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열 한국일보 신임 대표이사 사장 발행인은 지난 27일 "한국일보 사원들의 자존심을 되찾아 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에게 일단 1년을 달라"며 "1년 뒤 공과를 평가받고 그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감히 말하건대 나만큼 한국일보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 있겠나"라며 "내가 행복한만큼 한국일보 사원들도 꼭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1978년 한국일보 견습36기로 입사해 사회부장, 경영전략실장, 편집국장, 스포츠한국 사장 등으로 일한 뒤 지난 12일 한국일보 사장에 선임됐다. 다음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옥 사장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엄중한 시기에 막중한 임무를 맡았는데.

"한국일보 사장 자리는 영예로운 자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신문시장의 위축에다, 종합편성채널 출범 등 다양한 미디어의 출현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데 걱정이 앞선다. 사원들의 사기도 올려야 하고 이른 기간 내 영업이익도 내야 하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 연구하는 자세로 작은 문제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

   
박진열 한국일보 신임 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2003년 9월 편집국장 인사가 나자마자 삐삐를 구입한 뒤 저녁에는 삐삐만 켜놓아 화제가 됐다. '가판 보도 후 걸려오는 민원성 전화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제는 편집국장이 아닌 대표이사 사장이기에 그때와 입장이나 상황이 다르지 않나.

"해석대로 불필요한 민원성 전화를 차단하기 위한 취지였다. 그러나 당시에도 기사 오류에 대한 지적이나 제보 전화는 빠짐없이 받았다. 나는 평소 '정확한 신문'을 강조한다. 정확한 기사만이 독자나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모두로부터 환영받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일보 가용 기자 수가 140명 선이다. 다른 전국단위종합일간지와 비교할 때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그 와중에 에이스급 기자들의 유출은 계속되고 있다. 취재인력의 양적, 질적 제고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일보 편집국, 논설위원실, 주간한국 기자까지 다 합치면 215명이나,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신문은 기자들이 만들기 때문에 일정수의 인원은 필수적이다. 능력 있는 젊은 신입기자들을 많이 뽑아 잘 교육해서 현장에 투입하는 등 과감한 방안도 생각중이다. 사정이 어렵더라도 기자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 젊은 기자들이 늘어나면 조직 내 분위기도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제작국 사원들의 구조조정과 분사, 그리고 중학동 사옥터 재개발로 5년여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하지만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 지났음에도 한국일보 미래에 대한 사내의 불안감은 다시 커져가고 있다. 중학동 신사옥 입주 무산, 우선매수청구권 관련 이익금 문제, 상암동 DMC 신사옥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일련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2007년 워크아웃 졸업 후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원들의 불만이 커졌다고 본다. 사내 소통 부재로 생긴 오해도 있었고, 의혹이 부풀려진 점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내가 부임한 이후 사원과의 소통을 강화해 오해를 풀기도 했고, 노조 대표가 자료를 직접 열람해 의혹을 해소한 경우도 있다. 소통을 더욱 강화해 회사와 사원간의 불신을 해소하고 사원 전체의 뜻을 모아 발전적인 방향으로 회사를 끌고 갈 계획이다. 상암동 DMC 신사옥 건립은 현재 스케줄대로 진행되고 있다. 올 연말 이전 착공해 창간 60주년을 맞는 2014년 초 완공이 목표다."

   
박진열 한국일보 신임 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전임 이종승 사장(현 한국일보 부회장)은 2004년 취임 당시 "여러분들이 새로운 등대를 발견하고 그 등대에서 비치는 불빛이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주는 불빛이라면 저는 과감히 뱃머리를 돌릴 각오도 돼있다"고 말해 분분한 해석을 낳았다. 공교롭게도 현 상황 역시 썩 좋지는 않은데, 장재구 회장과 사원들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이종승 전임 사장은 회사 사정을 설명할 때 '표류', '접안', '기관' 등 항해 용어를 즐겨 사용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전임 사장이 한 말에 대한 일부 해석은 당시 전후상황에 비춰 맞지 않았다. 참 뜻은 경우에 따라 신문의 방향성을 포함,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였던 것이다. 사장의 역할은 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하고 일류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선배를 '형'으로 부르는 특유의 전통이 있다. 회장과 사원 사이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 회장이 이끌고, 사원들이 밀어주는 전통의 가족적인 회사가 되도록 하겠다."

-편집국장 재직 시절인 2004년 6월 9일 창간 50주년 기념호에서 1970~80년대 한국일보의 왜곡·과장보도와 오보를 공개적으로 반성해 주목받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전두환 대통령 당선, 삼청교육대 관련 기사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자사 보도를 비판했었다. 이에 대해 당시 "한 때 그런 때도 있었다는 것을 반성하는 것으로 앞으로 열심히 정도를 가겠다는 독자에 대한 약속"이라며 "이렇게 해야 도리에 마땅한 것 아닌가 싶어 기획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한국일보의 판매부수나 신뢰도는 각각 다른 매체에 밀리고 있다. 주장이 난무하는 시대에 중도가 설 자리가 있다고 보나. 한국일보가 국내 신문시장에서 갖는 의미와 위치는 어떤 것인가.

"구시대 오랜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언론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언론 본연의 사명을 재다짐하는 기획이었다. 당시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 기획을 사세변화와 바로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다. 재벌언론, 언론재벌이 무한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색깔이나 보도태도만으로 신문이 평가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 않나."

-올해는 신방겸영이 본격화되는 해다. 뉴디바이스 등장에 따른 각 신문사의 대처도 분주하다. 신문산업, 언론시장에서의 활로를 찾기 위한 한국일보의 전략은 무엇인가.

"언론학자들이 강조하듯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다양한 플랫폼으로 유통함으로써 매출을 늘리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한국일보미디어그룹은 한국일보를 비롯해 서울경제, 스포츠한국, 코리아타임스, 주간한국, 포춘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다량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강점을 활용해 활로를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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