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안 당론을 정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장 도청을 한 이로 KBS를 지목하는 언론보도가 잇다르자 KBS 내부에서 KBS 사측에 조속히 사실관계를 파악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해 주목된다.

KBS 기자 도청연루의 진위 여부가 현재 정치권과 언론계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KBS 직원들 사이에서는 수사결과에 따라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을 우려하며 술렁이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부 신문은 여전히 KBS 기자의 도청의혹에 무게를 두며 속보를 이어가고 있다.

KBS 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9일 이같은 우려를 담아 발표한 성명에서 “언론사로서 취재 현장에서 취득한 정보를 보도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기이자 사회적 범죄행위”라며 “지금 사회적으로 많은 눈들이 수신료를 추진하는 KBS가 목적을 위해서 어떠한 수단도 쓸 수 있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KBS 새노조는 KBS 경영진에 대해 “사측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며 “이 사안은 경영진의 입장만이 아닌 KBS 전체의 명예와 관련된 사실”이라고 촉구했다.

특히 언론의 취재문의에 KBS 공식입장을 밝혀오고 있는 KBS 홍보실이 ‘아는 바가 없다’고 사실상 침묵하는 태도를 두고 새 노조는 “KBS가 녹취와 그 내용을 전달한 것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확산되는 마당에 침묵은 의혹만을 증폭시킬 뿐”이라며 “지금 공영방송 KBS의 도덕성은 그 어떤 때보다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8일 오후 KBS 기자들이 수신료 인상안 날치기를 막기위해 문방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에 취재공세를 펼치고 있는 장면.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 새노조는 KBS 경영진에 “철저한 내부 확인을 통해 관련사실 여부를 조속히 파악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그 어떤 대상일지라도 법적으로 고발하고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KBS의 한 직원은 이날 저녁 “요즘은 하루하루 그 다음날 무슨 기사가 터지는 것인지 불안하다”며 “혹시라도 우리 기자나 직원이 도청에 연루됐다는 내용이 확인되면 수신료고 뭐고 KBS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조직이 전반적으로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날 밤에도 KBS 기자가 도청에 연루됐다는 언론의 의혹보도가 나왔다. 한겨레는 이날 밤 인터넷판 기사(“KBS 기자가 도청…회의전후 대표실 주변 오갔다”)에서 복수의 민주당 핵심 당직자들이 익명을 전제로 “KBS 기자가 도청을 했으며 이를 한나라당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제3자’를 통해 민주당에 전달됐다”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KBS의 도청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문제의 비공개 회의 전후 KBS 기자가 회의 장소인 국회 민주당 대표실 주변을 오간 것을 봤다고 민주당 당직자 여러명이 얘기한다”며 “회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한국방송 기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려고 도청이라는 무리수를 쓰지 않았겠느냐는 게 민주당 안팎의 대체적인 추측”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김인규 KBS 사장은 지난 27일 밤 야당추천 KBS 이사들과 만나 도청 의혹과 관련해 KBS 취재내용이 한나라당 쪽으로 흘러들어간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호 KBS 이사는 “그날(27일) 밤 야당 이사들끼리 오랜만에 모여 술자리를 가졌는데 10시쯤 어떻게 알았는지 김인규 사장이 자리에 합석했다”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김 사장이 (도청 의혹과 관련해) ‘한선교 의원이 (제시)한 것이 혹시 우리가 취재한 게 그쪽으로 흘러가 전달된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한마디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창현 KBS 이사도 “김 사장이 KBS가 도청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며 “김 사장과 이사들의 사적인 발언이 공개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KBS는 진위여부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언론들에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한상덕 KBS 홍보주간은 KBS의 민주당 대표실 도청의혹에 대해 “현재까지 아는 바가 전혀 없다”며 “향후 정확한 근거도 없이 KBS를 운운한 언론의 경우 수사결과 사실이 아닐 경우 KBS를 명예훼손한 부분에 충분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수사진행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주간은 다만 사내의 뒤숭숭한 분위기에 대해서는 “뒤숭숭한 분위기라 얘기할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추측을 통해 느끼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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