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해도해도 너무한 언론들이다.

25일과 26일, 온 국민은 한 저축은행의 파렴치한 ‘모럴 해저드’에 치를 떨어야 했다. 영업정지를 받은 부산저축은행이 정지 전날인 2월 16일 일부 VIP 고객과 직원들 친인척에게 특혜 인출을 했다는 뉴스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일반 예금자 30여만명의 돈은 은행에 묶여 있는데, 500여명의 고객들은 200억여원이 넘는 돈을 찾아갔음이 밝혀진 것이다.

   
조선일보 26일자 1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부산저축은행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에서 10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빠져나갔다고 확인해주기도 했다.

신문사·방송사 등 대다수 언론이 주요 뉴스로 다루었음은 물론이다. 조선일보는 <금융 막장…그날 밤, 그들은 사악했다>란 제목으로 1면 머리기사로까지 실었고 다른 신문사 역시 빠짐없이 게재했다. MBC·KBS·SBS 등도 머리기사급으로 비중있게 이 사실을 다루었다.

하지만 이들 중 ‘출처’를 제대로 밝힌 언론사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 경향신문·KBS 등이 온라인뉴스에서만 ‘한겨레21’을 적시했을 뿐, 지면이나 화면에선 찾아볼 수가 없었다.

   
25일 KBS 9시뉴스의 한 장면.
 

부산저축은행의 특혜 인출 사실은, 24일 발간된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처음으로 폭로한 것이다. 한겨레21은 표지 기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은 영업정지가 내려지기 전날인 2월16일 영업이 마감된 뒤 부산 초량동 본점과 화명동 지점 두 곳에 30여명의 고객을 따로 불러 저녁 8시30분께 닫았던 금융전산망을 열어 거액의 예금을 인출해줬다”고 특종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에 25일자 신문 1면에 한겨레21 보도를 인용, “당시 예금을 찾은 이들은 부산저축은행이 ‘가장 선량한 고객’이라 부르는 이들로서 △가족명의 등 통장 2개 이상 △통장당 1억원 이상 예금 △후순위채권 손실 3억원 이상의 조건을 갖춘 고객들”이며 “이들은 대개 저축은행 대주주·임원 등의 소개로 예금을 맡겼으며, 지역 재력가를 비롯해 의료·법조계 인사 등 유력계층 인사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종 보도를 한 한겨레21 하어영 기자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주요 언론이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과 관련 “어떤 식으로든 이슈가 돼서 다행이지만, 아무리 낙종이 뼈아프더라도 언론으로서 원칙과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에 왜 섭섭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후속 보도로 나오는 내용도 대부분 한겨레21에 이미 나온 것들”이라고 소개하면서 “오랫동안 준비하고 탐사취재를 한 결과물이 좋은 평가를 받게 돼 뿌듯하다”고 특종 소감을 밝혔다.

   
한겨레 25일자 1면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