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국 소속 내부고발자를 자회사로 전격 발령 낸 YTN 사내 '보복인사'와 관련해 1∼12기 공채기수 157명이 기수별 규탄성명을 내는 등 내부가 들끓고 있다. YTN 전준형 기자는 앞서 지난 달 류아무개 YTN 경영기획실장이 법조취재팀을 통해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전달하려 한 YTN 주최 공연 티켓 등을 노조에 제보한 인물로, 지난 19일 'Digital YTN'으로 전격 전보조치 됐다.

YTN에서는 지난 20일 전준형 기자가 속한 공채 9기의 규탄성명을 비롯해 이번 인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기수별 성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성명전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안 된 지난 25일까지, 간부진과 지난해 입사한 막내기수(13기)만 제외하고 대다수 이에 동참한 상황이다.

특히 공채 1·2기는 1994년 입사한 YTN 창간멤버로 차장급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파장이 적잖다는 분석이다. 또 사실상 전체 기수가 성명을 낸 일은 지난 2008∼2009년 YTN에서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이 정점을 이뤘을 때 해직 등 사내징계에 맞서 잇따라 나온 뒤 2년 만에 재현되는 양상이어서, 당시 분위기에 견줄 만큼 구성원들이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채 1기는 지난 25일 성명에서 "이번 조치가 이성과 정도의 선을 훌쩍 넘어서기에 그동안 유배와 좌천으로 점철된 인사권의 전횡에 애써 '침묵'으로 견뎌온 대다수 사원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누가 조직의 안정을 뒤흔들고, 누가 조직의 사기를 꺾고 있는가? 인사가 파행으로 치달으면 경쟁력의 밑천인 조직의 안정과 사기는 머지않아 거덜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 ⓒ 이치열 기자
 

YTN에서 사내 반발이 거센 까닭은 사쪽의 강압적 조직 운영 방식에 누적된 불만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성명전의 직접 계기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부당한 징계 때문이지만, 지난 2009년 10월 배석규 사장 취임 이후 사쪽에 '반골 성향'을 지닌 조합원만 표적 삼아 '징계성 지국 발령' 인사를 내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해도 너무 한다'는 불만이 쌓였다가 이번에 폭발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YTN 경영진은 2년 째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거부하고 있고,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 해직 당한 기자들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는 등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조합원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번번이 갈등을 빚고 있는 노사 임금·단체협상도 구성원들의 불만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김종욱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은 "임금협상과 관련해 세부적 내용을 밝히기 어렵지만 신사옥 건립에 따른 비용 부담을 조합원들 임금에 떠넘기는 식으로 해결하려 하고, 보도채널 승인으로 경쟁자가 생겼는데 이에 대해 사실상 무대책 상태라 경영 측면에서도 조합원들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YTN의 한 조합원은 "성명이 발표될 때 사쪽 방해가 있었다"며 "사내 게시판에 올린 성명을 그렇게 삭제한 일은 구본홍 사장 때도 없었다"고 말했다.

YTN 노조도 전면투쟁을 통해 더 이상의 일방통행식 조직 운영은 막겠다는 방침이다. 김종욱 지부장은 "경영진이 청와대 눈치나 보는 모습에서 조합원들이 실망을 많이 느꼈다"며 "대화의 창구는 열어놓겠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쪽 행보에는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25일자 본지 2면 제하의 기사 본문에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경영기획실장이 지난 4월 법조취재팀을 통해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전달하려 한 YTN 주최 공연티켓 등을 노조에 제보했었다"라는 내용은 확인 결과 YTN 경영기획실장이 '잘 부탁한다'고 한 것은 검찰 고위 간부들이 아니라 법조팀장에 한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YTN 경영기획실장은 사전에 회사차원의 초청대상인 검찰 고위간부들에게 전하기로 약속된 YTN주최 공연 티켓을 법조팀장을 통해서 전달하려 한 것으로 자신의 소송과는 무관하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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