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KBS 수신료’ 비공개 회의 내용이 녹취록 형태로 공개된 것과 관련해 ‘구어체 문장’이 도청 의혹을 풀어줄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민주당 비공개 회의 내용은 메모 형태로 전달받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한선교 의원이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옮긴 내용은 문어체 형식이 아닌 구어체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한선교 의원이 읽은 녹취록의 내용은 정상적인 문장이 아니라 완전 구어체로 한 줄에 28일, 28일이 한 줄에 3번 나오는 그것을 그대로 읽은 문장”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춘 최고위원은 “한선교 의원은 방송 전문가이다. 방송전문가인 한선교 의원이 메모지를 받아서 다시 정리한 것과 녹취록을 구별 못할 리가 없다. 분명히 국회 속기에도 나와 있다시피 (한선교 의원은) 녹취록을 가지고 발언한다 이렇게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한선교 의원.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한선교 의원이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은 비공개 회의를 누군가 메모해서 정상적인 문장으로 정리해서 전달한 내용이 아니라 회의 내용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옮긴 녹취록이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민주당 비공개 회의를 누군가 녹음시설 등을 통해 녹음해 이를 녹취록으로 만들었고, 한나라당 쪽에 전달했다는 얘기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우리가 내부적 토의를 위해서 언론인뿐만 아니라 실무직원까지 전부 퇴장하고 최고위원과 상임위원들만 함께 한 비공개 회의록인데 그 회의를 어떠한 형태로든 도청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것을 상임위에서 공개발언 했다는 것 의회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인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KBS 방송 수신료를 올리기 위한 과정에서 야당의 비공개회의의 내용을 도청해서 그것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다는 이 가증스런 행태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범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지금 박정희 유신독재정권도 아니고 전두환 군사독재시설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대명천지에 제1야당 손학규 당대표실을 불법 도청할 수가 있나”라면서 “이 불법도청의 몸통은 한선교 간사가 아니다. 한선교 간사는 이 부분에 대해서 철저하게 규명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선교 간사가 녹취록이라고 주장한 민주당 비공개 회의 내용을 누가 어떤 이유로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달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이번 논란에 대한 진화에 힘을 쏟고 있다.

KBS 기자 출신인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민주당의 총공세와 관련해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그것도 국회에서 불법도청이 행해질 수 있겠는가. 만약 불법도청이었다면 그렇게 공공연하게 상임위에서 그 내용을 언급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우리는 TV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여야 합의를 해놓고, 민주당이 좌파 시민단체로부터 공격을 받은데 이어 이 합의를 깨고 국민들과 언론들로부터 비판을 받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내놓은 국면전환용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한편,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24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제가 이 말씀은 처음부터 드리지 않으려 했습니다만 어떤 최고위원께서는 이것은 그 틀림없는 발언록 녹취록 입니다. 그냥 몇 줄만 제가 읽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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