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대표실 도청 의혹을 받고 있는 장아무개 KBS 기자가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기 전에 노트북과 휴대폰을 통째로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KBS는 장 기자가 민주당의 도청의혹 제기 이후 노트북과 휴대폰을 분실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렸을 때 장 기자가 작성했던 각종 기록이 담겨있는 노트북은 사라진(“분실”) 상태이며, 경찰이 압수한 것은 이미 장 기자가 새로 교체한 것이어서 사실상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확보에는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강덕 KBS 정치외교부장은 11일 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장 기자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6월 23일)와 도청 의혹이 제기(24일)된 이후 노트북과 휴대폰 잃어버렸는데, 분실 후 곧바로 사내에 따라 신고하고, 공문처리까지 완료하는 등 공식절차를 거친 뒤 새 노트북과 휴대폰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어떻게 휴대폰과 노트북을 한꺼번에 통째로 분실할 수가 있느냐’는 지적에 “평소에 늘 함께 갖고 다니기 때문”이라며 “통상 그런 경우가 있을 것이다. 장 기자가 술에 약해서 그런지, ‘왜 잃어버렸냐’고 물어보니 휴대폰도 그전에도 몇차례 분실한 적이 있다고 했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도청의혹을 제기한 직후부터 정치권 안팎에서는 KBS 기자가 도청을 한 것 아니냐는 말이 퍼져나왔었다. 이 때문에 사건이 벌어진 이후부터 경찰이 전격 자택 압수수색을 벌이기 전에 장 기자가 사건의 가장 중요한 단서가 담겨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노트북과 휴대폰을 분실했다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의문을 남기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강덕 정치부장은 “이건 정말 우연의 일치라고 밖에 할 수 없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혐의자로 확정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장 기자가 마치 ‘바꿔치기’했다거나 ‘증거인멸’을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말했다.

장 기자는 압수수색 이후 국회로 계속 출근해 취재업무 등을 보면서도 압수수색 이후 경찰 소환 등에 대비해 사내 변호사의 자문을 받는 대응 채비를 하고 있다고 이 부장은 전했다.

이를 두고 K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이날 “분실했다는 말은 보도국 내에서 며칠 전부터 있었던 얘기였는데, 이제 팩트로 확인돼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KBS 정치부 말처럼 정말 우연히 분실한 것이라 해도 과연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그냥 잃어버렸다’는 것에 대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의 몇프로나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안동현 영등포경찰서 수사과장은 “압수물 분석팀으로부터 노트북 휴대폰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KBS 주장대로 아무 것도 없는 압수물이었다해도) 노트북과 휴대폰, 그 한 가지만 보고 수사하겠느냐”며 “그래도 진위여부를 확인할 것이다. 우리 일거리가 더 생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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