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면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이 지난 17일부터 ‘용가리통뼈뉴스’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실험 가동하고 있다. 트위터 리트윗(RT) 방식을 보도개념으로 이용해 ‘알릴만한 뉴스’를 선별·비평·홍보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거대언론사의 보도와 편집을 믿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는 지난 23일 용가리통뼈뉴스 출범선언문에서 “언론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세상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기존매체가 '절대' 보도하지 못하는 것, 용가리통뼈뉴스는 그 틈새를 공략해 이슈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30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 노조사무실에서 노 전 지부장을 만났다. 요즘 이곳을 편집국 삼아 출퇴근하는 그는, 앞으로 “상당기간 이 일에 전념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종면 전 전 YTN 노조위원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 많은 이름 가운데 왜 용가리통뼈뉴스인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이 한창일 때 외부집회에서 한 말로 기억한다. 그때 YTN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용가리통뼈뉴스로 만들겠다고 했다. ‘용가리’ ‘통뼈’ ‘뉴스’ 약자가 ‘Y’ ‘T’ ‘N’이 되기도 해서 장난삼아 그런 얘기를 했다. 이번에 이름을 지은 것도 YTN 이니셜을 녹여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실 용가리통뼈라는 단어 자체는 부정적 어감이 있는데 나는 그것을 굉장히 단단하고 그래서 함부로 못한다는 의미로 썼다.”

- 뉴스 제작·운영 방식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신문·방송·인터넷 등 주요뉴스를 모니터 하면서 이슈 되는 것을 모아놓고 하나하나 타임라인 화면에 내보인다. 트위터는 140자 기사니 ‘이런 게 있다’ 보여주는 식이 될 것이다. 그것을 팔로잉 하거나 용가리통뼈뉴스를 특정하는 해쉬태그(#yoto)를 붙이는 방법으로 필요한 콘텐츠를 제안하거나 좋은 정보를 제보 받게 된다. 팔로어가 취재원이라면 트위터리안은 구독자가 되는 셈이다. 위키트리와 비슷한 체계라고 보면 된다. 사실 거기서 소셜미디어의 조직화 가능성을 봤다. 위키트리가 표방하는 것은 여러 사람이 뉴스를 만든다는 것인데 거기에 더해 RT로 뿌려주는 것이다.

예컨대 유성기업 파업 현장에 고등학생 미성년자까지 용역깡패로 투입됐다는 뉴스가 돌아다닌다. 이건 누구 이야기지? 근거는 뭐지? 중앙언론사가 안 써도 지역언론사나 노보가 쓸 순 있다. 그것을 찾아내 보여주는 것이다. 때로 기자가 본 핵심이 내가 본 것과 다를 수 있다. 예컨대 반값등록금 시위로 대학생들 연행될 때 사진을 보면 그 가운데 학생 하나가 경찰에 목이 감겨서 끌려가는 사진이 있다. 난 그 긴 기사 가운데 그 사진 하나만 캡쳐해 실었다. 제목은 ‘두 번 목 조르는 정권’이라고 달고…. 멘트는 사실 트위터에서 따왔는데 출처를 밝혀 그렇게 인용하기도 한다. 새로운 뉴스가 꼭 아니어도 이렇게 조직화 할 수 있다.

어떤 매체의 기사라도 소스가 될 수 있다. 5월 30일자 중앙일보에 조현오 경찰청장 인터뷰가 실렸는데 찬찬히 보니 인터뷰 내용 가운데 문제 있는 게 보였다. 기사 리드는 달리 나갔지만 유성기업 파업 관련해 ‘일개 기업의 파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얼마나 컸느냐'는 거다. 그러면서 ‘현장의 경찰 지휘관이 시간을 더 달라고 했는데도 공권력 투입을 결정했다’고 했다. 노동자는 생존권을 걸고 싸우는데 일개 파업이라니…. 문제가 있다, 알리고 싶다고 봤고 그래서 이미 나온 인터뷰 가운데 그 부분만 잘라내 트위터에 올렸다.”

-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있는가?
“특별한 건 없지만 추이에 따라서 특별해질 수 있다. 특별하지 않다고 한 것은 트위터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이기에 그렇다. 개개인이 이미 하고 있는 것, 기존에 나온 뉴스들, 그것을 선별해 알리는 것이다. 트위터에서는 독자 호응이 기존뉴스 호응도와 다르다. 전달되는 방식도 다르다. KBS에서 탑뉴스가 A라면 트위터에서는 B가 탑뉴스 될 수도 있다. 기존 뉴스가 도외시한 뉴스, 그러면서 어딘가 찾아보면 있는 정보, 그런 게 트위터뉴스의 선별 기준이다. 그런데 조직화는 잘 안 돼 있다. 트위터 안에는 실제 언론인도 있고,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도 있고, 훌륭한 매체비평도 있고, 꼭 필요한 뉴스도 있지만 개개인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알려지지 않는다. 그런 한계가 있다. 선구안으로 확인된 정보를 RT를 통해  널리 알리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 뉴스 출범선언문에서 ‘공갈뉴스'를 벗어날 때라고 했는데.
“기존미디어에 나타나는 퇴행적 모습이 있다. 지금 언론은 언론본연의 중심을 잡아야 하고 권력에 대들기도 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문제는 개인이 구축해놓은 소셜미디어의 청정지역에 이런 공갈뉴스가 쏟아진다는 것이다. 개인의 청정지역은 매체력 큰 기존언론사에 쉽게 점령될 수 있다. 그래서 기사를 선별하고 비평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가 거름장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 언제부터 시작했나? 트위터 글은 하루 얼마 정도 소화하나?
“경험적으로 하루에 스무 건 정도 트위터에 올릴 수 있다. 이슈에 부합하면서 그 근거가 되는 뉴스를 찾는 것이다. 뉴스를 올리기 시작한 건 17일부터다. 그 전에 테스트를 거쳤다.”

- 뉴스 출범 2주 정도 됐는데 반응은 어떤가?
“팔로우 숫자가 지금(30일 오전 현재) 2708명인데 기대 보다 증가 속도가 빠르다. 팔로우 숫자 보다 중요한 게 RT 수치인데 아직 2주가 안 된 시점에서 1900건이 넘는다. 기존언론사는 팔로우가 많아도 RT가 상대적으로 낮은데 그에 견줘 트위터에서 반응이 좋은 편이다.”

- 트위터 가능성을 주목한 배경은?
“블로그는 블로거가 일방적으로 글을 쓰고 블로그에 독자가 와도 안 와도 거기 오도록 강제하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트위터는 쌍방향적이다. 블로그가 찾아가고 찾아오도록 하는 개념이라면 트위터는 관계 설정 개념이다. 친구관계를 맺으면 상대의 글이 실시간으로 뜬다. 그런 구조를 미디어 개념으로 이용한 것이다. 방송은 특정사업자가 TV수상기를 통해 방송하면 불특정 다수가 본다. 트위터에서는 TV수상기 개념이 팔로어 관계를 맺는 것이다. 내가 글을 올리면 방송처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나는 트위터를 미디어라고 본다.”

- 사내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통하는데 여기서 더 구상하는 방안이 있는가?
“아직 정리가 덜 됐고, 조직화도 덜 됐다. 다음 단계는 주기적으로 일하면서 이슈를 카테고리화 할 것이다. 내가 직접 모니터하고 찾은 기사 3분의 1, 제보 3분의 1,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3분의 1 하는 식으로 세 개의 섹터로 나눠 진행하고 조직화할 참이다. 현재 서포터가 25명 선인데 이 분들이 RT도 해주고, 좋은 아이템을 제공하기도 한다. 여기서 좋은 기사가 계속 나온다. 서포터단이 100명으로 늘면 상당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지금 밭에서 호미질 하고 있는 단계인데 알이 굵은 뿌리식물을 캐야 한다. 다음 단계에서 트위터 명망가에게 공식적으로 같이 하자고 요청할 수도 있다. 단순히 팔로잉 하는 느슨한 관계 맺기가 아니라 영향력 있는 사람을 모아 1인 미디어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 그게 되느냐 안 되느냐 여부에 따라 위키트리 보다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