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말 남북관계의 개선을 바란다면 우선 북한에 대한 정보 독점부터 풀어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광복 50주년을 맞아 획기적인 대북제의를 할 것이라는 소식에 접한 한 북한부 기자의 지적이다.

이 기자는 정부의 북한 정책이 사실상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정부의 북한 정보 독점 탓이 크다고 말한다.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때 정부가 취했던 강경입장은 ‘정책적인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최근에 발생한 ‘싸이펙스호 인공기 게양사건’등에서 보였던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정책 혼선은 합리적이고 일관성있는 대응 자체를 어렵게 하는 폐쇄된 정보독점이 낳는 대표적인 폐해사례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언론의 종합적인 판단을 가로막아 결국 단편적인, 그것도 부정확한 정보에 입각해 대북 강경조치를 취하도록 여론을 몰아가 결과적으로 정부의 정책 결정의 폭을 좁히고 운신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의 보수적이고 냉전적인 시각이 북한정보를 왜곡하는 가장 큰 요인이지만 정부의 북한정보 독점이 이러한 왜곡을 더욱 부추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북한부 기자들이 북한 관련 정보를 얻는 주요 소스는 내외통신과 통일원에서 제공하는 북한 자료를 매일 팩시밀리로 전송되는 오전, 오후판에 주단위로 주말판이 제공되고 있다.

내외통신에서 제공되는 기사의 출처는 주로 평양방송과 로동신문등 북한의 신문과 방송,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입장과 움직임을 비교적 빨리 전해주고 있지만 기사 선별 단계에서부터 안기부의 검열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서는 일정하게 안기부의 시각으로 재단된 기사들만 제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일원 자료는 비교적 정확하기는 하지만 시의성이 떨어지고 제공되는 자료의 폭 자체가 협소해 북한에 대한 폭넓은 정보 창구로서는 큰 역할을 못하고 있다.이와 함께 각 언론사마다 우일문화사등 외국 잡지 판매 대행사를 통해 구독하고 있는 로동신문등 북한의 정기간행물과 외신으로 타전되는 북한소식이 그래도 장기적으로 북한 정보를 구해볼 수 있는 통로의 거의 전부이다시피하다.

귀순자들과 재미교포 및 재일교포, 그리고 최근에는 연변의 교포들도 북한부 기자들이 북한정보를 얻는 주요 취재 대상이다.

그러나 귀순자들의 경우 알게 모르게 안기부의 통제 대상이어서 그들을 통해 북한 사정을 정확하게 듣기 위해서는 여간 공을 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재외 교포들은 활용하기에 따라 주요 취재원이 될 수 있으나 언론사 차원의 지원이 별로 없다시피한 실정에서 기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인 측면이 많다.

이같은 열악한 취재여건 때문에 북한부 기자들은 결국 그래도 매일 매일 북한 정보를 보내오는 내외통신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까지 독립 북한부를 두었던 서울신문과 조선일보가 올해들어 정치부로 흡수 통합한 것도 북한부만의 독립영역을 구축하기가 어려운 취재 여건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북한부 기자들은 북한 정보가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북한 방송 청취라도 전면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북한 전문기자의 육성과 함께 북한 관련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취재·보도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귀순자 회견은 사회부 기자가, 북미 핵협상은 외무부 출입자가 취재하고 각기 다른 부서에서 취급되는 지금과 같은 분산된 취재보도시스템으로는 북한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제대로 보도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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