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트위터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이른바 ‘희망의 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를 지지해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여전히 언론은 노사 간의 충돌만을 부각한 보도를 하고 있어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종교·문화예술인과 언론인 등은 지난 11일 버스를 타고 지난 1월 한진중공업으로부터 일방적인 정리해고 통보에 항의해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있는 부산 영도, 85호 크레인 앞으로 달려갔다. ‘희망의 버스’ 행사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이다. 

배우 김여진씨는 행사를 마무리 하고 12일 오전 11시경 밖으로 걸어 나오다 경찰에 연행됐고 30여 분 만에 훈방됐다. 이같은 소식은 트위터를 통해 폭발적으로 알려졌다. 김여진씨가 한진중공업의 농성장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 경찰이 무리수를 둔 게 아닌지 등 여론은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에 관심이 쏠렸다. 국내 트위터 팔로워 수 상위 천 명의 트윗을 1시간 간격으로 통계내는 '이 순간 트윗 단어'  (@issuenow)는 지난 12일 오후 상위 멘션 1위를 김여진씨 트위터(@yohjini)로, 상위 단어를 '경찰', '한진중공업', '연행', '김여진씨'로 꼽았다. 

   
▲ 12일 MBC <뉴스데스크>.
 
그러나 KBS, MBC, SBS 메인 뉴스에는 김여진씨 연행 및 '희망의 버스' 소식은 없었고 양측의 충돌 소식을 부각하는 뉴스가 전해졌다. 지난 12일 KBS <뉴스9>는 5번째 리포트 <한진중공업 노조-용역 충돌…20명 부상>에서 이날 사건 사고 뉴스와 함께 이 소식을 단신으로 전했고, MBC는 <뉴스데스크는> 12번째 리포트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놓고 노-사 충돌>에서 관련 소식을 단신 처리했다.

다만, SBS <8뉴스>는 10번째 리포트 <한진중공업 용역-노조지지자 충돌…수십명 부상>에서 사측 인터뷰와 함께 한진중공업 집회 참가자의 인터뷰도 전해 두 방송사와 대조를 이뤘지만, SBS도 양측의 충돌을 부각하는 뉴스를 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13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을 봐도, <군함 만드는 한진중 조선소 파업 지지 외부 세력에 뚫려>(동아), <국가보안시설인 방산업체에 노동단체 수백명 난입>(조선), <무법천지 노동단체로 산업현장 ‘피멍’>(세계) 등 노사간 충돌을 부각하는 뉴스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중앙일보는 이같은 소식을 단신으로도 전하지 않았고, 지난 1주일 간 한진중공업 노사 분쟁에 대한 보도 자체가 없었다.

한겨레가 1면 기사<158일 크레인시위 김진숙 응원하러…시민들 ‘희망버스’가 갔다>를 통해 박현정 기자의 동승 취재기 등을 제외하면, 한진 중공업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담은 곳은 이날 아침신문에 없었다. 아침 신문만 볼 경우 김여진씨 연행, '희망의 버스' 소식 자체를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 13일자 동아일보 12면.
 
그동안 노동 관련 보도에서 수차례 문제가 지적됐지만 언론의 ‘사측 편향’ 보도는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언론이 노사 간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공론장 역할을 하지 못하고 ‘갈등’, ‘충돌’ 위주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오히려 이번 사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13일 아침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희망의 버스’ 행사에 대해 “오신 분들이 조직된 사람도 아니었고 트위터나, 인터넷 통해 한진중공업 사태를 보던 분들”이라며 “사측이 (이들의 출입을) 막겠다고 컨테이너 박스로 공장을 둘러싼 것이 더 걱정됐다. 작가, 시인 분들이 한진 중공업 사태가 공감해서 왔는데 그걸 물리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었나”라고 되물었다.

김진숙 위원은 “(희망의 버스가 오기 전날인 지난 10일 사측의 공장 봉쇄 과정에서) 심하게 충돌이 있었고 우리 측이 많이 다쳤다. 119 구급차로 두 사람이 후송됐고, 지금도 다리 절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병원에 가지 못한 사람도 있다”며 “언론에서는 이같은 보도는 않고 이후 과정만 보도를 하니까 우리(노조)가 (코너로)몰려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13일자 한겨레 1면.
 
김진숙 위원은 “(경총은 파업 손실액이) 3개월 동안 158억 원이라고 했는데, 거꾸로 얘기하면 그 만큼 일하면 158억 이익이 난다는 것 아닌가. (일방적으로 정리 해고된)170명을 복직시키고 일하게 하면 사장도 돈을 벌고 우리도 생존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숙 위원은 “공권력을 투입하면 배수진 치고 있는 제가 어떻게 하겠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떨어지는 상황 밖에 없다”며 “노동자들 처지에서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의 절망감을 언론과 정치하는 사람들이 헤아려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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