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레임덕’ 논란의 진원지는 상대적으로 개혁 성향이 강한 30대였지만, 40대와 50대도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에 등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온갖 정치 악재에도 꿈쩍도 하지 않던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아일보는 26일자 1면에 <40대 지지율 46→26% 추락>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명박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를 물어본 결과, 40대 지지율이 빠졌다는 얘긴데 50대도 40대 못지않게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기사의 출처로 삼은 자료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싱크탱크격인 ‘아산정책연구원’의 5월 정례 여론조사 결과이다. 이명박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는 31.8%로 나타났다. 올해 1월 조사 때 44.4%보다 12.6%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명박 대통령
@CBS노컷뉴스
 
주목할 대목은 이명박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 하락 곡선을 이끈 주축이 40대와 50대라는 점이다. 1월 정례조사 때는 40대의 경우 45.1%, 50대는 55.6%의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를 보였다.

하지만 5월 정례조사 때는 40대의 경우 넉 달만에 19.2% 포인트나 지지율이 빠져 25.9%로 추락했고, 50대는 이보다 더한 19.6% 포인트의 지지율이 빠져 36.0%로 나타났다. 여론조사는 수치보다는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하다.

40~50대는 회사에서는 중견간부 이상을 이루는 핵심 위치로,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성향이 보다 강한 편이지만, 이들마저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한창 아이를 키워야 하는 30대는 전세금 불안, 물가 상승, 보육 걱정 등이 겹치면서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에 비판적인 대표적인 세대이다. 40~50대마저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에 냉소적 시선을 보내는 상황은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 말 그대로 위기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이 유지된다면 ‘레임덕’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40~50대의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가 뚜렷하게 빠지는 상황은 국정 컨트롤타워로서의 정치 리더십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30대에 이어 40대와 50대까지 이명박 정부에 ‘회의적 시선’을 보낸다면 2012년 중요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더욱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 대표 출신 정몽준 의원의 싱크탱크에서 조사한 이번 여론조사 결과, 내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46.2%, 여당 후보를 뽑겠다는 30.5%로 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15.7% 포인트 더 높았다.

올해 1월 조사에서는 여당 후보(35.4%), 야당 후보(36.8%)로 비슷한 수준이었음을 고려할 때 민심의 흐름이 야당 쪽으로 쏠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한나라당이 내부 논란에도 민주당 복지 아젠다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위기감의 반영으로 보인다.

그러나 복지정책을 한나라당과 민주당 중 어느 쪽이 더 잘할 것인지 국민 여론의 평가를 받는다면 한나라당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정책 좌향좌를 선택하고 있지만, 여론의 흐름은 한나라당이 더 잘 할 것이라고 생각됐던 영역까지 그 실력에 의문을 품는 상황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일자리 창출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정당’을 묻자 한나라당 34.9%, 민주당 23.6%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지만, 올해 1월에는 한나라 40.0%, 민주당 13.9% 등 한나라당이 ‘일자리 창출’ 부분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의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회의에서 “비상시기에 처한 우리 당으로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정책논쟁을 통한 쇄신과 변화는 필수불가결 하다고 생각을 한다. 반면에 섣부른 정책 남발이나 표만 의식한 정책노선 급선회로 집권여당이 앞장서서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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