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목적

본지는 한길리서치와 공동으로 6·27 지방자치제 선거에 대한 평가와 최근 정치권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는 정계개편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현재의 정당구조에 대한 평가와 바람직한 정치발전의 방향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언론보도에 올바르게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실시됐다. 정당이나 정파의 정략내지 ‘세불리기’에 따른 이합집산의 정계개편이 아니라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가 올바르게 반영되는 통로로서 정당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도 여야간 또는 정당간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또 다시 국민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표로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한 국민들은 그 결과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방향이 어떤 것이든 그 중심에는 국민이 있어야 한다. 선거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물은 것은 이 때문이다.

조사방법

이번 조사는 95년 7월 현재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인천, 제주 등 전국 17개 주요시에 거주하는 성인남녀들을 대상으로 지난 5, 6일 이틀간 실시됐다. 대상은 성별, 연령별, 시도크기별로 무작위 추출했으며 응답자는 8백23명이었다.

분석은 각 문항에 대한 백분율을 계산한 다음 각 문항에 대해 사회인구학적 변수별로 교차분석했다. 인구사회학적 변수로는 성별, 연령, 학력, 직업, 종교, 본적, 지역(권역)이 사용됐다.

오차크기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3.4%.

항목별 분석

투표를 하지 않은 이유

이번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은 경우 그 이유에 대해 ‘사정이나 다른 일정으로 시간이 없어서 투표를 하지 못한 경우’가 55.3%로 가장 많았다. ‘현재 정당, 정치구조에는 마땅히 밀어줄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없어서’가 14%로 두번째를 차지했다.

후보선택의 최선 여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와 관련, 지지한 후보가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응답자는 69.2%였다. 그러나 마땅한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아닌 차선의 후보였다는 응답자도 30.8%로 적지 않았다. 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은 후보지만 대안이 없어 선택했다는 것으로 우리 정치구조가 국민들의 의사를 올바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최선이 아닌 차선의 후보를 선택했다는 응답은 학력별로는 전문대졸, 대졸 학력층에서, 지역별로는 강원, 충청, 대구·경북권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3김 출신지별 지역분할구도의 선거결과에 대한 평가

이번 선거결과가 3김 출신지별 지역분할 구도로 나타난 데 대해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29.2%, ‘다소 바람직하지 않다’ 25%로 과반수를 넘는 54.2%의 응답자가 이번 선거결과의 지역분할 구도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반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19.2%(매우 바람직 5.2%, 다소 바람직 14%)에 불과했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는 성별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연령별로는 30대층이, 학력별로는 대졸이상, 직업별로는 사무전문직, 공무원, 학생층에서 많았다. 반면 바람직하다는 평가는 호남이 30.7%로 전국평균인 19.2%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후보결정시 우선 고려요인

광역단체장에 대한 후보결정시 고려요인으로는 민자당과 김영삼대통령에 대한 호감이나 반감을 우선 고려했다는 반응이 32.5%, 출신지역등 연고가 32.3%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민자당과 김영삼대통령에 대한 호감이나 반감을 우선 고려한 유권자들은 직업별로는 자영업이나 사업, 서비스직, 무직에서 많았다.

지지정당별로는 자민련 지지자가 출신지역 등 연고에 의한 후보결정이 많았다.


언론의 선거보도에 대한 공정성 평가

이번 선거과정에 대한 언론의 공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53%가 공정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불공정했다는 평가는 15.6%에 그쳤다.

불공정했다는 평가와 관련해서는 학력별로는 전문대, 대졸이상 층이, 종교별로는 가톨릭층에서 많았다. 지지 정당별로는 민주당, 자민련 지지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지지정당및 정치세력

지지정당은 민주당이 24.5%로 민자당보다(13.6%) 높게 나타났다. 다음은 시민단체(7.9%), 재야(4.8%) 자민련(4.4%) 순으로 나타났다.

특징적인 점은 선거직후임에도 지지정당이 없다는 응답히 44.8%로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이는 상당수 국민들이 현 정당구조를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창구로 여기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령별로는 민자당은 연령이 많을 수록, 민주당은 40대 이하층에서 시민단체와 재야는 20, 30대층에서 많았다. 학력별로는 민자당은 중졸이하 층에서, 민주당은 전문대졸, 대졸이상 층이 지지율이 높았다. 지역별로는 민자당은 부산 경남권, 민주당은 서울과 호남권, 자민련은 강원, 충청권에서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났다.

김대중아태재단 이사장의 정계복귀에 대한 의견

매우 반대 37.7%, 다소 반대 23.5%로 과반수를 훨씬 넘는 61.2%가 김이사장의 정계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찬성 의견은 26.9%였다.

지역별로는 호남, 서울지역이 찬성 의견이 많았다. 지지정당별로는 민주당 지지자중 과반수가 넘는 61.8%가 찬성하고 있으나 다른 정당 지지층은 부정적인 시각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당중 정치적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정당의 유무여부


현재 3김씨를 중심으로 민자당, 민주당, 자민련으로 이루어진 정당중 정치적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정당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45.1%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 현 정당구조에 대한 깊은 불신과 함께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현정당구조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응답한 대답은 28.5%에 머물렀다.

‘없다’는 응답은 연령별로는 40대 이하층 특히 20대층이 많았고, 학력은 고학력층이,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부산·경남, 인천·경기권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지정당별로는 민자당 지지자의 38.6%, 민주당 지지자의 29.8%, 자민련 지지자의 32.4%가 현 지지정당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지지하는 새로운 정당형태

정치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의 형태에 대해서는 ‘시민단체 중심의 중도적인 개혁신당’(47.4%)을 가장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심적인 보수층 중심의 보수신당’(30.5%)을 원하는 시민들도 상당수로 나타났다. 반면 노동 농민운동권과 재야중심의 진보적 신당에 대해서는 11.2%만이 지지의사를 밝혔다.

중도적 개혁세력의 연합세력

시민단체와 중도개혁세력이 신당을 만들 경우 바람직한 결합 세력으로는 양심적인 보수세력(62.7%)을 노동 농민운동권과 재야중심의 진보세력(28.5%)보다 훨씬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와 학생 공무원층은 재야 진보세력을, 30대 이상과 자영업자, 서어비스업등 다른 직종은 양심적 보수세력을 더 선호했다.

재야, 시민단체 지지자들조차 모두 보수세력과의 연대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민자당과 김영삼정부에 대한 호감정도

민자당이나 김영삼정부에 대해 19.7%만이 호감을 표시했다. 반면 28%가 반감을 갖고 있다고 응답, 호감보다는 반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징은 ‘그저 그렇다’는 유보적 입장이 52.3%나 됐다는 점이다.

민자당과 김영삼정부에 대한 호감정도와 지지한 광역후보의 정당을 보면 민자당이나 김영삼정부에 호감을 갖고 있는 경우 43.3%, 그저 그렇다는 응답자의 24.9%, 반감을 갖고 있는 응답자의 12.6%가 민자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보정당의 필요성

지지여부를 떠나 진보정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매우 많이 필요’ 23.2%, ‘다소 필요’ 35.4%로 대다수인 58.6%가 그 필요성에 찬성했다. 필요없다는 응답은 9.1%에 불과했다.

필요하다는 응답은 연령이 적을 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많았다. 지지정당별로는 민주당, 자민련, 재야 지지층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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