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이 완벽하게 뒤집혔다. 언론의 자유를 인정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무거운 짐을 조금은 내려놓은 것 같다."

검찰이 'BBK'의 핵심 증인인 김경준 씨에게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면 형을 감량해 주겠다고 회유했다'는 김씨의 자필 메모를 보도해 검찰로부터 6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던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법원의 기각 판결이 나온 21일 첫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최근 BBK 사건에 연루된 에리카 김(김경준 씨 친누나)과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면서 1심이 뒤집히기는 어렵겠다고 비관적으로 생각했다"면서 "2심에서 1심을 뒤엎는 결과가 나올 줄 꿈에도 몰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고법 민사17부(고의영 부장판사)는 이날 "시사IN이 보도한 김경준씨 자필의 메모지나 녹음테이프 등은 사후 조작됐다는 증거가 없어 기사의 허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해 3600만원 배상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시사IN과 주진우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어 "수사과정의 직무집행은 국민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므로 명예훼손 책임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며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언론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 주진우 시사IN 기자.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주 기자는 "이번 소송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언론 자유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면서 "재판에서 이겨 마음의 부담을 조금은 덜게 됐다"고 덧붙였다.

시사IN은 지난 2007년 12월 BBK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돼 수사를 받던 김경준 씨가 장모에게 쓴 메모지를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메모에는 '한국 검찰이 이명박을 많이 무서워하고 있다. 이명박 쪽이 풀리게 하면 3년으로 맞춰주겠다'는 내용 등이 들어 있어 검찰이 김씨에게 형 감량을 내세워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최재경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현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수사검사 10명은 "검찰이 적법하게 수사하면서 인권보호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시사IN 측이 김씨의 일방적 거짓 주장을 사실처럼 보도했다"며 시사IN과 기자를 상대로 6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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