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뉴스 시장에서의 ‘합종연횡’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제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 현상은 인터넷 연예매체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새 연예매체를 창간하는 방식이다. 4~5년 전 연예매체와 콘텐츠 제휴 수준에 그친 것에 비춰볼 때 공격적이라는 평가다. 2009년 1월 네이버가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매체들이 연예콘텐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현재 언론사 트래픽 유입 비중의 70~80%, 일부 언론사의 경우 90% 이상이 연예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매체들이 연예콘텐츠를 앞 다퉈 확보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우려를 살펴본다. 

경제지 닷컴, 연예매체 지분 인수
신규 인력 충원보다 ‘나은 장사’
뉴스캐스트 입점 매체는 ‘상한가’
“포화상태인 트래픽 차지 계산”

대다수 전국단위종합일간지는 스포츠지를 거느리고 있어 연예콘텐츠 확보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경제지는 다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머니투데이였다. 2000년 언론계에 등장한 뒤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한 머니투데이는 타사보다 한 발 빠른 선택으로 눈길을 끌어왔다. 머니투데이는 2004년 연예전문 매체 스타뉴스를 출범시킨 이후 2009년 10월에는 스포츠-연예 전문 매체 OSEN(오센)과 손을 잡았다.

머니투데이와 OSEN 양사는 콘텐츠 교류는 물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합 운영하고 온라인 마케팅도 공동 추진하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OSEN의 지분을 일부 인수하고 광고 운영도 머니투데이에서 대행한다. 업무 제휴 당시 머니투데이는 “경제-연예-스포츠 콘텐츠의 이상적 결합”이라는 결과를, OSEN은 “탄탄한 콘텐츠 생산 기반”을 닦을 수 있게 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들은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총 23명의 현지 공동취재단을 꾸리기도 했다.

   
 
 
다른 한 편에는 아시아경제신문이 있다. 아시아경제신문은 스포츠연예매체 스투닷컴과 엔터테인먼트매체 10아시아를 거느리고 있으며 홈페이지도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6월12일 현재 코리안클릭 주간 순위에서 10위권 초반을 나란히 달릴 정도로 홈페이지 트래픽이 높다(상자 기사 참조). 여기에는 본지의 경쟁력도 있지만, 연예콘텐츠가 한 몫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사례는 타사에 영향을 줬다. 한국경제의 한경닷컴은 BNT뉴스 및 XPORTS NEWS(엑스포츠 뉴스)와 손을 잡았고, 매일경제의 매경닷컴은 ARTS NEWS(아츠뉴스)와 손을 잡았다. 파이낸셜뉴스는 아예 스타N뉴스를 새로 차렸다. 과거 단순한 제휴의 경우 업체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어 콘텐츠에 개입할 수 없었다. 이를 두고 한 경제지 중견기자는 “자체적으로 해서는 불가능한 트래픽 고지에 경쟁 상대들이 올라가니 따라가지 않을 수 없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지와 연예매체의 결합은 일단 ‘윈-윈’이라는 평가다. 먼저 지분 인수의 경우다. 경제지가 연예콘텐츠를 별도로 생산하려면 카메라 한 대를 마련하는 데만 100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 연예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신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나 본지 기자를 보내는 것 역시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연예매체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새로 설립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연예매체의 영향력과 안정성도 감안된 것이며, 네이버 뉴스캐스트 입점 매체의 경우 트래픽 등에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점도 고려된다. 하지만 뉴스캐스트 입점 매체의 경우 비 입점 매체 보다 지분 인수 가격이 10배 이상이다.

게다가 네이버 쪽에서 뉴스캐스트 제휴사를 당분간은 더 늘리지 않을 전망이어서, 연예매체 품귀 현상도 일고 있다. 이 때문에 보다 적은 효과라도 보기 위해 뉴스캐스트 비 입점 매체와 손을 잡거나, 산하 연예매체를 세운다는 것이다.

온라인광고 서비스업체 리얼클릭의 박지웅 본부장은 “이런 식의 합종연횡은 예정된 수순”이라며 “이미 포화상태인 트래픽을 자사로 어떻게든 더 가져오려는 계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우리나라 인구통계나 뉴스플랫폼의 변화를 감안할 때 현재의 트래픽을 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매체사들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지들이 매체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트래픽도 확보해야 하는 고충도 묻어난다. 뉴스 이용자들의 욕구는 연예콘텐츠에 맞춰져 있지만 그렇다고 뉴스 홈페이지에 연예콘텐츠만 가득 담는다면 이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 때문에 별도 사이트로 운영하되 도메인 합산 트래픽을 가져가는 편법 아닌 편법을 쓴다. ‘http://연예매체.경제매체.co.kr’ 식이다. 광고의 경우도 자사 인터넷판에 선정적인 광고를 게재하면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제휴 페이지에 광고를 게재하면 면피가 된다.

이는 결국 언론사들의 학습효과라는 분석이다. 연예뉴스 외에 다른 콘텐츠로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가져오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인터넷 뉴스 소비 행태가 상대적으로 특별하긴 하나 연예오락 등 연성기사 중심의 소비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라며 “콘텐츠 1건당 이용시간이 매우 짧은 것을 감안할 때 가장 효과적인 콘텐츠는 연예오락”이라고 말했다.

트래픽 외에 부수익이 기대되는 측면도 있다. 다른 경제지 중견기자는 “온라인과 모바일 유저의 니즈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있다”며 “트래픽과 광고 수익 외에도 출판과 영상이란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부수익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간지의 경우 인터넷매체에 비해 생산력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이미지 및 동영상 콘텐츠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웹에서도 이미지와 동영상 뉴스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모바일 앱 환경이 본격적으로 정착되면 그 중요성은 배가될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매체 정체성 고민, 별도 사이트 운영
일간지, 온라인 노하우 습득 기회
전문성·차별성 없는 콘텐츠 한계 지적
“근본 대안 아닌 단기적 승부수”

문제는 이러한 트렌드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 온라인뉴스 전문가는 “자기 매체의 독자를 발굴하고 로열티를 높이는 접근보다 단기적인 승부수를 띄워 트래픽 확보에 집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연예매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터넷포털이 100개가 넘는 연예매체와 제휴하고 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체는 그리 많지 않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나 타사의 단독보도를 쉽게 재가공하는 기사만 넘쳐나는 현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스포츠조선 출신의 민훈기 기자(메이저리그), 스포츠2.0 출신의 김형준 기자(메이저리그)와 박동희 기자(프로야구) 등 1인 미디어들이 제공하는 깊이 있는 기사가 독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말 한국기자협회는 248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스포츠서울의 <톱스타 서태지, 배우 이지아 이혼 소송 충격>을 선정했다. 연예보도로서는 이달의 기자상 시상 22년 만에 첫 수상작이었다. 기자협회보는 당시 선정에 대해 “범람하는 인터넷 연예매체의 차별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양질의 기사를 써도 각종 매체의 ‘베껴쓰기’와 ‘물타기’에 파묻히는 경우가 다반사라 연예전문기자들의 전문성은 평가 절하된 지 오래”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른 경제지의 한 중견기자는 “일간지와 연예매체 서로간의 필요로 제휴나 지분 인수가 이뤄졌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지 않으면 자칫 서로를 죽이는 모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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