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후·박연주·김종평·정봉조·이용상·안상철·람방 누르카효·유수프 하에파·허석희….

서해상에 침몰한 천안함 수색작업을 벌이다 지난해 4월 2일 캄보디아 국적 화물선과 충돌해 희생 당한 제98 금양호 선원들 이름이다. 이 가운데 7명은 시신도 찾지 못한 채 장례를 치러야 했다. ‘천안함 사건’ 1주년을 맞아 대대적 추모분위기가 일었지만, 보상도 바라지 않고 현장에서 천안함 실종자를 찾아 나선 금양호 선원들은 지금껏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금양호 실종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원상 씨는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그 역시 금양호 침몰 사고로 서해바다에서 형님(이용상)을 잃었다. 이씨는 “인명을 잃었는데 46명은 중요하고 9명은 중요하지 않은 거냐”고 따져 물었다.

“천안함 해군 46명은 전사자가 됐고 국민적 영웅이 됐잖습니까? 이 분들은 자기들 업무를 하다 그리 됐지만 금양호는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하다 사고 당한 겁니다. 한푼 보상도 바라지 않고, 나라가 협조 요청을 하니까 뛰어든 것인데 국가도 언론도 뒷전으로 미루거나 희생자들을 짓밟고 있는 거죠.”

   
지난해 5월 치뤄진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침몰한 98 금양호 선원에 대한 영결식 모습.
@CBS노컷뉴스
 
농림수산식품부가 ‘선 장례 후 보상’ 원칙을 강요한 것도 사고를 서둘러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5월 금양호 사고 희생자에 대한 △서훈 추서 △의사자에 준하는 예우 △장례비 지급 △위령비 건립을 약속했지만 이 가운데 이행된 것은 ‘보국포장’이 추서된 것 하나 뿐이다. 지난해 10월 민주당 천정배·양승조·정범구, 한나라당 정갑윤, 자유선진당 이재선 의원 등이 ‘의사상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금양호 희생자를 의사자로 지정될 수 있도록 했으나, 의원들은 ‘중점 법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처리를 미루고 있다.

이씨는 이를 “의도적 외면”이라고 지적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억압·은폐 기조와 맞물려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정부?여당의 홀대를 가리켜 “표면적으론 무관심, 추론적으론 자기방어”라고 말했다.

“금양호 침몰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 구조작업 자체가 1시간 반 동안이나 지체됐죠. 인천해양경찰서에서 나름 이유를 대긴 했지만 납득하기 힘든 내용입니다. 유족들은 그래서 정치권이 자기들 잘못을 덮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많습니다.”

당시 ‘97 금양호’와 ‘98 금양호’ 전화번호가 바뀌면서 구조작업을 개시할 때 혼선을 빚었다고 해명한 인천해양경찰서는 그 뒤 서장을 비롯해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이들이 다른 경찰서로 옮겨갔다. 정치권 역시 처음 ‘의사자에 준하는 예우’를 언급했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물러나고, 위령비 건립 등 4가지 약속을 내걸었던 농림수산식품부의 담당국장도 지난 2월 인사 발령이 나 부서를 옮겼다. 금양호 사고 유족들로선 사실상 대화 채널을 잃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를 낸 캄보디아 선박이 어떻게 됐는지 유족들은 들은 바 없다고 했다. 언론의 무관심도 이들 설움에 한몫 한다. 이씨는 KBS, YTN, 조선일보 등에서 취재하러 오고도 실상 보도는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너무 억울해서 석 달 뒤 제가 KBS PD에게 전화했어요. 영결식 때 하루 종일 취재해갔는데 방송되지 않았거든요. 그 PD 말이 ‘외압이 있었다’고 합디다. 결국 총리실 아니겠어요?”

당초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약속을 잡을 당시 이씨는 “13, 14일 상임위에서 소위원회 일정이 잡혔다”며 “국회 심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들뜬 목소리를 냈으나, 약속한 15일 저녁 느닷없이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인터뷰를 재개한 18일 오후 이씨는 “법률안 심사가 또다시 무산돼 가족과 유족 앞에서 할 말도 없고 볼 낯도 없었다”고 뒤늦게 털어놨다. 해당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반년 동안 계류하다 지난 14일 회기가 끝나면서 또 다시 6월 국회로 넘어갔다. 정치권이 또다시 이씨의 바람을 외면한 것이다. 이날 이씨는 인터뷰 중 종종 울먹이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잇곤 했다.

“국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얘기하는 겁니다. 그런데 1년이나 목소리를 짓밟고 있어요. 금양호가 이대로 묻혀선 안 됩니다.”

지난 12일, 13일 국회 앞에서 금양호 사고 유족과 함께 희생자들의 의사자 지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 이씨는 무기한 집회를 잇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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