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가 대전대적지구로 확정되면서 유치경쟁에 공동으로 뛰어들었던 광주, 대구경북지역 여론이 들끟고 있다. 이 상황을 바라보는 전국일간지, 대구경북신문간에는 다소 관점의 차이를 보였는데요.

<경향신문>, <조선일보>등은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무능을 따끔하게 꾸짖고, 유치전에서 탈락한 이 지역신문들의 경우 '분노, 절망감, 반정부 투쟁'등  지역민심을 전하면서 '지역발전논리'를 지방이 스스로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경향>, <조선> | 정부, 국책사업 갈등 원인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는 16일 각각 1면(2,3면)과 4면에 <국책사업 갈등, 불지르는 정부>, <과학벨트, 후보지 확대해 지역갈등만 키웠다>를 뉴스로 편집했다.

   
▲ 경향신문 5월 16일 1면
 

<경향신문>의  <국책사업 갈등, 불지르는 정부>에서는 "정부의 잇단 말바꾸기가 불신을 자초하고, 조정·설득력 부재로 리더십이 실종되면서 정글식 '먹고 뺏기'경쟁의 후유증만 키우고 있다"라며 "정부의 무원칙과 돌려막기식 정치적 결정이 국책사업 갈등을 확대시키고 있다"며 정부 정책오류를 따끔하게 꼬집었다.

해당기사에서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갈등의 진원지가 정부가 되고, 정부가 지역간·직종간 갈등 구조를 만들어내는 게 문제"라며 "대통령에 대한 신뢰상실의 부분은 사회불신구조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14일(토) 1면에 <과학벨트, 대전 대덕 단지로 확정>을 보도했던 <조선일보>는 16일 4면 <과학벨트, 후보지 확대해 지역갈등만 키웠다>를 통해 "결국 공약대로 결정한 것을 왜 끌었나"라는 정치권의 비판을 주요하게 전했다.

   
▲ 조선일보 5월 16일 4면
 

<조선일보>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가 대전 대덕으로 확대되면서 "그럴 것이었으면 정부는 왜 시간을 끌었는가"라는 비판이 정치권의 여론을 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대로 집권 초부터 대전충청권에 사업을 시작했으면 지역갈등이 없었을 거란 얘기다"란 해석을 덧붙였다.

해당 신문은 '과학벨트=충청권'임을 뻔히 알면서도 장시간 '요식행위'를 거치느라 지역갈등을 키워왔다는 주장과 함께 그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작년 6월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좌절되면서 "이 대통령이 과학벨트를 다른 곳에 주려 한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청와대 수석들이 거의 공개적으로 "행정기관(세종시)이 가면 과학벨트는 세종시에 가기 어렵다"고 말해 다른 지역들의 기대를 키웠다. 대덕과 대구·광주를 묶는 삼각벨트론도 나왔다.

정부는 '공정한 절차'를 명분으로 지난달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39개 시군에서 53곳의 후보지를 추린뒤 이를 다시 10곳으로 압축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러는 동안 전국각지가 너도나도 유치경쟁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작년 7월 임태희 대통령 실장 등 청와대 3기 수석진이 임명된 뒤로는 "과학벨트는 충청권 외에 대안이 없다"는 얘기가 나왔고, 이 대통령은 지나 1월 23일 청와대 인근 안가(安家)에서 한나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과학벨트는 충청권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또 2월 1일 신년좌담회에서도 "전문가 위원회가 정하는 것이 오히려 충청도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중략)

<매일>, <영남> | 지역 놀리나?, 반정부 투쟁 경고 예정, 대경독립공화국?

한편 <매일신문>은 16일 1면 <과학벨트마저…MB에 대구경북은 있는가>와 수암칼럼 <대경 독립공화국을 세워야 하나>를 통해 과학벨트 경정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매일신문 5월 16일 1면
 

<과학벨트마저…MB에 대구경북은 있는가>에선 "대한민국엔 지방, 특히 영호남은 없다"며 "영남지역민들은 그동안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신공항과 과학벨트 유치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모두 무산돼 '이제 희망이 없다'는 절망감과 함께 정부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이 지역 민심을 전했다.

지역민들은 '수도권 공화국', '지방무시 정부'등으로 규정하면서 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며 "원전과 방폐장 등 기피시설의 반납과 과학벨트 평가기준에 대한 법적 소송 검토 등 강경대응과 함께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표를 통해 심판하겠다'는 점도 주요하게 편집했다.

   
▲ 매일신문 5월 16일 <수암칼럼>
 

한편 <매일신문> 대표칼럼인 <수암칼럼> 필자 김정길(대구예술대 총장)씨는 "지난주 LH, 국민연금마저 경남, 호남으로 갔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과학벨트까지 물 건너갔다. 이쯤 되면 대구경북 650만 주민이 어떤 대접을 받고 사는지 알 만해졌다"라며 "내년에 또 한나라당 찍고 도지사님 옆자리서 단식이라도 시작해야 하나?"라며 "국가 대계(大計)는 철저한 과학성과 이성적 합리로 판단돼야 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권은 그런 철학과 지적 인식은 고사하고 정권을 쥐여준 이유조차 벌써 까먹은지 오래라며 "바지벨트야 허리에 걸든 엉덩이 쪽이 걸치든 상관없지만 과학벨트 같은 국책 사업은 정치 논리가 아닌 과학적 논리에 따라 제자리에 세워져야 한다"며 "표 몰아주고 왕따된 대구경북, 이제 갈데까지 다 갔다. 막장이 코 앞이다. 자금성 유물처럼 벨트든 단지든 어차피 한국 땅에 있으면 됐지, 어디에 간들 어떠냐고 배포 부릴 한계도 넘었다"고 이 상황을 요약했다.

또한 현재 단식중인 김관용 경북도지사에겐 "수도권 정권에 맞설 '대경(大慶)독립공화국'이라도 세우겠다는 각오로 다시 일어나 싸우십시오"고 요구했다.

   
▲ 영남일보 5월 16일 1면
 
<영남일보>도 16일 1면 <이명박 정부, 또다시 대구·경북을 갖고 노는가>와 칼럼 를 통해 대구경북지역의 상황을 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또다시 대구·경북을 갖고 노는가>에선, "대구경북 또다시 '분노의 눈물'흘리나"며 "수도권 논리와 정치논리에 의해 신공항이 문산된 데 따른 충격이 채 가시지고 전에 과학벨트마저 농단을 당한다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역민의 불신의 골이 훨씬 깊어져 상당한 후유증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북지역은 이명박 정부의 탄생지역임을 감안해 방폐장과 원전 같은, 다른 지역이 기피하는 사실이나 고질 현안을 앞장서 떠맡아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었지만, 그 보답이 지역의 염원임을 외면하는 결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고 제시했다.

   
▲ 영남일보 5월 16일 칼럼
 

한편 <영남일보> 조정래 편집부국장은 를 통해 "MB정부의 지방 무시가 도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 신공항 무산시키고 과학벨트 안주면 그만이지, 매번 농락까지 무시로 해대니 도대체 뭘 어쩌겠다는 건가, 하필 수도권 편향적인 서울지역 언론에 지방의 정보를 흘려 두번 속이 터지게 하나"라며 정부발표보다, 수도권 언론을 통해 미리 정보를 흘린 정치권을 날세워 비판했다.

또한 "이 참에 수도권론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부정당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 역시, 지방의 논리로 지방이 스스로 세우지 않으면 고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다"고 제시하고 "무산된 신공항은 다시 하면 되고, 과학벨트 물 건너가면 차기 정권에서 '기술벨트'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즉 조정래 편집부국장은 "문제는 지방의 결집이고, 지역민의 역량이다"라며 이를 모아서 지방의 논리를 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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