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참사 보도와 관련, 공동취재 시스템 개발 등 우리의 재난취재·보도도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재난현장에서 취재활동이 구조작업에 방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언론사간 협의를 통해 재난취재·보도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언론계 내부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공동취재 시스템 개발. 재난현장에서 TV카메라기자, 신문사 사진기자, 취재기자들이 엉켜 경쟁적으로 취재를 하다보니 자연 구조활동에 방해가 되고 있어 각 매체별 특성에 따라 공동취재를 하자는 것이다.

특히 TV의 경우 이번 삼풍참사때 4개 방송사(YTN포함)가 경쟁적으로 지하매몰현장에 무인카메라를 가동, 가뜩이나 좁은 통로를 막아 구조작업에 상당한 지장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공동취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SBS 송석형보도국장은 “사고발생 초기에는 매몰현장을 비춰주는 무인카메라에 대해 반응이 좋았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인명구조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구조요원들의 불평이 있었다”면서 재난발생시 방송사들간에 협의를 거쳐 공동화면을 내보내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문의 경우 사진취재를 위한 포토라인의 설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부분적으로 포토라인을 설정, 가동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매몰현장에서 생존자가 구조돼 나올 경우 사진기자들이 동시에 몰려 아수라장을 이루는 등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많아 재난현장에서의 포토라인 설정작업이 본격 연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TV카메라와 마찬가지로 공동취재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세우고 있다.

사망자 및 피해자 집계도 언론사별로 이뤄져 과당경쟁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진으로 인한 재난사고가 많은 일본의 경우 철저히 사고대책본부 등을 통한 공식집계만을 보도한다는 사실이 참고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계에서는 재난보도 공동취재가 이뤄지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적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겨레신문 고영재편집부국장은 “이번 삼풍참사에서 드러났듯이 구조체계 자체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전체구조 현황이나 피해집계 등을 파악할 수 없어 언론이 독자적인 취재를 할 수 밖에 없다”며 공동취재를 논하기에 앞서 우선 재난구조 시스템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사간 지나친 경쟁도 장애요인으로 남아있다. 아무리 좋은 원칙이라도 한 언론사가 지키지 않으면 금방 무너질텐데 애써 협의를 하면 뭣하느냐는 분위기도 적지않다.

이와관련, 전북대 신방과 김승수교수는 “언론사간 경쟁이 지나쳐 언론이 구조지원 역할을 넘어 구조주체로 나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부터 차분하게 구조체계의 문제 등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짚고 들어갔어야 했다”며 이제부터라도 재난보도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이현락편집국장도 “이번 참사는 국민의 알권리와 재난구호라는 양면이 상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따라서 사태가 어느정도 수습된 다음 처음부터 다시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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