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등의 출범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전문의약품 방송광고 허용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현행 약사법 등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은 신문·방송·잡지 등에서의 광고가 금지돼 있다. 전문의약품이 아닌 경우에도 방송광고에서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약사·간호사 및 보조인 등을 광고모델로 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지난 연말 업무 보고 등에서 그 규제 완화 방침을 시사했지만,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최근 주최한 ‘의약품 방송광고 허용, 어떻게 볼 것인가’ 세미나에서는 반대론이 높았다.

의약품 분류기준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전문적인 진단과 지시 감독에 따라 사용돼야 하는 의약품이다. 부작용이 심하거나 습관성 및 의존성이 있는 의약품이기도 하다. 반면 일반의약품이란 부작용의 범위가 비교적 좁고 그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약품을 말한다. 의약품 광고가 금지되고 있는 품목은 전문의약품 6800여종이며, 일반의약품도 900여 품목은 대중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신문방송학)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의 방송광고를 허용하자는 의견의 논거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기에 오남용은 기우다. 둘째, 부정적인 리베이트 관행을 일소할 수 있다. 셋째, 방송광고 금지는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 넷째, 의사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정보를 가져야 한다.

계속 금지해야 한다는 논거는 다섯 가지다. 첫째, 약물 오남용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해칠 우려가 있다. 둘째, 의사의 처방전이 약품의 효능이 아니라 ‘광고 효과’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이미지 중심의 방송광고가 소비자의 ‘알 권리’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미흡하다. 넷째, 리베이트 관행 척결은 약품가격 인하가 목표인데 오히려 정책목표와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 끝으로 광고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건강보험 부담만 가중될 것이다.

이상규 한림대 의대 교수는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는 환자들이 자신이 복용하는 약과 다른 약품과의 잘못된 비교, 치료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과도한 광고비 지출은 전체 의료비의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선 교수도 “전문의약품 방송광고 찬성론자들 주장대로 표현의 자유 보장 차원과 제약업체들간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적으로 수용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 논의 자체가 방송사업자들의 방송광고시장 확대차원에서 출발한 것이고, 더군다나 종합편성채널 쪽에서 지원책의 일환으로 거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문의약품의 방송광고를 허용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보다 규제함으로써 달성되는 이익이 훨씬 더 크다”며 “굳이 방송매체를 통하지 않더라도 전문의약품 정보에 대한 접근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법 56조 등에서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인 및 의료기관의 방송광고도 의료기관의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료비의 증가를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척추나 관절 수술 전문병원 중심으로 이뤄지는 의료기관 광고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수술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관련법규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영기 한국법제연구원 입법평가연구센터 연구원은 “영화나 드라마, 인터넷을 통해 PPL(간접광고)과 같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전문의약품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며 “스마트디바이스 시대에 방송광고만 금지한다고 해서 관련 문제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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