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알 권리'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대학교수 부인 살해사건'과 관련해 대학의 실명을 지면에 게재한 언론보도가 논란을 일으켰다.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를 내연녀와 공모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아 지난달 24일 구속된 경남 모 대학교수 강모(53?구속)씨 사건은 세간에 충격을 줬다. 언론들은 이 사건을 다루면서 강씨와 강씨가 소속된 대학의 실명은 익명으로 보도해왔다.

그런데 김해뉴스는 지난 1일자 기사 <충격에 빠진 OO대 "노코멘트">에서 대학 이름을 제목에 싣고 강 교수의 연구실 앞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러자 이 대학 법인은 보도 이틀 뒤인 3일 김해뉴스의 실명보도로 유무형의 피해를 입었다며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신청을 언론중재위원회 경남중재부에 냈다.

이 대학은 조정신청서에서 "해당 교수의 범죄행위는 학교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기에 학교의 실명이나 교수 연구실 앞이 공개될 공익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해뉴스의 피의자 신상공개 보도로 학교 이미지가 추락됐고 임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됐다. 대학교 실명도 상호 및 성명권, 명예 등 인격권의 보호가 된다"며 엄중 처리를 촉구했다.

이에 김해뉴스 쪽은 "해당 대학의 명예보다는 시민들의 알 권리가 더 앞선다고 판단했다"며 "인터넷에선 강 교수가 OO대 소속이라는 내용이 다 퍼진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OO대를 비방할 의도는 없었다"며 "재임용 심사 등을 통해 이런 인물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대학 측의 도의적 책임은 묻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쪽은 보도 전에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로 대학의 명예가 훼손됐다 하더라도 위법성 조각사유가 된다"는 법적 자문도 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갑주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14일 "학교와 사건이 직접 연관이 없고 학교 실명을 보도해야만 보도 목적이 달성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인터넷 검색하면 알 수 있다는 것도 책임의 정도, 배상금액과 관련된 것일 뿐"이라며 "해당 대학이 언론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실명보도에 대한 또 하나의 잣대가 될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대학 쪽이 지난 10일 조정신청을 취하하면서 마무리됐다.

한편 이 대학 실명보도와 별개로 김해뉴스가 동료교수들의 강 교수 평판을 인용 보도한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지난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접견하고 온 한 언론전문 변호사는 "유영철이 허락만 해줬다면 그에 대해 마구잡이로 기사를 쓴 기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모두 승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들은 그 뒤로도 신정아씨 사건이나 '미네르바' 박대성씨 사건 때도 그들의 신상을 반론도 없이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박 변호사는 "국민의 알 권리, 언론의 자유, 공공의 이익만이 일방적으로 강조될 경우 헌법에 규정된 형사피의자 및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 개인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그것을 법률로 뒷받침하는 피의사실 공표죄 등은 법전에서만의 권리, 사문화된 기본권이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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