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영원히 가르쳐줄게. 지혜야! 생일축하하고 나랑 결혼하자 2011년 7월 2일 am11"

한겨레신문 29일자 4면 하단에 5단 통광고로 '프로포즈' 광고가 실렸다. 광고 디자인은 간단했다. 세 줄의 카피와 한 여성 사진이 있을 뿐이었다. '압구정 사과녀'처럼 어느 기업체의 신상품 출시를 위한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으로 생각될 정도다. 그러나 실상은 흔히 광고가 게재되는 과정과 달랐다.

29일 한겨레 광고국에 따르면, 본인을 한겨레 애독자라고 소개한 서아무개씨(33)가  지난 주에 서울시 공덕동에 있는 한겨레 신문사 광고국을 직접 찾아와 5단이나 전면  크기의 광고 게재를 의뢰했다. 그는 본인의 결혼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애인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싶다는 취지를 간곡하게 부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 광고국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동안 생활 광고면에 개인적인 광고가 게재돼 왔지만, 프로포즈 관련 5단 광고가 실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또 그동안 한겨레의 5단 광고 비용과 의뢰자가 제시한 광고비의 격차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 한겨레 29일자 4면.
 
그럼에도 한겨레 광고국은 광고비를 기준으로 한 게 아니라 이 남자의 '진정성'을 보고, 파격적으로 광고를 게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프로포즈 광고를 5단 광고로 배치했고, 애초 28일 초판 인쇄 당시 10면으로 배치된 광고도 29일 배포된 신문에는 4면으로 배치를 앞당겼다.
 
이 남자는 29일 한겨레 신문사를 찾아와 신문 300부를 가져갈 예정이다. 스튜어디스인 애인이 이날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할 때 기내 승객들에게 직접 신문을 나눠주기 위한 취지다. 향후 그는 결혼식 청첩장도 광고 형식으로 한겨레에 게재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겨레 광고국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겨레가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개인들의 특별한 사연을 담은 것도 신문 광고로 게재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며 "비록 광고비는 적지만 이 광고의 가치는 수억 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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