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계는 두 진영으로 나뉜다. 트위터를 하는 기자와 하지 않는 기자. 이른바 소셔널리스트(소셜+저널리스트)의 출현은 언론계에 ‘기자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전에 없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기자는 객관적인 관찰자여야 하는데 소셔널리스트에게는 여론을 선동, 조작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안에서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기자들에 대해 한국경제 전략기획국 최진순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언론인이면서 중앙대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미디어 전문가다.

그렇다고 최 기자가 소셔널리스트들이 제기하고 있는 사회이슈에 동의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으로 나눈다면 그의 위치는 아마도 진보 쪽에 가까울 것이다. 소셔널리스트들과 이념적 대척점에 서 있지 않은 그가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은 그만큼 이 문제가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닌 언론계 전반에 걸쳐있는 논쟁거리라는 것을 말해준다.

   
기자는 객관적인 관찰자여야 할까. 아니면 행동하는 양심이어야 할까. 최근 SNS를 통해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 발언하고 적극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기자들이 생겨나면서 언론계에 소셔널리스트(소셜+저널리스트) 논쟁이 한창이다. 사진은 최근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현장에서 연행되는 대학생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
@연합뉴스
 
소셔널리스트 논쟁의 중심에는 ‘저널리즘’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균형과 객관성을 잃지 않고 여론을 기사에 반영하는 것이 전통적인 저널리즘 관점의 보편적 기자상이었다. 하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불변의 진리일 것 같았던 저널리스트의 개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치적 견해를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민감한 사회이슈에 대해 직접 발언하는 기자들이 출현하면서 언론계에 혼란이 일어난 것이다.

정치적 입장 대놓고 얘기하는 신종 기자의 출현

시사IN의 고재열 기자(@dogsul)가 대표적인 소셔널리스트로 꼽힌다. ‘독설’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그는 트위터에서 몰고다니는 사람(follower)만 10만6663명(21일 오전 기준)이다. 10만여 명이 그의 주장에 모두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든 싫든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는 말이다. 이를 테면 언론사가 아닌 한 기자가 10만 명의 고정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한겨레의 허재현 기자(@welovehani)와 춘천MBC의 박대용 기자(@biguse)도 대표적인 소셔널리스트들이다. 허 기자는 2만4617명, 박 기자는 3만6822명의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한 팔로어 숫자가 아니라 이들 기자들이 트위터를 통해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들의 트위터를 살펴보면 지방선거, 삼성 반도체, 유성기업, 4대강, 한진중공업, 반값 등록금 집회 등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한발 더 나아가 허 기자와 박 기자는 등록금 집회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 지지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 일로 두 기자는 회사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소셔널리스트를 보는 언론 내부의 시선은 원래부터 곱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비난여론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안에서 오래 곪았던 상처가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언론조직 안에서 나오는 비판의 큰 줄기 가운데 하나는 대중들이 트위터에 밝힌 기자의 개인견해를 조직의 공식입장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최진순 기자의 지적처럼 정치적 사안에 대해 기자가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밝히게 되면 기자 개인은 물론 소속 언론사까지 독자들로부터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의 이래운 편집국장은 “SNS라는 새로운 흐름에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지만 기자가 정치적인 오해를 살 수 있는 성격의 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자가 SNS를 활용해 독자와 소통하고 기사에 반영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언사로 소속 언론사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의 소신발언이 종종 회사에 피해를 입히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허재현 기자는 대기업 자본이 들어와 있는 모 대학이 학과를 구조조정하고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징계하자 ‘자본에 영혼을 팔아버린 창녀대학’이라고 비난했다가 대학이 언론사에 항의하면서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고재열 기자는 트위터에 올린 개인 취향의 글이 성적비하 논란으로 번지면서 ‘SNS에 안티가 많은 기자’라는 타이틀 얻었다. SNS 활동으로 기자 개인이 감수해야 할 부담도 적지 않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허 기자는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늘 오해와 진실이라는 긴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일부 튀는 기자가 중립성 해친다” 따가운 시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셔널리스트에 대한 언론 내부의 전반적 시각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이들을 옹호하는 여론도 한쪽을 형성하고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 커지고 있는 추세인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언론현실에서는 소셔널리스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언론이 통제되고 검열되는 지금의 한국 언론에서 소셔널리스트들이 여론형성에 큰 구심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나 한진중공업 사태 같은 언론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 사안에 대해 이들 기자들이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공론의 장으로 이슈들을 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 디지털뉴스부 이재성 부장도 기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전통적인 저널리즘은 낡았다”고 말했다. 기자도 기자 이전에 시민이기 때문에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안에서 논란이 분명히 있지만, 한겨레가 하나의 이름을 더 가지게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새로운 기회와 브랜드를 잘 만들도록 지원해줘야지 언론사 차원에서 이를 짓밟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따지고 보면 소셔널리스트들의 활동이 전통적인 저널리즘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언론의 역할은 여론을 많이 듣고 이를 전달하는 것인데, 이는 소셔널리스트들이 하고 있는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고재열 기자는 10만 명의 팬을 갖고 있으면서 6만3060명의 사람들을 쫓아다닌다. 자신의 말만 하는 게 아니라 6만 명의 여론을 듣고 있다는 말이다. 박대용 기자는 2만911명, 허재현 기자는 3430명을 따라다닌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소셔널리스트는 기자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SNS에서 의식있는 시민으로서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저널리즘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셔널리스트 문제, 공론화 해 풀어야 할 시기

이처럼 언론사 안에서 소셔널리스트 논쟁이 뜨거워지면서 일부 언론사에서는 SNS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한창이다. 연합뉴스가 이미 지난해 말 국내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데 이어 중앙일보도 올해 초 노사 협의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연합뉴스의 SNS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직원의 SNS 활동을 지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진위가 불확실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해 논란 또는 명예훼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내용 지양 △기사 송고 전 SNS 게재 금지 △정치적 소속이나 정치적 관점, 입장 게시를 피하고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안의 경우 개인의견이 회사의견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조심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언론사들은 대체로 SNS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새로운 흐름인 SNS를 인정하고, 개인은 자신의 SNS 활용이 조직에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 암묵적 합의가 이뤄져 있는 셈이다.

다만 가이드라인 제정이 통제나 관리의 목적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지역MBC의 경우처럼 박대용 기자의 집회 발언 문제가 불거지자 가이드라인 제정을 서두르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사IN은 언론사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정은 부적절하다고 판단, 기자협회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 중이다. 시사IN 김은남 편집국장은 “고재열 기자의 SNS 발언으로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생각을 담는 SNS 영역에 공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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