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풍백화점 사고 수습과정의 지휘 체계에 대한 비난이 언론의 입으로 빗발쳤다. 그러나 기자들의 취재 태도와 방식은 과연 적절했나.

삼풍백화점의 취재 열기는 실로 대단했다. 그리고 보도가 구조를 위해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기자들의 열정이란 마치 생사가 보도에라도 달린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현장구조봉사를 하던 본인이 바라본 기자들의 취재 행동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이 대체 생명을 구하는 것이 우선인지 보도가 우선인지를 구분할 줄 모르는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오후 B동 지하 1층 빵가게의 어딘가에 갇혀 있던 이은영양은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합판을 아주 잠시 힘겹게 긁어줬다. 그 소리를 들었지만 좀더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기에는 미약했고 짧았으며 현장은 좁았다.

그런데 그 때 빵가게로 TV 카메라 기자들이 취재를 하기 위해 들어왔다. 얼마 후 빵가게 밖의 주위에는 기자들로 가득찼다. 그 곳은 소방대원, 군인, 민간봉사자들로 빽빽한 상태였다.

은영양이 밖으로 구출되어 응급차로 가기까지 신속성이 필요했기에 불필요한 인원은 나가달라는 소방대원의 요청이 계속됐으나 통제는 완전히 불가능했다. 그래서 한 군 지휘관은 통제를 위해 필요하지만 군인 모두 좁은 현장에서 나가자고까지 했다.

그렇게 혼잡한 상황때문에 취재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함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좀 더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들것이 나갈 방향을 막고 서서는 은영양이 나올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취재전쟁이었다. 인명보다 보도 그 자체가 중요한 기자들….

안에서는 은영양을 응급조치하고 있었기에 조용한 가운데 협조를 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시장의 소음을 방불케할 정도였다. 밖으로 은영양이 나오자 기자들은 뒤엉켜 소리소리를 질러가면서 취재를 했다. 과연 그 때 그 곳에 있었던 기자들은 은영양의 소생보다 중요한 게 있었단 말인가.

이제 은영양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은영양과 같은 20대에 살아있는 본인의 가슴은 찢어질듯 아프다. 살아있는 자로서 죄책감마저 든다. 그토록 살아나기위해 애썼건만…. 은영양은 하늘에서 누구를 탓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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