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좀 더 자태나 옷태가 고운 여성 연예인을 일컬어 ‘여신’이라 일컫는 찬사가 넘쳐나는 시대다. 외양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여신을 만드는 이런 시대에 스스로를 일컬어 ‘이웃집 여신들’이라며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만나러 오라고 초대한다. 그래서 만나봤다. 직접 보니 이웃에서 얼마든지 마주칠만한 용모에 차림새를 한 이 여성들, 그런데 정말 ‘여신들’이라 할 만하다. 

 원래 신 또는 여신은 인간에게 일상의 팍팍함을 달래는 위안을 주고, 현실의 한계를 넘어서도록 꿈꿀 수 있는 영감을 주는 존재들. 직접 지은 노래에 기타와 가야금을 뜯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고, 거기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실어 음악에 불어넣은 생기로 듣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영감을 주는 소히, 시와, 정민아는 여성 인디 뮤지션들이다. 미디어를 통해 어느 때고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야 볼 수 있으니 ‘이웃’과도 같고, 음악으로 자신과 세상을 만나니 ‘여신’과도 같은 이 세 뮤지션이 준비하는 무대의 이름이 바로 <이웃집 여신들>이다.

'이웃'과 '여신'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조합 왜?

1997년 밴드 ‘잠’과 ‘99’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것으로 인디 음악계에 발을 디딘 소히는 2005년부터 솔로로 나서 홍대 클럽에서 탄탄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한 보사노바 풍의 음악으로 사랑받아왔다. 2006년 클럽 공연을 시작하며 특수학교 교사이면서 뮤지션으로 활동해 온 시와는 이집트에 있는 오아시스가 있는 사막에서 이름을 빌어 왔듯이 메마른 세상에 촉촉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포크 가수다. 기타든, 리코더든, 사람의 목소리든 넘실대는 25현 개량 가야금의 음률 안에 감싸안는 정민아는 정통 국악을 바탕으로 오늘의 소리를 만들어내기를 이미 2004년부터 해오고 있는 뮤지션이자 공연기획가다. 

   
인디 가수 소히.
이치열 기자 truth710@
 
서로 인디 음악계에 나선 시기도 비슷하고, 공연을 위해 같은 클럽 무대에 앞뒤 순서로 오르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친해졌다는 소히, 시와, 정민아는 홍대 인디 음악계에서는 자신의 곡을 스스로 짓는 싱어송라이터로서 각자 다른 색깔의 음악으로 ‘한없이 친근하지만 웬지 연모하게 되는’ 여인들로 알려져 왔다. 그런 세 사람이 함께 무대를 꾸미게 된 계기를 물어보았더니, 트위터에서 한 팬이 셋이 같이 공연하면 참 좋겠다는 글을 올린걸 보고 ‘한 번 해볼까?’하면서 시작된 일이란다. 

 인디 쪽에서 움직이다보니 복잡한 이해관계, 계약관계 따위에서 자유로워 뜻이 통하면 일도 후딱 진행되나보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인디뮤지션으로 산다는 건…

이안 : 이렇게 자유로운 건 좋지만 음악만으로 생활을 하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닐 텐데 어떻게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음악을 계속 해올 수 있었는지?

소히 : 밴드가 받쳐줄 때 흥이 제대로 살아나는 보사노바 음악을 하는 저는 그래서 행사에 출연하거나 음반 판매 수입이 좀 있을 때는 세션 연주자를 청하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는 함께 연주하자고 청해도 그냥 편하게 받아들일 친구들이 있을 때는 그들과, 그런 친구들이 바쁠 때는 그냥 혼자 무대에 오르면 돼요. 생활이 문제라면 방과 후 교사로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요.

   
인디 가수 정민아. '이웃집 여신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시와 : 원래 전공이 특수교육이라 특수학교 교사로 십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내가 선택한 전공을 살리는 일이었고, 노래를 하는 건 마음의 행복을 찾는 길이었지요. 그런데 음악 쪽 일이 많아지면서 학생들에게 100%의 에너지를 쏟지 못하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진심으로 모든 것을 다 바칠 수 없다면 차라리 전업 뮤지션으로 지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그만두게 되었지요.

정민아 : 국악 전공자로서 가야금 연주자로 지낼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다보니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전화상담원으로 꽤 오래 일했어요. 그러면서 음반을 자체제작해서 내기도 했고. 그러다가 2006년에 콘텐츠진흥기금에서 인디레이블 육성사업에 지원하는 기금을 받아 음반을 제작할 수 있었는데, 그 음반이 1만 장이 팔렸어요. 그러면서 기획사와 음반사에서 함께 하자는 제의를 받아 다음 음반을 냈는데 그러면 제약이 많아지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기획은 혼자하고 제작만 그쪽을 통해 하고 있어요.

현정권 들어 없어진 인디음악 지원 사업…대형 사업 위주 지원 아쉬워

이안 : 국가에서 콘텐츠진흥기금으로 인디 음악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니 참 좋은 기회네요. 음반 판매 1만장이면 대단한 성과인데, 가뜩이나 어려운 인디 음악계에서 그런데 왜 그런 지원을 받아 활동하는 뮤지션이 많지  않은지?

정민아 : 현 정권 들어서면서 그런 제도 자체가 없어졌거든요. 산업적으로 성과를 쉽게 보일 수 있는 대형 사업 위주로 지원 대상이 집중되는 건 음악 뿐 아니라 다른 문화예술 분야 다 마찬가지가 되었잖아요.

   
인디 가수 시와. '이웃집 여신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안 : 이번 <이웃집 여신들>말고 다른 활동 계획을 좀 알고 싶은데?

소히 : 6월에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페스티벌이 열려요. 거기서 저는 3일에, 시와는 17일에 노래로 힘을 보태려고요.

시와 : 노래를 통해 제주도도 가고, 여러 좋은 분들도 만날 수 있으니 참 고마운 일이지요.  저는 이번에 개봉한 김태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오월愛>에서 음악감독을 하는 좋은 경험도 했어요. 많은 분들이 영화를 좋게 봐주시니 보람이 있었지요. 그리고 제가 같이 하고 싶은  영화제같은 문화행사 소식이 있으면 제가 먼저 연락을 하기도 해요. ‘저 가수 시와인데 그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어요.’ 라고. 그래서 불러 주시면 기타 둘러메고 가서 노래하는 거고, 안 찾으면 다른 자리를 만들어 노래하면 되는 거지요.

정민아 : 이번에 우리가 <이웃집 여신들>을 함께 공연하는 카페 씨클라우드는 클럽처럼 화려한 무대는 아니지만, 젊은 화가나 사진작가들이 작품을 전시도 하고 판매도 하는 갤러리이자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독립영화상영회도 하는 복합문화공간이예요. 여기서 공연이나 전시 기획을 하면서 제 음악도 하고 있으니 자주 들러 주세요.

사회 현안에도 관심…제주 해군기지 이전 반대, 광주 다룬 다큐  <오월愛> 음악 참여도

소히, 시와, 정민아 세 뮤지션을 만나 연습하는 모습을 곁에서 보고 얘기를 나누면서, 여린 듯 강단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그녀들이 참 멋진 ‘뮤지션’이라 아름다웠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문제들을 지나치지 않고 보듬으려는 자세가 그녀들을 그냥 뮤지션이 아니라 ‘이웃집 여신들’로 인정하도록 했다.

 <이웃집 여신들> 공연 장소는 합정역 근처 카페 씨클라우드, 시간은 2011년 5월 29일 (일) 오후 7시. 예매는 2만원, 현매는 2만5천원. 각자 솔로로도 아름답지만 서로의 노래를 함께 연주하고 부르는 화음은 또 다른 매력이 있으니 귀 기울여 보시기를.

   
인디 가수 소히 시와 정민아가 결성한 '이웃집 여신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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