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일보가 ‘만일 삼성이 한국을 떠난다면’이라는 제목의 사내 칼럼을 게재해 거센 논란을 불렀다. 조선비즈 이지훈 경제부장이 쓴 이 칼럼은 2009년 삼성 계열사 71개의 총매출이 220조원에 한국 GDP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점 등을 근거로 삼성이 혹여라도 한국을 떠날 경우의 경제적 충격을 거론하고 있다. 높은 법인세 부담과 한국의 기업규제 정책, 법치주의 확립과 노사관계 등의 문제를 근거로 삼성그룹이 한국을 떠나지 않도록 잘 대접(?)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 사례는 이른바 한국의 주류 언론이라는 곳이 얼마나 한국경제 전반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언론은 이처럼 왜곡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기업활동을 하기 어려우므로 각종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완화하라는 등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물론 국내 기업들이 일부 불필요한 규제 등에 시달리는 현실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체로 이 칼럼의 주장은 전반적인 현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이지훈 부장의 주장과는 달리 한국의 법인세 부담은 국제적으로 비교해 볼 때 결코 높다고 하기 어렵다. 그는 칼럼에서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대만(20%), 싱가포르(17%), 홍콩(16.5%)에 비해 높다.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낮지만 아시아의 주요 경쟁국들보다 높다는 게 문제다”라고 썼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교묘하게 전체 사실 가운데 일부만을 선택적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게 동원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 ©노컷뉴스
 
하지만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국제적으로 볼 때 결코 높은 수준이라고 하기 어렵다.  한국 언론의 왜곡된 보도로 한국의 법인세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OECD 국가들 가운데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경제대국인 일본과 미국이 법인세율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높은 대부분 국가들이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높다. 

조선일보가 비교한 홍콩, 싱가포르나 대만 등은 대부분 인구 규모가 적은 도시국가에 가까운 나라로 법인세를 낮춰 외국 자본을 활발히 유치해야 성장할 수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또는 OECD국가들 가운데 아일랜드나 아이슬란드, 스위스 등과 같은 정도의 소규모 도시국가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나라로 해외 자본 유치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지나친 감세정책을 펼칠 경우 아일랜드나 아이슬란드의 경우처럼 투기자본 유입으로 부동산 버블 등이 일어나 결과적으로 심각한 금융위기나 재정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미 ‘시사경제’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국내 법인세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받게 되는데 이 때문에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실효 법인세율은 10% 중후반에 머물고 있다. 법인세가 높아서 한국 재벌대기업들의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거나 법인세를 낮춰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이밖에 조선비즈 칼럼은 한국의 부실한 법치주의를 기업하기 힘든 여건으로 지적했지만, 실은 부실한 법치주의의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삼성그룹과 같은 재벌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차명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단 한 푼의 상속세도 내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원의 상속세를 내야 했지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또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인식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수조원대의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낸 세금은 달랑 증여세 16억 원이 전부다. 2010년 가을 잇따라 불거져 나오는 각종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과 탈세 의혹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일은 비단 삼성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 OECD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삼성 등 재벌기업들은 탈세 등 명백한 범법행위를 벌이고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를 버젓이 자행하지만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를 비롯해 재벌가 총수들이 제대로 처벌받은 사례는 사실상 없다. 설사 검찰 수사를 받는다 하더라도 단 하룻밤의 실형도 살지 않고 보석으로 풀려난 뒤 초고속 사면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전제적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면서도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더구나 현 정부는 서민들이 물가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을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펼쳐 경제위기 속에서도 사상 최대의 매출 잔치를 벌일 수 있게 해줬다. 또한 재벌건설업체들의 턴키 입찰 담혹 관행 및 재벌 계열사들의 하도급업체들과의 불공정 거래도 방조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들에게 사실상 매수된 검찰이나 금융감독기구, 광고주로서 재벌에게 영혼을 팔고 있는 국내 언론사들의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홍보성 기사들을 생각하면 조선비즈의 우려와는 달리 국내 재벌기업들에게 이렇게 환상적인 특혜를 주는 나라도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지금 국내 재벌기업들이 누리고 있는 초법적 특권을 법치주의와 공정한 시장경쟁 질서가 확립된 선진국에서 과연 보장받을 수 있을까. 한국 재벌기업들이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처럼 법인세를 지금보다 두 배 가량 물고 사업해 보라.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주요 교역국 가운데 환율 상승률이 가장 높은 나라인 한국이 아니라 정반대로 달러 대비 화폐 가치가 가장 강세를 띤 일본에서 기업활동을 하라고 해보라.

또한 탈세가 적발될 경우 감형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거나 독과점과 담합을 벌일 경우 기업이 해체될 정도의 과징금을 물거나 처벌을 받아야 하는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에서 삼성그룹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삼성처럼 수십만명 직원을 거느리고도 ‘무노조 경영’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선진국이 어디에 있는가. 무엇보다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전 그룹을 지배하고 그룹의 자산을 재벌 일가의 개인 자산처럼 유용, 횡령하면서도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를 과연 할 수 있을까.  

   
  ㈜ 미국 FRB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미 재벌기업들이 상당수 그렇게 하고 있지만, 일부 제조 공장을 중국이나 동남아, 미국 등지로 이전하는 경우는 있다. 그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주로 저렴한 생산비용이나 현지 시장 접근성 등을 주목적으로 한 것이지 그들 나라의 세금이 적거나 법치가 확립돼 있거나 노조의 힘이 약하다는 이유와는 대체로 거리가 멀다.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삼성이 절대 해외에 절대 제조공장을 세울 리가 없다고 확신한다.

또는 지난해부터 급속히 진행되는 조짐이 보이지만, 재벌기업들이 자금 세탁이나 탈세를 위해 불필요하게 해외 계열사를 설립하거나 조세피난처를 거치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조선비즈의 우려와는 정반대로 삼성 등 국내 재벌기업들의 본사나 재벌 일가들은 절대 한국을 떠나려야 떠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만큼 시대착오적인 재벌 지배구조를 용납해주는 ‘재벌들의 천국’은 제대로 된 나라 가운데는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거품이 꺼지지도 않았는데, 정부는 여전히 가진자들만 배 불리는 살림살이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4대강 지천사업, 취득세 감면 국고 지원 등을 내놓았습니다. 부자감세를 위해서는 87조원을 손쉽게 쓰고 수백조원의 공공부채를 늘린 뒤에 그렇게 생긴 세수부족 메운다며 유류세 인하 같은 일반 서민가계 지원하는데는 세금 쓰는데 너무나 인색합니다. 이제라도 나라 살림살이의 근본틀을 바꿔야 합니다. 이 땅의 조세정의를 바로세우고 탈토건 친생활 재정지출 구조개혁을 추구하는 세금혁명당을 시작했습니다. 세금을 바꾸면 나라가 바뀝니다.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대합니다.
 
세금혁명당 바로가기 www.fb.com/tax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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