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도 적용될 최저임금 결정을 한 달 보름 앞두고 노동·시민사회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노동·시민단체와 야당 일부가 손을 잡은 '최저임금연대'는 현재 한국 노동자 평균임금의 3분의 1 수준인 최저임금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턱없이 낮다며 이를 평균임금의 절반 정도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5∼6월 문화제와 선전전을 통해 여론을 환기할 계획이다.

노동자와 고용주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다음달 29일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의결하며,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를 바탕으로 오는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액을 확정하면 2012년도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2011년 최저임금 시급, 전년 대비 10원 올라

현재 2011년 최저임금 시급은 4320원으로, 전년 대비 '10원' 오른 액수(2010년 4110원에서 5.1% 인상)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90만 원이 조금 넘는 정도(90만 2880원)인데, 이는 한국 노동자 평균 임금의 32%(노동부 조사 기준 226만 4460원) 수준에 그친다. 

   
▲ ⓒ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최저임금제도는 지난 1988년 저소득층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애초 취지와 무색하게 여전히 선진국 수준을 크게 밑돈다는 지적이 노동·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돼왔다. 2008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는 OECD 19개 나라 중 한국은 16위에 머무른다.

이 문제를 공론화 하는 데 앞장서온 참여연대와 청년유니온은 현재 최저임금 시급이 패스트푸드점 햄버거 한 개나 자장면 곱빼기도 맘놓고 사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질타한다. 

   
▲ ⓒ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실제 각 나라 돈의 실질 구매력을 가늠할 때 쓰이는 맥도널드 빅맥 햄버거 하나가 3900원이고 이마저 콜라, 감자튀김을 곁들인 식사대용 세트메뉴가 5700원에 팔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 최저임금의 '초라함'은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빅맥세트 하나가 5700원인데…

문제는 현실이 보다 열악하다는 데 있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27일 발간한 이슈리포트 <최저임금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가계지출 소비가 평균을 밑도는 저임금노동자는 전체 450만 명, 이 가운데 최저임금 보다 적게 받는 노동자는 210만 명을 헤아린다.

실제 지난 1, 2월 용역업체·학교가 일방적으로 일자리를 앗은 데 반발한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이들이 월 75만 원만 받고 일해온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파장을 낳기도 했다.

저임금노동자의 절반은 법이 정한 최소한의 생계보장 내에도 들지 못한 셈인데 여기에 노동자 가족을 더하면 근로빈곤층이 늘고 있는 한국사회 현실이 열악한 최저임금과 무관치 않다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 ⓒ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그러나 정부 차원의 감독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지난 3년 동안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적발된 사업장은 2008년 1만 813건, 2009년 1만 5625건, 2010년 8025건이지만 처벌 건수는 각기 8건, 6건, 3건에 그치고 있다.

청년노동자의 권리 찾기 운동을 펴는 청년유니온은, 지난해 실태조사 한 결과 10∼20대 아르바이트생 많이 몰리는 편의점의 경우 시급 4320원 보다 적게 주는 곳이 3곳 가운데 2곳이나 됐다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근로빈곤층이 증가하는 까닭은?

노동·시민사회는 현재 한국 노동자 평균임금의 3분의 1 수준인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절반 정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복지를 단순히 외치는 데 머물지 말고, 최저임금법 위반 업체를 강력히 단속하는 등 실질적 개선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 ⓒ 참여연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참여연대 등 28개 야당 및 노동·시민단체는 지난 3월 29일 최저임금연대를 발족해 '2012년 적용 최저임금액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여기서 내년도 시급을 5410원(월급 113만 690원)으로 올리라고 요구했다. 현행 최저임금 대비 25.2% 인상한 액수인데, 이렇게 해야 2010년 노동자 평균임금(노동부 조사 기준 226만 4460원)의 절반 정도를 따라갈 수 있다.

참여연대와 청년유니온은 5월 11일부터 6월 10일까지 한 달 동안 신촌일대 편의점을 대상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실태를 조사한 뒤 위법사례를 고발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고 적극 알린다는 계획이다. 또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한 주 동안 청와대·국회·고용노동부 앞에서 현장의 열악함을 고발하는 1인 시위를 집중적으로 벌인 뒤 5월 28일 여의도에서 문화제를 연다는 계획도 마련해놓고 있다.

김영경 청년유니온 대표는 14일 "지난해 편의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곳이 66%나 됐는데 올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최소한 이것이라도 지켜질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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