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재 전 총무처장관의 전직 대통령 4천억원대 가·차명 계좌 보유사실 확인 발언 파장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 전장관 발언의 의도성 여부와 함께 문제의 발언이 나온 1일 서 전장관과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 대해서도 언론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무처장관이 민자당 출입기자들을 불러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이채롭지만 이들 기자들이 민자당을 출입하는 기자들 가운데서도 ‘소장층’에 속하는 3, 4진, 기자들이었다는 점에서도 ‘의외’있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 자리는 서 전장관측에서 기자들에게 연락, 마련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자들에게 연락한 사람은 민자당 대변인실의 김병형차장. 김차장은 기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통화등을 통해 “서장관이 젊은 기자들하고 한번 자리를 가졌으면 한다. 1일 오후 7시에 인사동에 있는 ‘목련’이라는 한정식집에서 몇몇 기자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마련했으나 참석해 달라”고 연락해왔다는 것.

김차장은 민주당 시절부터 서 전장관의 비서관을 지낸 측근으로 민자당 대변인실안에서도 ‘서 전장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전에 연락받은 기자들도 있었지만 당일 아침에 연락받은 경우가 많았다.

이날 모임에 초정된 기자들은 모두 7명, 경향신문, 동아일보, 연합통신,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등 6개 신문사 기자와 방송에서는 MBC 기자만 초청을 받았다. 어떤 기자들이 초엉됐는지는 기자들도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정관계 인사들이 당 출입기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자리를 갖는 경우가 종종 있는 일이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게 기자들의 얘기다.

이날 간담회 자리는 약속 시간인 오후 7시에 시작돼 9시께에 끝났다. 양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서장관은 처음부터 “오늘 이 자리에서 한 이야기는 오프(비보도)로 하자”고 말했으며 중간 중간에 ‘오프’를 걸었다.

문제의 ‘전직 대통령 중 한사람의 측근이 4천억원 계좌 처리문제를 상의해 왔다’는 발언이 나온 것은 식사가 시작된지 1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대충 식사가 끝나고 양 몇잔씩을 스트레이트로 마시고 폭탄주를 한잔씩 돌렸을 때였지만 서 전장관은 별로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

서 전장관은 이때 결과적으로 ‘오프’를 깬 조선일보 주모기자를 지목, “당신이 꼭 오프를 깰 것 같은데”라고 말했으며 타사 기자가 “주기자는 그럴 사람 아니다”고 ‘신원보증’을 해주고 난 뒤 이야기가 이어졌다는 게 참석자들의 증언이다. 서 전장관은 이후에도 주기자에게 다시한번 “오프를 깨는 것 아니냐”고 경계심을 보였다는 것.

이날 모임은 서 전장관이 8월중으로 지구당 위원장을 맡아 동해 보궐선거후 6년만에 정계 복귀가 확실시됨에 따라 당 출입기자들과 안면을 트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왜 취재 및 보도에 있어서 영향력이 큰 각사의 민자당 출입 1진 기자들을 제치고 소장기자들을 먼저 만났을까’하는 점에 대해서는 “1진 기자들의 경우 서전장관과 대부분 안면이 있어 서두르지 않았다”는 게 서 전장관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젊은 기자들 중에서는 동해 보궐선거로 서 전장관이 당을 떠난 이후에 당 출입을 시작한 기자들이 많아 먼저 이들 기자들부터 만났다는 것이다.

실제 서 전장관은 이날 모임 이후에도 8일께에 민자당을 출입하는 또 다른 기자들과 모임 약속을 잡아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