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참사를 보도하는 언론의 모습을 보면서 언론이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위해 체면도 없이 춤을 추는 광대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사고라는 상황에 직면에서도 볼거리 제공을 위해 끈질기게 선정적인 화면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구출장면에서 속옷 차림의 피해자 모습을 사진이나 화면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사고현장이 백화점이었던 관계로 피해자중에 젊은 여성이 많았는데 스포츠 신문은 물론 종합지까지 속옷이 비쳐진 채 구출되는 사진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사진 밖에 없다면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날 사진기자들은 무수하게 많은 사진을 찍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많은 사진중에 그런 사진을 찾아내는 편집자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국민적으로 안타까움을 함께한 이런 참사를 두고도 그런 생각이 떠 오를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경이로움 마저 느끼게 한다.

또 한가지는 구출장면에서 사망자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방송은 사망자를 화면에 담지 못하게 돼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런데 사망자로 추정되는 담요에 쌓인 피해자의 모습을 크게 확대해서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구출될 때마다 부상자인지 사망자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고 좀더 세밀한 화면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사망자를 화면에 내보내는 것은 가려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한가지는 흥미위주의 보도태도다. 사고가 일어난 밤 현장에서 리포트를 한 KBS의 한 해설위원은 피해자의 가방을 무슨 중대한 자료라도 입수한 양 떠벌였다. 게다가 지갑을 들춰서 그 지갑이 누구의 것인지는 찾지 않고 돈이 얼마가 있다고 하는 식으로 사고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흥미위주로 전달했다.
그 기자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있고 중요한 이야기일지는 모르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이런 사건이 날 때마다 우리언론의 수준이 언제나 한단계 높아질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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