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생들이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집회를 8일째 진행하는 등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정작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를 주요 뉴스로 처리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십 명의 대학생들이 경찰에 ‘강제 연행’이 되고, 보수신문들이 대학생 등록금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지상파의 등록금 보도는 갈수록 줄어들거나 여전히 단신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 8일간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의 등록금 보도를 분석한 결과, KBS는 3건(29일, 1일, 2일), MBC는 4건(29일 1건, 3일 3건), SBS는 3건(29일, 2일, 5일) 보도하는데 그쳤다.

KBS, MBC는 지난 4일 대학생 20명이 연행된 사건에 대해 5일까지 메인 뉴스에서 단신으로도 보도하지 않았다. 앞서, MBC <뉴스데스크>는 10번째 단신 리포트 <대학생 300여명 기습시위‥"반값등록금 실행하라">에서 “70여 명 연행”, KBS는 17번째 리포트 <한나라당, ‘등록금 완화’ 3가지 원칙 가닥>에서 “대학생 수십 명 연행”이라고 짤막하게 전한바 있다. 

이같은 KBS, MBC 보도는 지난 달 29일에 15번째 리포트로 연행 소식을 전한 SBS <8뉴스>가 이달 5일에는 연행 소식을 7번째 리포트로 전진 배치해 등록금 집회 뉴스를 부각시킨 것과는 정반대 분위기다.

   
▲ 5일자 SBS <8뉴스>.
 
특히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일 김제동, 김여진 등이 대학생들의 집회 현장을 찾아 사회적으로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여론이 뜨거워지는 상황도 전하지 않았다. KBS는 2일자 15번째 리포트, SBS는 같은 날 25번째 리포트에서 이를 보도했지만, 각각 제목을 <‘반값 등록금’ 촉구 촛불집회…“강력 대응”>,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닷새째…경찰, 엄정대응> 꼽아 당시 집회의 비폭력적이고 평화적 분위기보다는 엄중한 분위기를 부각시켰다.

주목되는 점은 지상파 방송사의 메인 뉴스가 집회 현장을 소홀하게 보도한 것 뿐만 아니라 등록금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기획 보도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MBC<뉴스데스크>가 3일 19~21번째 리포트 <‘반값 등록금 시위’ 논란…선진국의 해법은?>을 전했을 뿐이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은 나라마다 대학 재정 수요의 절대적 규모가 다르고 재정을 조달하는 방법이 다른 상황이고, 특히 국내 대학 재정의 국가 부담률이 현저히 낮은 현실에서 단순한 국제 비교가 얼마나 국내 현실에 대안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같은 지상파 보도는 우선 양적으로 봐도 신문보다 적은 보도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단위 신문 11곳에서 검색어 ‘등록금’으로 검색을 한 결과, 총 379건의 보도가 있었고 이중 ‘반값 등록금’과 주요하게 관련된 보도(기사, 칼럼, 사진 등)는 149건이었다. 신문별로는 경향(25건)이 제일 많이 보도했고, 한겨레 (21건), 조선 (20건), 중앙 (15건), 한국(13건), 국민 (11건), 서울 (10건), 내일 (9건), 세계 (9건), 동아 (8건), 문화 (6건) 순이었다. 

   
▲ 경향신문 6일자 1면.
 
경향은 에서 파워 트위터리안들의 등록금 문제의 온라인 이슈화를, <반값 등록금 집회 ‘제2 촛불’ 번지나>(4일)에서 파장을, <반값 등록금 둘러싼 우려 그리고 대안>(3일)에서 복지 예산 축소-사립대 폭리 등의 우려와 대안 등을 폭넓게 제기했다. 또 한겨레는 1일 <같은 학번, 다른 출발 등록금이 가른 ‘미래’>에서 서울대 o 대학 8명을 심층 인터뷰해 학자금 대출 받은 학생들과 부모로부터 등록금을 받은 학생들의 현실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보도는 등록금 문제가 주요한 사회적 현안이고, 언론이 충분히 다각적으로 충분히 기획 보도를 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또 지상파 보도는 최근 들어 보수 신문도 ‘반값 등록금’ 이슈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것과 거꾸로 가는 보도 양상이다. “논란이 많은 반값 등록금보다 차라리 대학에 등록금에 관한 자율을 더 많이 부여하고 어려운 학생에게는 파격적인 장학금을 주도록 하는 건 어떨까”(30일 ‘조선데스크’ 칼럼 <반값 등록금과 정자산>)라며 ‘반값 등록금’ 관련 보도가 적었던 조선의 보도 변화가 주목된다.

   
▲ 6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은 6일자 1면 머리 기사<세계 두 번째 비싼 등록금 상위 20% 가정도 ‘휘청’>에 이어, 3면 <등록금은 세계 최고…장학금 받는 저득층 학생은 9%>, <재단적립금 500억 이상 대학 46곳>, <대학들 지나친 등록금 의존이 문제>, 8면 <도심서 8일째 반값 등록금 시위>, <“딸들 등록금 때문에 허리 휘는줄 알았다” 58억원 재산 오세훈 서울시장 구설> 등 ‘반값 등록금’ 보도를 쏟아냈다.

중앙은 사설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중앙은 4일자 사설<당정청이 등록금 시위대를 설득하라>에서 “언제 광우병 촛불사태가 재연될지 모를 불길한 조짐”이라며 이같이 사설을 마무리했다.

“지금부터라도 당정청이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재원 마련과 실질적 대책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경찰 대열 뒤에 쏙 숨는 모습은 비겁하다.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청사진을 들고 광화문의 대학생들 앞에서 당당하게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값 등록금 시위가 제2의 광우병 촛불 사태로 번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 당시 광우병 사태가 결정적으로 악화된 것도 무책임과 리더십 실종 때문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 1일자 한겨레 1면.
 
하지만, 이같은 사설이 게재된 날 경찰은 대학생 20명을 또 다시 연행했고, 한 학생은 연행과정에서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그러나 병원으로 후송된 이 학생은 5일 집회에서도 “조건없는 반값 등록금”을 촉구했고 김제동,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등이 ‘책 읽는 시위’를 오후 5시부터 열기도 했다. 오늘도 오후 5시부터 ‘책 읽는 시위’를 시작으로 등록금 집회가 광화문 KT 앞에서 시작된다. 주요 방송이 현실을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는 가운데, 등록금 문제는 더욱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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