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MBC 시사교양국 PD들에 대한 ‘징계성’ 인사 발령이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주도한 것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MBC는 이날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의 취재 중단 지시를 따르지 않고 비판 성명 발표 등 평PD협의회 활동을 주도한 책임을 물어 이우환 <PD수첩> PD와 한학수 PD(<아프리카의 눈물> 제작자·전 <PD수첩> PD)를 자회사인 ‘용인드라미아’와 경인지사로 발령냈다. 두 곳 모두 프로그램 제작과 무관한 조직으로, 용인드라미아는 MBC가 보유한 용인 땅에 놀이동산 등 여러 시설을 만들기 위해, 경인지사는 수도권의 광고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신설된 조직이다.

노조와 시사교양국 PD들은 이에 “아이템이 국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PD에게 취재중단 지시를 내리고,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다른 부서로 보내버리는 일이 대명천지에 MBC에서 자행되고 있다”며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러한 인사 조치에 대한 회사 측의 공식 입장은 ‘각 본부·국 차원의 자체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진숙 홍보국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회사 차원에서 구체적인 인사나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수의 MBC 관계자들의 증언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인사 당일인 12일 오전 김재철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임원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시사교양국 성명서 작성자 색출’, ‘인사·징계 필요성’ 등의 언급이 김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재철 MBC 사장.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윤길용 국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알려진 <PD수첩> 한 PD의 구체적 징계 수위(6개월 정직)와 ‘김미화 교체’ 등에 반발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라디오본부 PD들에 대한 징계 이야기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강제 인사발령을 당한 한학수 PD도 “윤 국장이 ‘경영진의 방침’이라고 했다”며 경영진이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했을 개연성을 제기했다. 라디오본부에서도 임원회의 직후부터 부장 등을 통해 ‘징계’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숙 국장은 그러나 “임원회의의 내용을 옮길 수는 없지 않느냐”며 구체적인 사실 확인에 응하지 않았다. 이 국장은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가”라고 되물으면서 “임원회의에서 회사의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징계 수위는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 안팎에서는 김 사장이 직접 나섰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과 관련, 김미화씨의 최근 증언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김씨는 지난 3일 노조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 하차에 김재철 사장이 직접 개입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PD수첩 사태’ 등 그간 논란이 되어온 인사나 진행자 교체, 프로그램 개편 등에 대해 김재철 사장 측은 구체적 관련성을 극구 부인해왔다. 하지만 김미화씨의 폭로로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한 PD는 “회사 입장에서는 지난 3월 시사교양국 사태가 어정쩡하게 마무리된 측면이 있었고, 라디오본부 개편 파동도 쉬이 가라앉지 않고 시위나 폭로 등이 계속되니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 왔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김미화씨가 김재철 사장까지 ‘링 위’에 올렸으니 더더욱 다급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는 윤길용 시사교양국장과 이우용 라디오본부장 등 문제 인사 퇴진과 제작 자율성 보장방안 마련을 김재철 사장에게 요구하며 지난 11일부터 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시사교양국 강제 인사발령과 라디오본부 징계 예고 등 상황이 더더욱 파국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노사 간 대화가 절실해 보이나, 회사 측은 아직까지 노조의 농성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진숙 국장은 이와 관련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며 “노조는 사장과 직접 만나겠다는 것인데, 회사는 각 본부·국을 통해서 의견을 전달하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사교양국 PD들은 13일 오전 비상총회를 열어 윤 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16일부터 진행하는 한편 한국PD연합회 회원 제명을 추진하고, 제작거부 시점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일임하기로 결의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