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8시 51분 세상을 떠난 정광훈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어디에서나 농사를 지었던 ‘영원한 농민’이다. 그의 농사는 논과 밭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그는 ‘아스팔트 농사’를 지으며 향년 72세를 마감했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세상을 향해 한 맺힌 목청을 소리 높여 외치는 그 공간, 차가운 바닥을 방석 삼아 함께 어깨를 걸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눈물을 나누는 그 아스팔트라는 공간은 정광훈 전 의장의 평생을 함께한 벗이었다.

구수한 사투리로 이어가는 그의 입담은 아스팔트에 앉아 있던 그들을 웃기고 울렸다. 재야와 시민사회에서 주요 직책을 역임했던 ‘진짜 운동권’ 출신이지만, 그의 이야기는 딱딱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정광훈 민주노동당 고문.
이치열 기자 truth710@
 
많이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로 ‘아스팔트’ 농사를 이어갔다. 권력 앞에서는 꼿꼿한 선비였지만, 민중들 앞에서는 인심 좋은 시골 어르신과 같은 친근한 인물이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농민들과 함께, 자신보다 더 믿었던 노동자들과 함께, 일생을 민중의 벗으로 살아오시면서, '자그마한 댓가라도 바란다면 그것은 환한 웃음이 절로 나오는 참된 보람과 행복이 될 수 없다'는 정광훈식 낙관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셨다”고 평가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정부의 살농(殺農)정책으로 인해 올해도 아스팔트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농민의 처지 또한 그대로인지라 더욱 슬프다. 고인이 그토록 바라던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고인만 세상을 떠나니, 그 슬픔 참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의 삶은 자신과 역사, 세상에 대한 실천 그리고 실천이었다. 정광훈 전 의장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기독교농민회 총무로서 무안 해남 영암 강진 시위를 주도했다.

그는 1980~90년대 광주 전남 지역에서 농민운동을 이끌다가 1999년에는 전농 의장을 지냈고 2001년에는 전국연합 의장, 2003년 전국민중연대 공동대표, 2007년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2011년 현재 민주노동당 고문 등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그는 4․27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화순군수 후보 지원유세에 참여하다 4월 26일 해남으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고, 5월 13일 밤 세상을 떠났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그의 장례는 ‘민중의 벗 고 정광훈 의장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오는 17일 오전 10시 광주 금남로에서 치를 계획이고, 금남로 행진을 거쳐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치될 예정이다.

공동 장례위원장은 손학규 이정희 조승수 유시민 등 야당 대표들을 비롯해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위원장,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고문 등이 함께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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