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행복하지 않다>는 수필집을 발간, 지난 89년 귀순이후 ‘자유 대한’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을 비교적 솔직하게 그려 화제가 되고 있는 귀순 북한유학생 전철우씨(28세). 그는 우리 언론의 북한보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남한 언론이 북한보도를 비교적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본다”는 게 그의 총평이다. 전씨는 오히려 “자료와 정보의 제한이 문제지 기자를 스스로는 공정보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며 북한 관련 자료를 통제하고 있는 ‘모처’를 꼬집었다.

전씨의 평가는 그래도 조심스러웠다. 이미 ‘유명 연예인’이 된 만큼 언론을 신경 써야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모처’를 의식해서 였을까.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언로의 북한 보도에 대한 그의 평가는 솔직하게 이어졌다.

전씨는 북한 잠입취재기 진위 공방의 주인공인 이찬삼씨 얘기를 꺼냈다. 언젠가 MBC의 <아침 만들기>에 이찬삼씨와 함께 출연한 적이 있다는 그는, 이씨가 밀입북 취재를 했다고 말할 때 그전까지 ‘설마’하며 의심했던 것에 죄책감 마저 느꼈다고 했다.

그런데 그후 이씨가 쓴 <옥화동무 날 기다리지 말아요>를 읽고는 실망했다.

“북한을 다녀온 사람이 쓴 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전씨는 먼저 우리 언론계 일부의 북한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모 방송사에서 프로그램 진행을 제의하면서 북한에 대해 자꾸 안좋은 쪽으로 말하라고 주문해 결국 출연을 거부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통일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죄짓고 싶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밝히면서 씁쓸해 했다.

이같은 언론계 일부의 편향된 시각은 국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MBC의 <통일전망대>에 ‘철우와 영철이의 통일 이야기’란 고정 대담에 출연할 때 북한
대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얘기했더니 방송사에 항의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또 북한의 지하철이 길이는 짧아도 내부장식이 화려하다고 말했더니 경찰청에 용공발언을 한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와 곤혹스러웠다는 것. MBC의 <아침 만들기>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
다.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가 항의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렇게 나올 때 “방송사로서도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
겠느냐”는 전씨의 “북한을 사실 그대로 알리려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기성세대의 고정화
된 북한관이 가장 큰 문제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우리 언론의 북한보도 가운데 지난달 ‘씨아펙스호 인공기 강제 게양사건’보도
를 보면서 “언론에ㅜ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북한의 태도에 분노했다. 그런데
평소 알고지내던 북한 전문가들로부터 남북이 사전 협의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북한의 일방적 잘못인 것처럼 몰고가는 대다수 언론들의 보도
태도는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전씨는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에도 불만이다. 북한의 어려움만을 강
조하고 있는데 그 배경설명등이 거의 없다는 것 때문이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상당한 어
려움에 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아무리 독재라 해도 북한 지도층들이 주민들이
굶어 죽기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체제를 유지하려다 보니 폐쇄정책을 고집하게
되고 그래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까지 언론이 제대로 짚어주어 주
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씨는 내내 언론을 가리켜 꼭 “우리 언론”이라고 했다. 평안도 억양은 남아있었지만 남
한 생활 6년째를 맞고 있는 그는 이미 ‘여기 사람’이 된 듯했다. 그런 그이지만 “고향에
가고 싶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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