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 구글, 다음이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위치정보를 수집한 것을 두고 프라이버시권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언론들은 위치정보 시스템을 편리하게 이용해 오던 시민들의 불안감,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며 ‘빅브라더’라는 말까지 동원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위기 경보’를 잇따라 울리고 있는 올드 미디어들이 사안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 것일까.

주목되는 점은 대다수 언론이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틀은 ‘스마트폰 불안’ 프레임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4일자 경제면 3면 기사<스마트폰 ‘위치정보’ 딜레마…꺼놓자니 앱 못 쓰고, 켜놓자니 악용될라>에서 “애플과 구글이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후 국내외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심리적 혼란에 빠져 있다”고 촌평했다. 이어 “내 정보가 새어나갈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는 직장인 신모씨의 발언이 서두에 소개됐다.

국민일보도 중앙과 비슷한 프레임으로 관련 보도를 했다. 국민은 6일자 13면 기사<“애플․구글은 내 위치정보․동선 다 알고 있을까”>에서 “경찰이 구글코리아와 다음을 압수수색하자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 회사원 김모씨는 기자에에게 “내 위치정보가 다른 곳에 악용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겨레도 6일자 30면 칼럼<유용한 위치정보, 불안한 이용자>에서 “위치를 노출해서 얻는 게 많은 만큼 해코지의 두려움도 커진다”며 “(아이폰 사용자들의)불안감”을 전했다. 다만, 한겨레는 정부․경찰을 두고 “무엇보다 저들은 맘만 먹으면 위치정보를 가장 유용하게 써먹을 집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며 정부쪽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또 위치 정보 서비스 관련 시장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조선일보), 지나친 상업화로 개인 정보의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경향신문)도 일부 언론에선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보도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프라이버시 침해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비판의 요지는 외국과 달리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위해선 통신사에 개인 정보를 노출할 수밖에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구조,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의 문제에 대해선 언론의 비판이 빗겨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통화에서 “이번 경찰 수사의 근거가 되는 위치정보법 15조를 우선 살펴봐야 한다”며 “지금 구글과 다음이 개인정보를 수집한 게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 법에 따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더라도 단말기 정보만 수집해도 위법이 되는 넌센스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치정보법 제 15조는 ‘누구든지 개인 또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당해 개인 또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나와 있다. 이에 대해 전 이사는 “구글, 다음 같은 부가 통신사업자들은 단말기가 어느 있는지를 알뿐이라고 하더라도 위치정보법 15조는 그것조차 금지하고 있다”라며 “사실상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단말기 정보를 보호해주는 넌센스 같은 법이 있는 것은 ‘통신실명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면 주민등록 번호와 개인정보를 주면서 후불제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지 않나. 초고속 인터넷 가입하려고 해도 주민번호가 필요하지 않나”며 “‘통신실명제’는 법에는 없으면서 관행으로 존재하고 있는데, 이 관행으로 인해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있는데도 난리치는 언론, 시민이 있나”고 되물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도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일정 정보의 위치 정보와 개인정보가 들어가고 있지 않나”며 “모바일에서 개인신상 정보 침해에 불안해 하기 이전에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통신사 약관부터 살펴보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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