업장과 반원 개개인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노조를 무력화하는 데 앞장서서, 협력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상호 감시하는 조직 단위로 운용되고 있다는 현장의 비판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것이 ‘반 인정제도’다. 개별 반의 활동을 △질서 △생산 △안전 △표준화 등 7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 일정 정도를 ‘성취’하면 무궁화가 새겨진 ‘금딱지’을 주는 제도다. 이 금딱지를 6개월안에 모두 따야만 인사 등에 해당 반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성취하기는 너무 까다롭다. 예를들어 질서부문을 성취하려면 한반에 조퇴가 한달에 2번 이상 생기지 않아야 된다.

대우그룹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 ‘금딱지’ 제도가 현장 동료들간의 불신감을 팽배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의 각종 활동은 회사쪽의 철저한 감시 아래 있으며 만약 어떤 사람이 노조 활동에 참가한 것이 밝혀지면 그 사람이 속해 있는 반 전체가 불이익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반이나 직이 자율과는 거리가 먼 집단적 통제기구 모습을 강하게 띠고 있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8월 영남노동문제연구소 대우조선 연구팀이 직원 6백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질문 결과는 이같은 ‘대우식’ 노무관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 설문에서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89.3%가 현재의 노무관리가 권위적(42.5%)이거나 매우 권위적(46.8%)이라고 응답했다.

대우조선은 신경영 운동이 시작된 90년 이후 불과 3년여만에 누적적자 2천3백90억원을 완전 해소하고 흑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올해 임금교섭에선 불안정한 임금·직급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노조에 대해 교섭시작 두달이 넘도록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노조는 비판한다.

‘자율’이란 외피를 둘러쓴 통제적 현장 분위기와 노조의 분배적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무시되고 있는 현실에 극단적 형태로 항거한 것이 이번 분신 사건이라고 노조와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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